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과 화력 위주의 대량공급으로 싼값의 전기요금 유지 불가능

[환경일보] 올해 사상 최대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한국전력이 적자를 메우려면 월 8만원의 요금 인상이 필요하다고 한다.

한전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한전은 35조4천억원의 적자가 예상된다.

전기요금은 기본요금, 기준연료비, 기후환경요금, 연료비 조정요금 등으로 구성되는데 유가와 가스요금 인상으로 원료비 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따라서 적자 해소를 위해서는 261원/kWh의 전기요금 인상이 필요한데, 이를 4인 가구 평균요금으로 계산하면 월 8~10만원의 전기요금을 더 내야 한다.

그러나 실제로 올릴 수 있는 전기요금은 4.9원/kWh에 불과하다. 한전의 상위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전기요금을 더 올리고 싶지만, 물가를 통제하는 기획재정부 반대에 부딪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가뜩이나 국제유가를 필두로 밥상물가까지 오른 상황에서 전기요금까지 대폭 상승한다면 서민들의 삶은 더욱 팍팍해질 것이다.

특히 전기의 경우 대체재가 없고 아끼는 것에도 한계가 있다. 요즘 같은 시대에 전등 대신 촛불을 켜고 생활할 수도 없고 각종 전자기기는 모두 전력을 필요로 한다.

지금까지 수요관리를 통한 전력사용을 줄여보자는 환경단체들의 지적을 귓등으로도 듣지 않던 정부는, 이제 국제유가 폭등과 원가 인상으로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해지자 뒤늦게서야 원가주의 확립으로 가격 신호 기능 회복과 수요 효율화를 유도하겠다는 뒷북을 치고 있다.

우리나라의 1인당 전기사용량은 많은 편이 아니다. 대신 대기업이 받는 전기요금 혜택이 너무 많다. 산업경쟁력을 이유로 싼값의 전기를 대량으로 기업에 공급하기 위해 더 많은 발전소를 지어야 했고 그 결과 화석발전으로 인한 대기오염, 원자력발전으로 인한 핵연료처리와 방폐장 건설 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전기뿐만 아니라 가스요금 역시 추가로 인상될 가능성이 크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으로 전 세계 가스 공급이 차질을 빚으면서 에너지 수입 대국인 우리나라는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미 지난해 8월 대비 전기요금은 18.2%, 도시가스 요금은 18.4% 인상하면서 가정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다.

지구온난화가 심각하게 진행되면서 높은 기온과 습도를 함께 보이는 한반도 기후특성상 에어컨 사용이 불가피하고, 겨울 난방을 위한 가스 사용도 마찬가지다.

그나마 먹고 살만한 사람들은 경제적 부담이 더 커지는 것에 불과하지만 취약계층에게는 목숨이 달린 문제다.

에너지 바우처제도가 있기는 하지만 각종 요금 인상으로 현실은 팍팍하기만 하다.

원자력과 화력 등을 동원한 막대한 양의 공급을 통해 싼값의 전기요금을 유지하는 정책은 더는 불가능하다.

이제는 적절한 가격 인상을 통한 수요정책으로 수요량을 줄이는 방법이 불가피하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애꿎은 시민들에게만 희생을 강요할 것이 아니라 가장 많은 전기를 사용해 돈을 벌고 있는 대기업이 마땅한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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