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지확충, 물절약 시스템, 쿨루프 등 서둘러야

전 세계가 예년보다 더 뜨겁고 메마른 여름을 겪고 있다. 유럽 곳곳에서는 극심한 폭염과 가뭄으로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수운과 전력 생산이 중단되는 등 몸살을 앓고 있다.

프랑스는 90여개 지역에 가뭄주의보 및 경보를 발령하고 물사용제한 가능지역으로 지정했다. 이미 지난 6월부터 40도를 넘나드는 폭염과 함께 강수량이 평년의 절반 이하로 줄어듦에 따른 고육지책이다.

영국은 87년 만에 가장 건조한 7월을 기록했고, 관측 이래 최초로 최고기온이 40도를 넘기고 템스강 상류는 말라붙었다. 물 사용량이 급격히 늘면서 잉글랜드 남동부 지역 일부에서는 수돗물로 정원에 물을 주거나 세차하는 행위가 금지됐다.

포르투갈은 전 국토의 절반가량이 극심한 가뭄 상태를 겪는 반면, 강수량은 평년의 20% 수준에 불과해 신음하고 있다.

이탈리아 북부 5개 지역에서도 가뭄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물사용을 제한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극심한 가뭄과 폭염으로 대형 산불이 계속 이어졌다.

폭염은 가뭄과 산불, 열사병 등으로 직접적인 인명피해를 일으킬 뿐 아니라 경제 분야에도 대단히 부정적인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사회 기반시설을 망가뜨리고, 운송과 물류의 발목을 잡고 있다.

독일에서는 폭염으로 라인강 수위가 낮아지면서 수운에 큰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 화물선이 운항할 수 있는 최저 기준인 80㎝의 절반 수준으로 수위가 내려간 것이다.

영국 런던시는 지난 7월 중순 폭염으로 인해 강철 선로가 달궈져 휘거나 전력 케이블이 녹아 내리면서 열차이용 자제를 권고했다.

런던 북부의 한 도시에서는 공항 활주로 아스팔트가 녹으면서 한동안 비행기가 이륙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폭염으로 인한 도로와 철도 파손은 계속해서 큰 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많은 인구와 기업들이 밀집해있는 대도시의 경우 폭염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는 훨씬 더 심각한 수준이다.

건물과 도로를 구성하는 대부분의 소재들이 열을 잘 흡수하는 콘크리트와 벽돌, 아스팔트 등이기 때문이다. 녹지는 턱없이 부족하고 수많은 에어컨 실외기들이 내뿜는 열기도 큰 몫을 한다.

한국도 사정이 좋지는 않지만, 올해는 필요할 때마다 비가 내려 폭염과 가뭄의 고비를 가까스로 넘긴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최근엔 폭우로 인해 적잖은 인명과 재산상의 피해를 입었지만, 폭염으로 인한 피해는 결코 폭우에 못지 않다.

내년에도 폭염은 올 것이다. 지금같은 추세라면 헐씬 더 강력하고 혹독한 폭염 피해를 겪을 수 있다.

무엇보다 우선할 것은 도시 녹지의 확보다. 도시공원일몰제를 당장 폐지하고 정부와 지자체 예산 뿐만 아니라 국민의 참여를 통해서라도 최대한 녹지를 늘려야 한다.

열을 차단하는 기능성 내열페인트를 건물 지붕과 옥상에 코팅하는 쿨루프(Cool Roof)도 적극 실천해야 한다. 지붕색상을 밝은 색으로 바꾸기만 해도 폭염기간 최대 3도까지 내부온도를 낮출 수 있다고 한다.

기후위기가 현실이 된 상황에서 폭염과 폭우 외에 더 위협적인 기상 현상들도 겪을 수 있다. 하루라도 먼저 대비하고, 경계하는 것이 피해를 줄이는 최선의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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