폭우·폭염 등 이상기후 극복할 과감한 정책 시급

지난 8일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과 강원도 일대에 100~380㎜의 역대급 물폭탄이 쏟아졌다. 서울에는 한달간 내릴 비가 하루에 부어진 셈인데 도로와 주택, 차량 침수에 이어 귀중한 생명까지 희생됐다.

특히, 강남권에 시간당 90㎜ 넘게 비가 내리면서 하루 동안에만 380㎜라는 어마어마한 양을 기록했고, 사실상 마비 상황에 이르렀다.

지하철 2호선 강남역 일대 차로는 빗물이 40㎝ 넘게 차오르면서 인도까지 물이 넘쳐났다. 지하철 4호선이 지나는 동작역과 이수역도 지하로 빗물이 차오르면서 오후 10시경에는 지하철이 무정차 통과하고 역이 폐쇄되기도 했다.

강남구 역삼동 일대에는 폭우로 건물 지하가 침수되면서 일부 건물이 정전됐다. 인천, 경기 등 수도권과 강원 영서 지역에서는 8일 낮 시간대 강풍, 번개를 동반한 폭우가 이어지면서 피해가 속출했다.

인천에서는 곳곳에서 도로와 철도 선로가 침수되고 차들이 물에 잠겨 운행하지 못하는 일들이 벌어졌다.

경기도 시흥시 한 공사현장에서는 전기 그라인더로 철근 절단작업 중이던 중국인 한 명이 감전으로 숨졌다.

신림동의 한 다세대주택에서는 반지하층에 살던 초등학생 어린이와 어머니, 이모가 물에 잠긴 집에서 미처 빠져나오지 못해 숨지는 일도 벌어졌다.

반지하는 물이 가장 먼저, 빠르게 유입되는 구조상 특성으로 인해 갑자기 물이 들이닥치면 수압으로 인해 방문을 열기 어려워 수해에 가장 취약한 공간으로 알려져 있다.

대부분 경우 재해의 가장 큰 피해자는 힘없는 서민들이다. 이번 폭우로 인해 사망 9명, 실종 6명, 부상 9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관계 당국은 잠정 집계했다.

기상청은 수도권의 집중호우가 11일까지 이어지다가 남부지방으로 이동하지만, 또 다른 정체전선이 형성되면서 다시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했다. 비의 양이나 강수의 세기를 예측하기 어려워 또 다른 피해확대가 우려되고 있다.

이번 폭우는 북쪽의 한랭건조한 공기와 남쪽의 고온다습한 공기가 만나 정체전선을 형성하고 대기 흐름이 막히면서 중부지방에 집중됐다고 한다.

그런데 통상적으로 장마가 발생하는 6~7월이 아닌 8월에 장마 때보다 더 많은 비가 내렸다는 점에서 기후위기로 인한 영향인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분명한 것은 대책을 세우지 않은 곳과 대책을 세운 곳의 피해 규모는 명확한 차이를 보였다는 것이다.

2011년 7월에도 이틀간 400㎜의 폭우가 쏟아지면서 강남구·서초구, 양천구 신월동 등에서 큰 피해를 입었다. 이후 서울시는 7곳의 지하에 ‘대심도 빗물 터널’을 만들겠다고 했지만, 양천구에만 시설을 설치했다.

그 결과 2020년 8월에도, 이번 물폭탄에도 양천구는 큰 피해를 입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는 2015년 ‘환경정책 설명서’에서 서울은 기후위기에 취약하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 일을 다하지 않아 피해를 키운 책임이 있다.

1년간 내릴 비의 대부분이 여름 한철에 집중되는 한반도의 특성에 기후위기까지 고려한 과감하고 파격적인 정책과 투자가 필요하다. 정책의 정치화가 아닌 과학화를 통해 시민들을 지켜야 한다.

물폭탄은 또 온다.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