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대응 실천은 어른들만의 일이 아닙니다“
사회참여부 동아리 ‘정과정’ 부원들과 잔반제로 이벤트 등
기후변화 유발 음식물 쓰레기 심각성 알리는 포스터·영상 제작

[환경일보] 박선영 기자 = “학생들이 급식실에서 음식물을 버리는 것을 보며 그 양이 너무 많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파주시 한민고등학교 1학년 전아현 학생 

파주시 한민고등학교 1학년 전아현 학생은 음식 쓰레기가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고민하게 됐다.

전아현 학생이 찾은 답은 바로 온실가스 배출량이다. 음식물 쓰레기의 경우 1kg당 온실가스 1.7kg/CO₂가 배출된다. 코로나 이전인 2019년 단체급식소에서 배출한 온실가스 양은 약 8만5000kg/CO₂였다. 현재 초중고, 특수학교에서 전면 급식을 실시하고 있고, 급식학생 비율은 1일 평균 534만 명이다.

우리나라에서 하루에 버려지는 음식물 쓰레기는 1만6000톤에 달한다. 환경부에 따르면 코로나 직전인 2019년 한 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음식물 쓰레기는 약 500만 톤이었다. 이렇게 버려지는 음식물 쓰레기 중 10%가 단체급식소에서 발생한다. 교당 평균 급식 학생수는 446명으로, 지난해 급식 소요경비 예산규모는 6조2193억원이었다.

단체급식소에서 발생하는 음식물 쓰레기 중 배식 후 개인이 다 먹지 않고 남긴 잔반이 53%를 차지한다. 한국환경공단에 추정한 2019년 단체급식소 음식물 쓰레기 처리 비용은 약 1000억원이었다.

단체급식소는 다량배출사업장으로 규정돼(1일 평균 총 급식인원이 100인 이상) 음식물 쓰레기를 스스로 수집·운반 또는 재활용하거나 허가받은 처리업자에게 위탁해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해야 한다. 이는 음식물 쓰레기를 직접 처리하도록 함으로써 음식물 쓰레기 발생량을 감축하고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함이다.

“우연히 음식물 쓰레기를 줄여보는 것이 어떨까’라고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다 학교 잔반부터 줄이는 것을 목표로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는 전아현 학생은 설문조사, 교장선생님, 조리실장과 면담을 진행하고 본질적인 문제점을 파악해 나갔다.

전아현 학생은 사회참여부 동아리 ‘정과정’ 부원들과 ‘잔반제로 이벤트, 음식물 쓰레기의 심각성을 알리는 포스터와 영상을 제작했다.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오프라인 건의함도 개설했다.

교직원을 대상으로 한 전아현 학생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교직원 43명 중 53.7%가 학교 음식물 쓰레기에 대해 심각한 수준이라고 응답했고, 매우 심각은 14.6%였다.

학교 측은 전아현 학생과 동아리 부원들의 활동을 보며 잔반 실태에 더 주의를 기울이고 함께 변화해 나갈 뜻을 밝혔다. 학생들의 의견을 수용하기 위해 오프라인 건의함에 급식실 선생님들이 직접 답변을 남겨놓기도 했다.

”지난 8월 서울 시내 곳곳이 침수되는 모습을 보며, 기후변화를 체감하게 됐다“는 전아현 학생에게 급식 잔반 줄이기 활동은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실천이다.

”기후위기를 맞아 이에 대응하는 실천은 어른들만의 일이 아니다“라고 말하며 또래들의 인식을 개선하고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다양한 행동을 통해 실제 결과물을 만들어 내고 있는 전아현 학생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한민고 사회참여 동아리에서 진행한 '잔반제로 이벤트'에 참가한 학생들 /사진제공=전아현 학생
한민고 사회참여 동아리에서 진행한 '잔반제로 이벤트'에 참가한 학생들 /사진제공=전아현 학생

”음식 쓰레기를 만드는 학생과 소통의 문제부터 해결“

Q. 전아현 학생과 정과정 동아리 부원이 함께 펼치고 있는 ’급식 잔반 줄이기‘ 활동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매일 남기는 잔반이 음식물 쓰레기나 기후변화에 생각했던 것보다 더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고, 잔반을 쉽게 남기지 않도록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 큰 변화입니다. 화이트보드나 오프라인 건의함 등으로 급식실과 소통을 하게 됐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보는 학생들도 많아졌습니다.

