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내몰린 아이들 현실 직면··· 환경교육에 눈뜬 계기
현실 외침과 다른 교육적 한계, 생명 중심 구조 개편 서둘러야

[환경일보] 최용구 기자 = 교육에 대한 관심이 컸던 그는 대학에서 특수교육과 유아교육을 배웠다. 아동을 포함한 장애 학생들의 교육권을 보장하고 싶다는 열정을 좇았다. 마지막 학기 교생 실습 때 만난 유치원 아이들과의 시간은 인생의 전환점으로 작용했다. 코로나 확산이 한창이던 2020년 여름, 마스크에 적응이 힘들던 아이들은 유치원에 오는 것은 물론 친구들과 어울리기도 힘들어했다. 폭염까지 연이었다. 왜 이러한 상황이 됐을까라는 질문의 과정에서 김민선(25) 활동가는 ‘환경교육’의 중요함을 깨쳤다. 기후위기로 인해 어린이들이 겪어야 할 피해가 너무 크다고 느껴졌다.

9월말 서울역 인근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본업과 기후활동가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준비 중인 해양환경 프로젝트를 앞두고 서울과 통영을 오가고 있다고 했다. 김민선 활동가는 (사)환경교육센터 소속 교육가이자 비폭력 직접행동단체 ‘청년기후긴급행동’에서 활동하고 있다. 해양환경단체 ‘시셰퍼드 코리아(Sea Shepherd Korea)’에도 몸담고 있다. 

청년기후긴급행동은 정부가 경제형벌 합리화 명목으로 추진하는 환경범죄 대상 처벌 완화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오히려 환경범죄를 촉진하고 장려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또 기후위기와 생태학살의 심각성을 알리는 이들에 대한 기만이라고 비판한다. 

최근 3만5000여명의 인파로 화제를 모은 광화문 일대 기후정의행진(9/24). 기후위기에 대한 불안과 우려를 경험한 시민들은 행진에 나섰다. 김민선 활동가도 그랬다. 그는 개개인의 기후위기 경험을 ‘기후정의’로 부를 수 있도록 돕는 교육가가 되고 싶다고 전했다.

김민선 활동가를 지난 9월29일 서울역 인근의 한 커피숍에서 만났다. /사진=최용구 기자 
김민선 활동가를 지난 9월29일 서울역 인근의 한 커피숍에서 만났다. /사진=최용구 기자 

Q. 환경교육센터에서 어떤 일을 하시나요 

A. 학생이나 시민들이 환경에 대한 감수성을 기를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운영하는 일을 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Q. 테마가 다양하겠어요 

A. 환경교육이 굉장히 범위가 넓어요. 학교로 찾아가는 교육도 있고 캠페인이나 생물 모니터링 등 너무 많죠. 저는 글쓰기를 좋아하는 편인데 최근엔 글쓰기 워크숍을 진행해서 시민들과 기후위기 경험 사례를 나누고 있어요. 

Q. 환경교육센터가 비영리법인이잖아요. 재정 여건은 어떤가요

A. 시민의 후원도 있고 기업이 추진하는 사회공헌 차원의 후원금도 있어요. 공모사업에 응모해서 받아오는 예산도 있습니다. 

Q. 교육 프로그램 추진에 어려움은 없을까요

A. 각자 추진하고 싶은 아이디어에 대해 센터 팀원들 서로가 전적으로 지지해주는 편이에요. 그런 점에선 어려움이 없는데 공모사업에 참여하는 과정이 까다로울 때가 있습니다. 계획서를 내서 선정이 돼야 필요한 예산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죠.

기업의 사회공헌 사업 같은 경우는 기업에서 원하는 방향이 있기도 합니다. 이럴 땐 완전히 제가 하고 싶은 것만 할 수 없죠. 가끔 소위 ‘현타’가 오기도 합니다.  

그는 코로나 확산이 한창이던 시기에 경험한 유치원 교생실습을 통해 환경교육의 절실함을 깨우쳤다고 했다. 기후위기의 경험을 기후정의라는 단어로 부를 수 있게 인식의 전환을 돕는 것이 목표다. /사진제공=(사)환경교육센터

 

환경 감수성 전하는 교육가이자 활동가

실천하는 진솔함이 버팀목

그린워싱 만연···환경범죄 감형은 ‘어불성설’

Q. 그 현타가 뭐죠? 혹시 그린워싱과 관련 있나요

A. 그렇죠. 기업들은 환경을 통한 이미지 제고 효과를 원합니다. 솔직히 그린워싱이 점점 더 심해진다고 생각해요. 이전과 다르게 무언가 명분이 생겨난 것 같습니다. ‘환경파괴 논란이 있어도 우리가 어쨌든 ESG(Environment·Social·Governance)경영을 선언했잖아’ 이런 식으로 말이죠. 

생수병 같은 경우 기업은 겉면의 라벨은 없앴다고 강조합니다. 그래도 플라스틱 병은 계속 쏟아져 나오고 있는 데 말이에요. 진짜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는 거죠. 이 와중에 정부는 환경과 지구 생명 파괴 행위에 대한 범죄의 형벌을 낮추겠다고 하고 있네요. 기자회견에서 목소리를 내게 된 이유에요.

