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초래한 기후위기 경고··· 생태계 균형·회복 시급
“지속가능 생태문명 위한 생물자원, 환경 교육 필요”

서민환 국립생물자원관 관장 /사진=박선영 기자

[환경일보] 박선영 기자 = “국립생물자원관 업무를 추진하는 데 있어 현재 가장 큰 고민은 대발생을 예측하는 일입니다.”

서민환 국립생물자원관장이 밝힌 것처럼 생물 개체 수가 비정상적으로 급증하는 대발생 예측은 정부가 5년 단위로 수립하는 국가 기후변화대응 기본계획 ’국민과 함께하는 기후안심 국가 구현‘ 목표에도 홍수, 가뭄, 산림재해, 식량안보 등과 함께 포함된 국가 과제다.

기상청이 관계부처 합동으로 매해 발표하는 ’이상기후 보고서‘를 살펴보면 올해 여름 서울과 수도권 지역의 털파리(러브버그) 대발생은 충분히 예견된 일이었다. 보고서는 겨울철 기온이 평년 이상으로 높아져 여름철 대발생이 예상된다며, 생물 변화 모니터링과 동시에 기존 대발생 발생종 또는 발생 가능종에 대한 정보를 구축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명시했다. 실제 서울 은평구와 전국에 매미나방, 대벌레 등 혐오성 곤충이 대량 발생한 2020년 겨울철 한파일수는 0.4일에 불과했다.

털파리 습격은 한반도 기후변화를 정확히 보여줬다. 7월 초 털파리가 도심에 떼로 나타난 것은 겨울부터 이어진 가뭄으로 애벌레가 성체로 변태하지 못하고 있다가 장마철 기온과 습도가 오르자 한꺼번에 성체가 돼 대량으로 쏟아진 것이다.

이처럼 갑작스런 털파리 도심 습격은 생태계 변화를 불러온 극단적인 기후변화가 원인이었던 것으로 판명됐다. 8월8일 서울에 115년 만에 폭우가 쏟아진 사이 남부지방에는 폭염특보가 발효됐다.

서민환 관장은 “기후변화로 대발생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며 “생물종 생활사에 대한 연구 데이터를 시민과 협력해 축적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털파리, 대벌레, 매미나방 등의 대발생 소동을 겪은 서울시는 기후변화대응 종합계획(2022~2026)에서 겨울철 기온 상승, 봄 가뭄 등의 이상 기후로 산림·농작물 피해를 초래하고 불쾌감을 조성하는 혐오성 곤충이 대규모로 나타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전문가는 대발생을 초래하는 외래해충 발생 및 확산 속도 증가가 가파르고, 기후변화로 병해충 증가 조건도 형성돼 있다고 조언한다. 산림면적이 상대적으로 큰 은평구나 수도권 일대에서 취약성이 드러난 것뿐이다. 

서민환 관장이 밝히는 대발생 주요 원인은 기후변화와 도시화로 서식지 축소가 불러온 생태환경 악화다. 이는 곧 생물다양성 손실을 의미한다.

국립생물자원관은 기후변화에 따른 생물종 분포 변화를 연구하는 ’한국 생물다양성 관측 네트워크(K-BON, 이하 케이본)를 2011년부터 운영 중이다. 케이본에 참여한 시민과학자들은 자연관찰 앱과 웹으로 생물종 관찰 결과를 기록하고 공유한다. 케이본 주니어라는 이름으로 학생들도 참여한다. 국립생물자원관 연구자를 포함한 전문가들은 시민과학자들이 만든 정보를 검증하고 기후변화 연구에 활용한다.

우리나라 남부지역에서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진 열대 및 아열대성 곤충 푸른아시아실잠자리가 파주지역까지 북상했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증명한 것도 시민과학자였다. 국립생물자원관은 시민과학자가 관찰한 수백만 건의 자료에 국립생물자원관의 생물 표본 정보를 더해 데이터가 쌓이고, 중국, 일본의 대발생 사례까지 확보하게 된다면 더 많은 생물의 대발생 예측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민환 관장은 “제인 구달 박사가 말한 것처럼 지구 생물의 생명은 거미줄처럼 연결돼 있어 하나가 끊어지면 다른 그물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기후위기, 난개발 등의 원인으로 생물 한 종이 사라져 발생할 수 있는 문제는 예측 불가능하다”고 밝힌 서민환 관장을 국립생물자원관 집무실에서 만나 보다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지난해 12월 취임한 서민환 국립생물자원관장은 국가 생물표본의 안전한 소장과 체계적인 관리를 위해 생물표본을 3대 권역에 나눠 보관하는 업무를 시행했다. /사진제공=국립생물자원관

인간이 불러낸 기후위기 경고장, ‘털파리
“무너지는 생물다양성 신호에 귀 기울여야”

Q. 코로나19 감염병, 대발생 생물 등 환경문제를 일으키는 생물종에 대한 국립생물자원관의 대응 방안은

조류인플루엔자(AI),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코로나19 등과 같이 야생동물 유래 감염병 확산을 막는 야생동물 전주기 관리가 있다. 이를 위해 수입 야생동물의 유통·폐사 등 전 과정에 대한 시스템을 구축해 나가고 있다. 또한 무분별한 외래종 유입으로 토종생물 멸종 등의 국내 생태계 교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한다.

더불어 대발생종과 대발생 가능종 목록을 구축하고 분류, 생태, 유전, 특성 등의 정보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여기에 대발생 생물종의 분포·발생 현황에 따른 종합 DB(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대발생 원인 규명 연구도 시행한다. 동시에 대상종에 대한 중장기 모니터링을 실시해 사전예방 중심의 연구를 수행 중이다.

