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경계 허문 산·학·연 지속가능 프로젝트 의지 표출
순환빌딩 소셜서비스 비전 소개, 폐기물 문제 협업 기대

[환경일보] 최용구 기자 = 덴마크는 환경보호를 담당할 정부부처를 최초로 만든 나라다. 그만큼 국가 정책 전반에 지속가능성이 깊게 스며있다.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여도 경제를 충분히 키울 수 있음을 수치로 증명해 보인 저력도 있다. 

기후위기 아젠다를 놓고 산·학·연을 아우르는 범국가적 프로젝트가 확산일로를 거듭하는 가운데 그 중심엔 덴마크가 있다. 현지 산업계와 학계는 한국을 기후위기 대응의 파트너로 여기며 협업을 강조하는 모습이다. 

Lone Ryg Olsen 오르후스 대학교(Aarhus University) 비즈니스&이노베이션팀 처장은 “기후변화에 공헌할 수 있도록 한국의 대학 등과 교류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Pernille Berg 블록스허브(BLOXHUB) 과학연구부장은 “지속가능한 순환사회를 위한 프로젝트 추진 과정에서 한국과 파트너쉽을 맺고 싶다”고 희망했다. 옆에 있던 Ditte Rønde Veise 덴마크 이노베이션센터(ICDK) 센터장은 “한국과의 경계를 허물고 적극 나설 수 있는 구심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본지는 지난 9월21일 서울 강남 모처에서 이들 3인의 전문가를 만났다. 한-덴 간 교류협력의 취지로 방한한 일정 중 이뤄진 만남이었다. 한국과 덴마크는 2011년 녹색성장동맹(GGA)을 체결한 바 있다. 저탄소 녹색성장의 실현을 위해 정치·경제·기술 분야의 패러다임 전환을 함께 도모하자는 취지다.

한국과의 시너지를 새로운 발판으로 삼으려는 세 사람의 의지는 확고했다. 그들은 “유럽이나 미국과는 상대적으로 교류가 많지만 솔직히 한국은 잘 모른다. 거리적으로 멀리 떨어진 이유도 있는 것 같다. 한국과의 가교 역할을 고민 중”이라며 진지한 대화를 이었다. 

지난 21일 본지와 만난 덴마크 지속가능 전환 분야 전문가 3인. Ditte Rønde Veise 덴마크 이노베이션센터 센터장, Pernille Berg 블록스허브 과학연구부장, Lone Ryg Olsen 오르후스 대학교 처장(왼쪽부터) /사진=최용구 기자  
지난 21일 본지와 만난 덴마크 지속가능 전환 분야 3명의 전문가. Ditte Rønde Veise 덴마크 이노베이션센터 센터장, Pernille Berg 블록스허브 과학연구부장, Lone Ryg Olsen 오르후스 대학교 처장(왼쪽부터) /사진=최용구 기자  

Q. 이번 방한 목적이 궁금하다 

Lone Ryg Olsen: 한국과 덴마크 대학 간 기후변화 등 사회 공헌과 관련된 교류협력을 위해 오게됐다. 오르후스 대학은 이 분야에 특히 적극적이다. 

Pernille Berg: 덴마크의 중소기업이 한국에 진출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자 한다. 덴마크 기업들을 한국에 소개하고 구심점을 찾는 것이 블록스허브가 추구하는 바다. 

Ditte Rønde Veise: 나 또한 비슷하다.  덴마크 이노베이션센터는 구심점 마련을 통해 한국과 덴마크 간 양방향적 교류를 원한다. 각국의 강점을 서로 교류할 수 있도록 돕는 게 중요하다.  

Q. 오르후스 대학이 원하는 교류협력 분야는 

Lone Ryg Olsen: 헬스뿐만 아니라 정보통신(ICT),  푸드 이노베이션, 수질관리 등 전반이다. 대학과 더불어 기업과의 협력 창구도 열어두고 있다.

Q. ‘블록스허브’에 관해 자세히 알고 싶다

Pernille Berg: 우린 도심지의 SDGs(지속가능 개발 목표)를 기본 가치로 삼는다. 현재 중점 추진하는 것 중 하나는 순환빌딩(Circulation Building)이다. 에너지를 절약하고 지속가능한 빌딩을 만드는 프로젝트다. 도심지의 순환경제 체계 마련에 있어 중요하다.

Q. 도시발전을 지원하는 역할로 이해하면 될까

Pernille Berg: 일종의 소셜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보면 된다. 도시의 SDGs를 따졌을 때 그린시스템, 경제적 평등성 등 디자인과 모빌리티에서 고려할 요소가 많다. 예를 들어 병원 등 헬스 서비스를 받아야 한다면 최대한 이른 시간 안에 움직일 수 있는 동선을 고려해 디자인돼야 한다. 블록스허브는 기존의 도시를 리모델링하거나 신도시를 만들 때 필요한 모든 지속가능성을 고려한다.

Q. 운영자금은 어떻게 조달하나 

Pernille Berg: 도심디자인을 담당하는 EU펀드를 통해 자금을 조성한다. EU펀드는 지속가능한 순환사회를 목표로 하는 EU프로젝트의 일환이다.  

