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대 지속가능한 한국형 장묘문화로 바꿔야

좋은 곳에 조상의 묘 자리를 쓰면 자손이 잘된다는 문화에 따라 사체를 목관이나 석관에 모셔 매장하는 것이 우리나라의 대표적 장묘방법이었다.

그러다보니 산 자들의 주거면적은 국토의 3%인 반면, 묘지가 차지하는 면적은 국토의 1%에 달하고, 매년 여의도 면적만큼 새로운 묘지가 늘고 있다.

설상가상 약 2300만기의 전국 묘 중 대략 800만기가 묘지를 만들고 나서 찾지 않는 무연고 묘로 추정된다. 묘지의 경제·공익적 손실은 연간 1조4635억원에 달한다.

인구 팽창에 따른 거주지 확장, 농지와 임야 면적 확보 등으로 묘지의 절대 면적이 줄어들면서 불로 태워 처리하는 화장(火葬)이 크게 늘고 있다. 화장은 우리나라에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사체처리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턱없이 부족한 화장부지 확보 또한, 쉽지 않은 과제다. 수도권의 경우 화장 차례를 기다리기 위해 3일장이 4일장으로 늘어나는 일까지 발생하고 있다.

님비현상이 극심한 작금의 상황에서 화장장 부지확보에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 충분히 보상하고, 화장시설을 현대화하고,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홍보해야 한다.

화장 후에는 뼈를 추려 상자 등에 넣어 땅에 묻거나 가루로 만들어 강이나 산에 뿌리기도 한다. 1980년대 말부터 납골당도 증가하고 있지만, 자연 파괴와 환경 훼손이라는 점에서 분묘 못지않은 문제들을 안고 있다.

뼛가루를 나무뿌리에 묻는 자연 친화적 장례 방식인 수목장(樹木葬)에 대한 관심도 계속 높아지고 있다.

좁은 국토 안에서 골머리를 앓던 스위스가 1999년 1월 가장 먼저 수목장을 도입해 현재 수십 개의 수목장림이 운영되고 있다. 독일과 영국, 뉴질랜드, 일본 등도 각 나라의 특성에 맞춰 수목장을 관리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2004년 9월 김장수 고려대학교 명예교수 장례식이 양평군 고려대 연습림에서 수목장으로 치러진 바 있다.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는 퇴비장(human composting burial)이 속속 도입되면서 관심을 끌고 있다.

시신을 철제용기에 담아 풀과 꽃, 나무조각, 짚 등 생분해 원료를 넣고 6~8주 바람을 통하면서 미생물과 박테리아가 천천히 자연 분해토록 하는 방식이다.

매장이나 화장이 안고 있는 에너지소비, 이산화탄소배출, 환경오염을 최소화할 수 있다. 극심한 기후변화로 폭염과 산불, 가뭄이 이어지는 가운데 장례 방식도 탄소배출감축을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 법안 발의자의 주장이었다.

우리도 지속가능한 장묘문화로의 전환을 서둘러야 한다. 당장에 적용할 수 있는 종이관, 종이수의 같은 저렴하고 효과적인 방법들도 있다. 후손들이 현명한 선택을 하도록 적극 권장해야 한다.

27년 전 ‘나를 화장하라’ 했던 위대한 한 기업인의 유지에 따라 최신 화장시설을 만들어 사회에 헌납된 은하수 공원은 진정한 애국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떠난 분들을 추모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살아계실 때 잘 모셔 좋은 관계를 맺고, 가신 후에는 미래세대에 더 집중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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