대발생 가능종에 정보를 관계기관 담당자에 교육하고, 대발생 시 국립생물자원관 전문 연구진 현장 조사 및 종판별·특성 정보를 제공해 확산 방지를 위한 선제적 대응도 시행한다.

멸종위기종, 기후변화 생물지표종, 해외곤충표본 등이 보관된 수장고 /사진=박선영 기자
기후변화 생물지표종 푸른아시아실잠자리 표본 /사진=김태완 인턴기자

Q. 지난해 12월 취임 이후 다양한 과학적 조사·연구, 지원 활동을 지속해 오고 있다. 이와 연계해 지난 8개월간 이뤄낸 큰 성과와 아쉬운 점이라면

가장 보람이 컷던 일은 2005년 생물자원보전종합대책 수립 시부터 계획한 생물표본 분산 수장을 이뤄낸 것이다. 국가 생물표본의 안전한 소장과 체계적인 관리를 위해 국립생물자원관과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 국립호남권생물자원의 3대 권역에 나눠 보관하게 됐다. 표본의 확보일 및 서식했던 지역, 학술적 가치 등을 고려해 국립생물자원관 생물표본 300만점 중 9000점을 선별해 분산했다. 분산 표본은 앞으로도 지속 추진할 예정이다.

코로나 상황에서도 AI와 ASF 대응을 위해 철새, 멧돼지 이동경로 등의 정보를 파악해 관계기관 대응에 도움을 줬다. 최근 털파리 대발생과 관련해 신속한 정보 제공으로 혼란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됐다. 올해 2월에는 수장고와 효능 및 성분 분석실, 추출물 제작실을 갖춘 ‘야생생물소재연구동’ 완성으로 안정적이고 보다 체계적인 생물소재 확보, 보관, 분양 등의 관리를 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코로나19가 이어지고 있어 해외 생물다양성 연구가 아직 원할히 이뤄질 수 없는 것은 아쉽다. 지난해보다는 나아졌지만 해외 조사, 표본 확보, 소재 발굴 등에 제약이 아직 많다.

탄소중립 이행에 필요한 생물자원 발굴

Q. 기후위기로 생물다양성의 가치가 더욱 강조되고 있다. 생물다양성 인식 제고를 위해 정부, 민간과 추진 중인 협력 사안이라면

국립생물자원관은 기후변화 생물지표종 100종을 선정해 모니터링하고 있다. 기후변화 추세와 계절에 따라 활동, 분포역, 개체군의 크기 변화가 뚜렷하거나 뚜렷할 것으로 예상되는 생물을 지표화하고 조사·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2012년 법무부, 2013년 국방부와 업무협약을 체결한 자생식물 복원 파트너십 사업도 있다. 소년원, 국군교도소 등 수용시설을 대상으로 ‘자생생물 자원의 가치 교육’, ‘자생생물 재배를 통한 원예치료 심리상담’ 등의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2013년부터 수용시설을 통해 자생생물 50여 종 20만 개체를 생산해 보급했다.

Q. 국립생물자원관의 탄소중립 정책 이행 지원 계획은

국립생물자원관에서 지금까지 시행해 온 일들 중 많은 부분이 탄소중립과 연계돼 있다. 기후변화에 따라 생물종들이 어떻게 변하는지에 대한 모니터링에 집중하고 있다. 이를 위해 시민 참여형 기후변화 생물지표종 모니터링, 준분류학자를 활용한 조사 등도 병행한다. 최근에는 탄소흡수 및 포집, 매탄 저감 등에 적합한 생물자원을 발굴하는 등 생물을 활용한 온실가스 연구도 확대하고 있다.

국립생물자원관은 올해 2월 체계적인 생물 소재 확보, 보관, 분양을 위한 야생생물소재연구동을 개소했다. /사진제공=국립생물자원관
국립생물자원관은 올해 2월 체계적인 생물 소재 확보, 보관, 분양을 위한 야생생물소재연구동을 개소했다. /사진제공=국립생물자원관

Q. 국립생물자원관 주요 업무 추진 계획을 살펴보면 ‘환경생물산업 소재 발굴’에 관한 부분이 흥미롭다

환경생물산업 소재 발굴이 새 정부 국정과제인 바이오, 디지털 헬스 중심국가 도약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제약 바이오산업은 적절한 생물 소재 뒷받침이 반드시 필요하다. 현재 자원관은 정확성을 담보하는 국내 최대 분류학자와 23만여 점의 종자, 배양체, 추출물을 보유하고 있다. 반면 연구에 필요한 외국 생물자원 획득은 쉽지 않다. 올해 2월 생물소재연구동 완성으로 소재 확보와 분양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어릴 때부터 자연·생물과 교감·경험 중요

환경부 경관생태, 생물자원 관련 부서를 두루 거치고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장, 국립생물자원관장을 역임한 서민환 관장은 “20년 전 책 집필 경험으로 자연과 생물에 대한 관심이 더 깊어지게 됐다”고 말했다. 서 관장은 “기후위기 시대 연구자와 정책을 만드는 사람들의 역할이 중요해진 만큼 어릴 때부터 자연, 생물과 마주치는 경험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서민환 국립생물자원관 관장이 전하는 ‘기후위기 시대’ 지구를 살리는 한마디]

“알면 보이고 보이는 것만큼 더 사랑하게 된다”는 말처럼 생물과 나무를 자주 접하고 이름을 알게 된다면, 자연스럽게 자연친화적인 감수성을 가지게 되고, 기후위기로 생물종 하나가 없어지는 것이 어떤 결과가 초래할지 미뤄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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