Pernille Berg 블록스허브 과학연구부장은 '순환빌딩' 체계 기반의 도심 지속가능 프로젝트를 설명했다. 그는 한국 정부 및 기업과의 교류협력을 위한 허브 역할을 기대하고 있었다. /사진=최용구 기자 
Pernille Berg 블록스허브 과학연구부장은 '순환빌딩' 체계 기반의 도심 지속가능 프로젝트를 설명했다. 그는 한국 정부 및 기업과의 교류협력을 위한 허브 역할을 기대하고 있었다. /사진=최용구 기자 

Q. 프로젝트의 범위가 광범위한데

Pernille Berg: 그렇다. 결국 산·학·연을 아울러야 하는 라지(Large) 스케일이다. 기업도 필요하고 연구 및 기술을 개발할 대학과 연구소도 있어야 한다. 정부의 파트너쉽도 요구된다.

Q. 다른 나라와의 파트너쉽 사례가 있나 

Pernille Berg: 물론이다. 튀르키예 기업과 합작한 프로젝트가 있는데 현지 도시계획을 세우면서 순환건설 컨셉에 관해 우리 쪽에 자문을 요청한 사례다. 어떤 재료로 건축할지, 어떻게 동선을 고려해 디자인할지에 대한 지식을 공유했다. 

도시 지속가능성 고려한 소셜플랫폼 보유

ICDK, 한국과의 양방향 교류 원해

Q. 덴마크 정부와의 협업은 어떤가

Pernille Berg: 덴마크 각 도시들은 모두 기후위기 대응에 관해 추진하는 목표가 있다. 블록스허브는 이와 관련해 정부와 기업의 교류협력을 위한 허브 역할을 한다고 설명할 수 있다. 덴마크 이노베이션센터(ICDK)도 중요한 협업 기관이다. 

Q. ICDK는 한국에도 지사가 있다 

Ditte Rønde Veise: 서울을 포함해 상하이, 보스턴, 실리콘밸리, 뮌헨, 뉴델리, 텔아비브 등 총 7곳에 지사가 있다. ICDK는 덴마크 정부의 파트너쉽 기관이다. 한국은 R&D 관련 정부 투자가 적극적인 나라로 보인다. 그만큼 혁신기술의 잠재력이 클 것이라는 판단에서 서울에 지사를 두게 됐다.  

Q. 한국과 기대하는 파트너쉽은

Ditte Rønde Veise: 한국은 IT, 로봇 분야에서 정부와 대기업 간 협력이 큰 단위로 이뤄지는 걸로 알고 있다. 덴마크 기업이 참여할 수 있다면 충분한 무역적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다. 단순히 사고파는 무역이 아니라 양국의 산·학·연이 참여해 아젠다를 발굴하고 디자인하는 플랜을 그리고 싶다. 

IT·로봇 등 혁신기술 잠재력 기대 커 

폐기물 난제, 공동 솔루션 찾자

 Ditte Rønde Veise 덴마크 이노베이션센터 센터장은 한국의 폐기물 재활용 기술에 특히 관심을 보였다. 그는 덴마크 산업의 대부분인 현지 중소기업과 한국 기관 사이의 가교 역할에 고심하고 있었다. 
Ditte Rønde Veise 덴마크 이노베이션센터 센터장은 한국의 폐기물 재활용 기술에 특히 관심을 보였다. 그는 덴마크 산업의 대부분인 현지 중소기업과 한국 기관 사이의 가교 역할에 초점을 두었다. /사진=최용구 기자 

Q. 그간의 교류는 어땠나 

Ditte Rønde Veise: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한국의 사정에 대해선 아직 밝지 못하다. 덴마크와 거리가 멀다는 지리적 요인도 작용했을 것이다. 덴마크 산업은 90% 이상이 중소기업이다. 이들 기업과 한국의 기관을 연결시켜주는 가교 역할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Pernille Berg: 블록스허브 또한 덴마크 기업과 한국 측의 경계를 허물고 구심점을 만들고자 한다. 이번에 덴마크 이노베이션센터, 오르후스 대학과 같이 방한한 이유이다. 

Q. 오늘 대화 중 ‘지속가능’, ‘순환사회’ 같은 표현이 많이 언급됐다. 한국에서도 이는 주요 이슈다. 

Ditte Rønde Veise: 한국의 재활용 지식에 관심이 많다. 덴마크의 경우 재활용 전에 폐기물을 분류하는 과정에서 제대로 선별이 어렵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좀 더 효율적으로 분류·선별할 수 있는 한국의 기술이 궁금하다. 관련된 정밀 센서가 있다면 덴마크 정부나 기업에 알리고 싶다.  

Q. 폐기물 처리 과정에서의 지역 간 분쟁도 있다 

Pernille Berg: 이 또한 심각한 문제다. 우리 블록스허브 쪽에서 관련 해결방안에 대한 스터디를 한국에 제공할 수 있다. 아니면 노하우를 가진 국제단체를 소개할 수도 있다. 

Ditte Rønde Veise: 플라스틱이나 폐기물 소각 등의 문제를 놓고 양국 전문가가 아이디어를 모을 수 있는 자리도 필요하다. 적극 협조하겠다.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