음식물 쓰레기 양을 줄여나가는 ‘잔반제로 이벤트’는 교내 사회참여 동아리 정과정에서 제작한 영상과 포스터를 통해 음식물 쓰레기의 악영향에 대해 인식시키고 함께 잔반을 줄이는 것에 목적을 둔 이벤트입니다. 잔반 줄이기를 실천한 학생들에게 작은 상품을 제공하며 계속해서 잔반을 남기지 않는 행동을 이어나가도록 유도했습니다.

정과정 동아리에서 만든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포스터 /자료제공=전아현 학생
정과정 동아리에서 만든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포스터 /자료제공=전아현 학생

Q. 쓰레기가 되고 기후위기 문제를 불러오는 잔반을 학생들이 왜 버릴까요

한민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설문에 응한 학생 212명 중 65.9%는 국을 33.5%는 반찬을 15.4%는 밥을 잔반으로 많이 버린다는 사실을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설문 결과 급식에 대한 만족도는 만족 49.5%, 보통 28%, 매우만족 17%로 대체로 급식에 대해 긍정적인 의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설문을 통해 단지 급식에 대한 만족도가 높지 않아 학생들이 잔반을 많이 남기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었습니다. 급식을 남기는 여러 이유 중에서도 학생들이 현 잔반 실태에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지 못하고 급식실과 학생들 사이 소통 부재의 심각성이 크다고 생각했습니다.

학생들이 생각하는 한 끼(점심기준) 음식물 쓰레기 통이 얼마나 나올지 조사한 결과 3통 14.8%, 5통 36.3%, 7통 약 25.3%, 10통 20.3%로, 학생들이 잔반에 대해 느끼는 심각성의 수준이 다 다르기에 현 실태에 대해 알려줄 필요가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이외에도 기숙사 학교이기에 삼시세끼를 급식실에서 해결해야 하는데, 이로 인해 단조롭고 종류가 반복된다는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으며 점심시간 내에 3개 학년이 식사를 해 식사시간이 부족하다는 점 등을 이유로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전아현 학생은 급식을 남기는 여러 이유 중 학생들이 잔반 실태에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지 못하고 급식실과 학생들 사이 소통 부재의 심각성이 크다고 전했다.  
전아현 학생은 급식을 남기는 여러 이유 중 학생들이 잔반 실태에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지 못하고 급식실과 학생들 사이 소통 부재의 심각성이 크다고 전했다.  

Q. 잔반이 나오지 않도록 학교는 어떤 방식으로 학생들을 지도하나요

자율배식을 진행하고 있어 학생들이 먹을 만큼 배식을 할 수 있도록 선생님들이 옆에서 지도를 해주고, 1인 표준량 제공과 삼시세끼를 급식으로 해결하는 학생들을 위해 컨셉 메뉴를 제시하는 등 잔반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함께하고 있습니다.

”작은 행동들이 모여 분명히 변화 이끌어낼 것“

Q. 전아현 학생이 속한 사회참여 동아리 ‘정과정’은 잔반 이슈 말고 또 어떤 이슈를 가지고 이야기하고 있나요

현재 1학년 9명, 2학년 6명으로 구성된 정과정은 2017년에 만들어졌습니다. 청소년이 자신 주변에서 인식한 사회 문제를 분석, 탐구하며 이야기하는 과정을 통해 문제 해결 능력을 함양하고, 교내를 벗어나 지역 사회 문제까지 해결하기 위해 교내 학생, 선생님을 포함해 더 많은 사람들의 참여를 유도할 목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정과정은 매해 하나의 큰 주제를 결정하고 사회참여 활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올해가 바로 ‘고등학교 내 잔반 줄이기’입니다. 정과정은 지금까지 ‘우리의 행동이 더 나은 사회를’이라는 모토를 바탕으로 작은 행동들이 모이면 언젠가 분명히 변화를 이끌어낼 것이라 믿으며 사람들의 사회참여를 장려하기 위해 활동을 지속해 나갈 것입니다.

정과정 동아리에서 만든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포스터 /자료제공=전아현 학생
정과정 동아리에서 만든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포스터 /자료제공=전아현 학생

[전아현 한민고등학교 학생이 전하는 ‘기후위기 시대’ 지구를 살리는 한마디]

"지구를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을 가지고 행동해야 하는 시기, 작은 변화를 꾸준히 이어 나가는 것이 우리 모두가 해야 하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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