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 관리는 도의적 책임, 상호 보완적 기후·토지 정책 필요

토양은 인류 생존과 복지의 근원이다. 탄소 순환, 오염물질 정화, 수자원 및 영양분의 순환, 생물들의 서식처로서까지 그 기능은 다양하다. 그만큼 기후시스템과 밀접하다.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는 토지 사용 방식의 전환이 필요함을 강조한다. 자연생태계를 보호하고 회복하려는 노력이 전제돼야 지속가능한 식량 생산과 소비가 가능하다고 촉구한다. 

폭염, 가뭄, 호우의 빈도와 지속 패턴은 계속 바뀌고 있다. 이러한 기후변화 상황에서 난개발과 환경훼손으로 인한 토지의 부조화는 ‘극한 현상’의 시너지로 작용한다. 생물 다양성은 악화되고 인류의 건강과 식량 체계를 무너뜨린다. 기후와 토지 정책이 상호 보완적으로 작동돼야 할 이유다. 

1995년 제정된 토양환경보전법은 ‘토양오염으로 인한 국민건강 및 환경 상의 위해를 예방하고 오염된 토양을 정화하는 등 토양을 적정하게 관리·보전함’이 목적이다. 모든 국민이 건강하고 쾌적한 삶을 누리게 한다는 정신을 담고 있다. 그 중요성을 감안해 지금까지 여섯 차례 이상 개정됐다. 하지만 주유소 부지, 미군 반환기지, 택지개발 지구 등의 숱한 오염 사례는 늘 논란의 대상이다. 토지 황폐화를 예방해서 생산성을 유지하고 생물다양성을 촉진시키면 기후변화를 완화할 수 있다. 그러나 예방은 고사하고 이미 오염된 땅을 관리하는 것 조차 애를 먹는 현실이다.

토양은 물, 대기와는 다르다. 육안으로 오염상태를 파악하기 힘든 탓에 정기적인 관리가 특히 중요하다. 코로나처럼 철저히 추적해서 검사·치료해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토양환경보전법 제10조에는 ‘토양오염의 우려가 있는 토지에 대해 평가기관으로부터 토양환경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돼 있다. 오염을 확인하는 것이 의무가 아닌 선택사항인 것이다. 자발적으로 권하는 정도의 사회적 풍토를 바꿔야 한다. 토양환경평가를 의무화시키고 토양오염물 관리 대상의 범위를 넓혀야 한다.

토지나 지하수를 오염시킨 행위에 대한 형사처벌과 영업정지 등 행정처분은 과감해져야 한다. 토양환경평가 소요 비용이 과태료를 웃돈단 이유로 벌금을 내면서 고의로 회피하는 꼼수는 근절돼야 한다. 오염된 토양을 그 자리가 아닌 외부로 꺼내 처리하는 ‘반출정화 처리’의 투명성도 과제다. 반입정화시설로 들어오고 나가는 과정을 살필 수 있는 추적 감시체계, 오염발생자와 정화처리업자를 공동으로 책임지게 할 양벌규정 도입 등 대안을 찾아야 한다. 

사상가 알도 레오폴드(Aldo Leopold)는 지난 1949년 환경관련 수필집 ‘모래군의 열두 달 Sand Country Almanac’에서 ‘토지 윤리(Land Ethic)’란 개념을 제시했다. 그는 토지를 공동체의 테두리로 여기며 인간 만이 아닌 자연까지 도덕적으로 배려해야 한다고 설득했다. 토지 윤리를 공론화시키자. 일정 기간 특정 목적으로 사용된 토지를 쉬게 하고 복원시키는 걸 도의적 책임으로 삼아야 한다. 우리는 건강하고 쾌적한 땅에서 살 권리를 지녔다. 생존·복지의 기반, 삶의 질의 기본인 토양을 지킬 권리를 포기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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