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권’ 법제정, 전과정 자원절약 전략 추진해야

현대인들의 생활에 빠지지 않는 하나가 전기전자제품이다. 휴대폰, 노트북, 텔레비전, 선풍기를 비롯해 다양한 가전제품들은 편리한 생활을 누리게 한다. 반면, 관련 폐기물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환경파괴와 자원고갈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국제비영리단체 ‘전기전자폐기물(WEEE) 포럼’은 2021년 발생한 전기전자제품 폐기물량이 5,740만톤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매년 200만톤씩 늘어나고 있는데 2030년엔 7500만톤에 이를 수 있다.

연간 전자제품 소비수요 증가율은 3% 정도인데 코로나19로 대외활동이 위축되면서 수요가 크게 늘었다.

문제는 기술발전과 더불어 신제품이 쏟아져 나오면서 전자제품의 수명주기는 짧아지고, 제품을 수리하거나 업그레이드해 다시 사용하는 비율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유럽의 경우 일반 가정에 평균 72개의 전자제품이 있는데 이중 11개는 사용하지 않거나 고장난 상태이며, 가정에서 방치된 전자제품이 1인당 매년 4~5㎏에 달한다.

프랑스에서 집안에 처박혀있는 휴대폰은 5500만~1억1400만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에서는 매년 1억6000만대의 휴대폰이 소각되거나 매립되고 있다.

1톤의 전자제품을 재활용하면 2톤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막을 수 있다. 또한, 휴대폰 100만대에는 금 24㎏, 구리 1만5500㎏, 은 360㎏, 팔라듐 15㎏이 포함돼있다.

그렇다면 결론은 간단하다. 잘 수리해서 다시 사용하거나 수거시스템을 개선해 최대한 재활용해야 한다.

폐가전제품에서 금속을 회수하면 제품생산에 재투입할 수 있을 뿐만아니라 자연 채굴과 비교해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크게 줄일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실제 재활용율은 17% 정도에 불과하다. 2019년 한해에만 최소 약 60조원 가치의 금속자원이 제대로 수거되지 않고 사라졌다.

우리나라에서는 얼마나 많은 양의 전기전자폐기물이 발생하는지, 얼마나 버려지는지, 어떻게 회수되고 재활용되는지 파악조차 어렵다.

최근 국내 한 환경단체가 전자제품 수리실패사례를 발표했다. 제품을 수리하지 못한 이유로 ‘부품이 없어서’, ‘애프터 서비스가 없어서’, ‘수리점이 없어서, 비싸서’, ‘수리 대신 제품교환’ 등이 있었다.

제품을 만들면서 ‘수리해 다시 사용한다’는 개념은 아예 빠진듯한 모양새다. 소비자들이 환경보전을 위해 제대로 판단하기 위해서는 제품에 대한 충분한 정보가 투명하고 지속적으로 제공돼야 한다.

또한, 전기전자폐기물을 지속가능하게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과 인프라가 갖춰져야 한다. 이를 위해 우선 필요한 것은 소비자들의 ‘수리할 권리(right to repair)’를 보장하는 법 제정이다.

수리용 부품 보유 의무를 확대하고, 관련 매뉴얼을 보급해 편리하게 제품을 고쳐 쓸 수 있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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