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감축, 에너지 안보 및 공급 위주 정책 탈피 대안
국민 참여 유도할 세제·보조금 지원 미약, EERS 정착 관건

서울 중구의 한 건물에 설치된 에어컨 실외기들 /사진출처=국민소통실
서울 중구의 한 건물에 설치된 에어컨 실외기들 /사진출처=국민소통실

[코엑스=환경일보] 최용구 기자 = 김대희 에너지시민연대 공동대표는 “적은 예산과 비용으로 가장 큰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즉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에너지 수요 효율화 정책’”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17일 코엑스에서 열린 ‘에너지의 날 기념 토론회’에서 이렇게 강조했다. 전력거래소와 에너지시민연대가 주최한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학계, 공공기관,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국내의 에너지 효율 향상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성인 에너지경제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에너지 다소비·저효율 구조가 지속되면서 고착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에너지 안보에 매우 취약함은 물론 경제성장과 에너지 소비가 동조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에너지 소비를 줄이면서 경제가 성장한 선진국의 탈 동조화 흐름과 비교됐다.

김민정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성능, 디자인 대신 ‘고효율’ 가전기기를 선택하는 소비 습관을 당부했다. 에너지 전환에 요구되는 적정 수준의 요금을 공동이 부담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김 교수는 ‘전기요금의 정상화’를 에너지 수요 효율화의 우선 과제로 꼽았다. 낮은 전기요금으로 인해 소비자에게 주어질 효율 개선의 인센티브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김 교수는 “전기요금 개편의 필요성을 알리는 정보 제공 및 소통채널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우크라이나 전쟁 등 에너지 공급불안이 커진 상황에서 수요 효율화에 에너지 안보의 포커스를 맞추기 시작했다. IEA(국제에너지기구) 또한 러시아산 가스 의존을 줄일 수 있는 방안으로 수요 효율화를 권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장관 이창양)는 지난 6월 ‘시장원리 기반 에너지 수요 효율화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3대(산업, 가정·건물, 수송) 부문 수요 효율화 추진 계획을 밝혔다. 

낮은 전기요금, 피해는 소비자에게

발표된 보고서에선 에너지 수요 효율화의 중요성이 4가지(▷에너지 안보 ▷공급위주의 에너지 정책 보완 및 사회·경제적 비용 저감 ▷탄소중립 실현의 잠재력 ▷미래 신성장동력)로 제시됐다.

동시에 국내 수요 효율화 정책은 전기요금, 인센티브, 제도 운영 등이 미흡하다고 지적됐다. 전기요금이 낮고 경직돼 시장에 시그널을 주지 못하고 있으며 기업이 선호하는 세제·보조금 지원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내려졌다. 

박이용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효율과 사무관은 이날 토론회에서 “에너지 수요 효율화 중심의 정책으로 한 발짝 나가겠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에너지사업자 쪽은 EERS(Energy Efficiency Resource Standards, 에너지공급자 효율향상제도)의 정착을 우선 강조하고 있다. EERS는 한국전력공사, 한국가스공사, 한국지역난방공사 등 에너지사업자들에게 에너지 절감목표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현재 시범 운영 중이다. 

에너지사업자는 소비자가 에너지를 적게 쓰도록 유도하는 등의 효율향상 사업을 실시해야 한다. 전력 부하를 관리할 여러 설비와 기술에 대한 투자와 교육이 수반된다. 

‘에너지의 날 기념 토론회’가 17일 코엑스에서 진행됐다. /사진=최용구 기자 
‘에너지의 날 기념 토론회’가 17일 코엑스에서 진행됐다. /사진=최용구 기자 

김성완 한국에너지공단 수요정책실 실장은 “각 에너지사업자의 목표비율 이행에 따른 비용 보존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EERS 사업의 성공이 달려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에너지 가격 현실화 속에서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적극 투자하는 소비자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가는 에너지 수요 효율화 정책이 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종민 한국전력공사 수요관리처 처장은 “낮은 전기요금은 소비자들로 하여금 효율 향상을 위한 자발적인 투자 행위를 막게 하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EERS에 대해선 “지원 프로그램이 제한적이고 고객 지원금 수준이 선진국 대비 낮다”고 지적했다.

‘에너지 소비 행동 변화’·‘창조적 파괴’ 강조 

김 처장은 “에너지 수요 효율화를 촉진하기 위한 대국민 캠페인, 금융 기관 연계 홍보, 미래세대 에너지 교육 등이 중요하다”면서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 공감대를 모으기란 역부족”이라고 토로했다. 

유미화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 상임위원장은 “에너지 절약과 효율적인 사용이 당연시되는 에너지 소비 행동 변화를 만들 수 있는 이행계획이 구체화돼야 한다”며 “에너지 사용을 줄였던 실제 현장의 경험과 사례들을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정인 중앙대학교 경제학부 교수(에너지시민연대 정책위원장)는 “수요 효율화를 위해선 결국 수요자를 중심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세재 개편 등 재정적 지원과 지속적인 교육이 통합적으로 가줘야 한다는 점에서 ‘창조적 파괴’이자 ‘발상의 전환’이 요구된다”고 당부했다.    

박이용 산업통상자원부 사무관은 “EERS에 대한 효과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으며 정부정책으로서 이끌어 갈 계획”이라고 답했다.   

건물 분야에선 건축물의 온실가스 배출을 총량으로 관리하자는 주장이 나왔다. 추소연 RE도시건축 소장은 “에너지 효율화를 대대적으로 추진함에도 불구하고 온실가스 배출이 오히려 늘어나는 리바운드 효과에 대비하려면 건물 온실가스총량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상준 한국교통연구원 연구위원은 차량의 구입 혹은 이용단계에서의 효율화를 강조했다. 

그는 “차량의 크기가 점점 대형화 돼가고 있기 때문에 자동차세 부과의 기준을 배기량으로만 따지지 말고 온실가스 배출량, 크기, 가격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해서 소비효율을 제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장엔 70여명이 모인 가운데 객석의 목소리도 있었다. 문종근 서울시 생활환경지킴이 대표는 “지하철역 에스컬레이터 사용 실태만 바로잡아도 상당량의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용객이 많은 시간과 적은 시간에 관한 구분없이 대부분 풀(Full)로 가동되며 에너지 낭비를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토론회에선 국내 에너지 수요 효율화 정책의 과제와 전망을 논했다. 토론회장에는 70여명이 참석했다. 
토론회에선 국내 에너지 수요 효율화 정책의 과제와 전망을 논했다. 토론회장에는 각계 70여명이 참석했다. /사진=최용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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