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이 보내는 기후위기 경고··· '생물지표종 변화' 함께 살펴야

[환경일보] 입추와 말복이 지났고 처서도 머지 않았다. 겨울 가뭄으로 시작된 올해는 늦여름 80년 만의 폭우로 서울과 수도권 지역이 심각한 피해를 받기도 했다. 이처럼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체감할 수 있었던 또 하나의 사건은 도심지역 벌레 떼 습격이다. 봄 가뭄으로 성충이 되지 못하다 6월말 고온다습한 기후가 형성되자 한꺼번에 성충이 된 것이다. 사람들에게 달려드는 습성으로 혐오감을 주는 벌레로 인식된 이 벌레의 정식 명칭은 플리시아 니악티카(털파리과, 암수가 등을 지고 붙어 다녀 러브버그로 불린다)다.

러브버그 떼로 민원이 폭주하자 은평구는 출몰 지역뿐 아니라 야산에까지 대대적인 방역을 실시했다. 방역 덕분인지, 짝짓기 후 3일 만에 죽는 러브버그의 특성 때문인지는 알 수 없지만 결과적으로 러브버그가 사라지며 소동은 일주일 만에 진정됐다. 문제는 이같은 돌발곤충이 올해만 나타나고 마는 현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다른 곤충 떼가 출몰하거나 인공적인 방제에 내성을 가진 벌레가 더 규모를 키워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이 조언이다. 즉, 방역으로 일시적으로 불편하고 혐오스러운 상황이 해결될 수는 있지만 근본적인 대응방법은 아니라는 의미다.

러브버그는 국립생물자원관 유전자 분석 결과 국내에 보고된 적 없는 미기록종이었다. 눈에 띄지 않았던 자생종으로 기후변화로 갑자기 나타나게 된 것으로 분석했다. 올해 전국 꿀벌 집단 폐사 역시 이상 기후인 겨울철 고온현상으로 벌어진 일이다. 기후위기는 곤충의 부화와 성장속도가 빠르게 하고 개체수 증가 가능성을 높힌다. 대부분의 곤충은 겨울을 나며 죽지만 겨울이 따뜻해지면 생존율이 증가한다.

기후변화 생물지표종(CBIS)은 생물이 기후변화로 계절에 따라 활동, 분포지역, 개체군 크기 변화 등이 뚜렷하거나 뚜렷할 것으로 예상돼 이를 지표화한 후 지속적으로 조사하고 관리가 필요한 생물종이다. 기후위기가 해마다 심각해지며 기후위기를 나타내는 곤충, 식물 등에 대한 관찰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식량문제, 외래종 모기 유입으로 인한 지카 바이러스 같은 감염병을 발생시킬 수 있어서다. 8월 경북 청송군에는 수액을 빨아먹고, 배설물로 수목을 훼손하는 진달래 방패벌레가 갑자기 나타났고, 전남 화수군에서는 외래해충인 미국선녀벌레가 과일 상품성에 악영향을 미쳤다. 남방노랑나비는 우리나라 남부 지역에 서식했지만, 최근 강원도 동해안 지역에서 서식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기후변화가 불러온 지구온난화는 지구의 모든 생물에 영향을 미친다. 육상생태계 동물과 곤충은 이 영향을 피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한다. 식물도 늦지만 이동한다. 곤충과 동물은 이동한 지역에 먹이가 존재하지 않는 다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 살충제 방역은 생태계 고리를 끊어 이 속도를 더욱 가속화시킨다. 하나의 종이 멸종하면 생태계 속 균형은 큰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생물다양성은 중요하다. 생물다양성이 감소하면 생태계가 파괴되고 인류는 점점 생태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게 된다.

사람들에게 혐오스럽다는 이유로 시행한 방제로 땅속 유기물을 분해하는 러브버그가 아주 사라진다면 장기적으로 인간에게 해로움이 더 많다. 생태계 사슬이 끊어져 생태계 교란이 일어나면 다른 어떤 곤충이 더 많아질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생태환경은 수많은 생물이 함께 있어야만 유지된다. 기후 변화로 더 많은 벌레가 출몰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벌레를 방제로 없애는 것만이 대책은 아니다. 지자체는 빠른 방역으로 문제를 해결했다고 홍보했지만 오히려 예측이 불가능한 재해를 키울 뿐이다.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 6차 보고서는 현 수준으로 온난화가 계속된다면 가뭄 빈도는 더 잦아지고 2/3에 가까운 생물종이 멸종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벌레 떼가 민원과 불편함을 초래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어떠한 생물도 자연에 필요하지 않거나 의미 없는 생물은 없다. 모두 자연생태계에서 역할을 맡고 있다.

침팬지 박사로 알려진 제인 구달 박사는 “지구 생물의 생명은 거미줄처럼 연결돼 있어 하나가 끊어지면 다른 그물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생물다양성에 영향을 주는 기후변화에 대한 경각심을 지자체와 시민이 함께 공유할 필요가 있다. 남부지방에만 사는 것으로 알려진 푸른아시아실잠자리가 2020년 파주에서 발견된 것은 시민의 관심 덕이었다.

러브버그의 생명은 고작 일주일이다. 하지만 방제 작업으로 생태계 연결고리가 끊어졌다면 러브버그 이후 어떤 벌레 떼가 얼만큼의 크기로 내년에 다시 닥쳐올지는 예측할 수 없다. 시민과 지자체, 기관의 감시 결과를 바탕으로 한 선별적 방제와 기후변화에 대응하며 자생생물을 지키는 노력이 함께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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