Q. 지난 9월초에 청년기후긴급행동이 ‘환경범죄 감형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죠 

A. 저는 최근 청년기후긴급행동에 합류했어요. 그날 우리는 현 정부가 추진하는 형벌감형은 기업이 우리 모두의 집인 지구를 죽이는 생태학살을 방조하는 것이라고 분명히 말해주고 싶었어요. 기후생태위기로 위태로운 나날을 겪고 있는 이들에 대한 기만입니다. 환경범죄는 애초에 경제형벌이라고 할 수 없어요. 환겸범죄로 기업을 처벌하면 그들의 이윤에 해가 된다는 건 어불성설이에요. 

Q. 환경범죄에 면죄부를 줬단 우려도 나오겠어요

A. 이러한 방향으로의 조짐은 예전부터 있었다고 봅니다. 탄소배출권거래제를 예로 들어볼까요. 처음 나왔을 땐 현명한 해법인 것처럼 다뤄졌지만 엄밀히 따지면 탄소를 배출할 권리를 돈으로 사는 것에 지나지 않아요. 탄소배출이 많은 기업은 돈으로 배출권을 사면 그만이니 그 행위를 처벌할 명분은 없어지는 것이고요. 결국 탄소배출을 줄여야 한다는 본질을 그들에게 제시할 수 없습니다. 환경문제를 경제논리로 이어갈 수 있는 환경을 조장한 셈이죠. 

청년기후긴급행동은 앞서 9월7일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앞에서 ‘환경범죄 감형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정부가 세운 '경제형벌 규정 개선 추진 계획 및 1차 개선 과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사진제공=청년기후긴급행동
청년기후긴급행동은 앞서 9월7일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앞에서 ‘환경범죄 감형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정부가 세운 '경제형벌 규정 개선 추진 계획 및 1차 개선 과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사진제공=청년기후긴급행동

Q. 교육가로서 직장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기후활동가 역할을 병행하기가 힘들진 않나요

A. 센터에 직원이 많지 않기 때문에 프로그램 기획·설계부터 홍보, 강의 및 회계까지 도맡아야 하는 상황이 따릅니다. 현실에 치이는 거죠. 시민과 학생들에게 실천과 행동을 강조하는 교육을 하고 있지만 정작 스스로는 실천이 부족한 모습에 어느 순간 죄책감이 밀려왔어요. 그래서 본업 외 남는 시간은 나도 뭔가를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죠. 기후활동가 경험을 토대로 교육 과정에서 더욱 진솔한 이야기를 해주고 싶어요. 

Q. 변화가 있었나요? 예를 들어 교육 만족도라든지··· 

A. 노력하고 있어요. 환경교육은 명칭은 교육이지만 운동의 성격도 같이 띄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아직은 괴리감이 큽니다. 활동가들은 좀 더 적극적으로 지금 당장 필요한 것에 대해 말하고 있지만 환경교육은 여전히 ‘에너지 절약’, ‘쓰레기 분리배출’ 정도의 테두리에 갇혀있는 것이죠. 답답함을 느낍니다. 

지식전달이나 개인의 실천을 요구하는 데서 나아가 이 사회의 구조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교육을 꾸준히 진행할 겁니다. 개개인의 기후위기 경험을 기후정의라는 단어로 부를 수 있게 인식을 변화시키는 게 목표예요. 

지난 9월24일 기후정의행진 당시. 김민선 활동가는 '녹색성장이란 녹슨 개념을 떨쳐내고 진짜로 직면한 위기를 들여다보자'는 본 취지가 가려진 데 대해 아쉬움을 내비쳤다. /사진제공=김민선 활동가 
지난 9월24일 기후정의행진 당시. 김민선 활동가는 '녹색성장이란 녹슨 개념을 떨쳐내고 진짜로 직면한 위기를 들여다보자'는 본 취지가 가려진 데 대해 아쉬움을 내비쳤다. /사진제공=김민선 활동가 

Q. 지난 9월24일 3만5000여명이 광화문 인근에 모였어요. 이날 기후정의행진의 분위기는 어땠나요

A. 인원이 엄청 많았어요. 저는 청년기후긴급행동 활동가들과 부스를 열고 자유발언 등을 진행했어요. 기후위기라는 현실을 자각한 개인적인 경험을 나누고자 했죠. 하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그 안에서의 중요한 메시지들은 좀 가려진 부분이 있어 아쉬워요.

대규모 기후정의행진···핵심은 가려져

파괴적 어업 실태 심각

세대별 목소리 알리는 데 집중할 것

Q. 무엇이 가려졌다는 건가요 

A. 이번 행진에서 가장 내고자 했던 목소리는 ‘녹색성장’이란 녹슨 개념을 떨쳐내고 진짜로 직면한 위기를 들여다보자는 것입니다. 성장이나 이윤이 아닌 우리가 생명답게 살 수 있는 그런 법과 제도가 필요하다는 의미죠. 하지만 그러한 메시지는 잘 전달되지 못했어요. 언론에선 단지 많은 이들이 모인 모습과 퍼포먼스 과정의 행위에 초점을 두는 모습이었어요. 뭔가 그림이 좋은 것들만 쫓는다고 할까요. 

Q. 그랬군요. 녹색성장과 기후위기 대응은 양립할 수 없을까요

A. 성장이란 단어가 명백히 붙어있잖아요. 문제를 수치화해서 마치 경제논리처럼 해결하려는 구조 자체가 변하지 않으면 기후생태위기 대응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요.

Q. 청년기후긴급행동 활동을 시작한지 얼마 안 됐다고 했는데 적응에 문제는 없나요

A. 해양환경단체 ‘시셰퍼드 코리아’에서 직접행동이나 퍼포먼스 등을 먼저 경험했기 때문에 많은 도움이 됐어요. 해양환경 이슈도 다루고 싶은 게 너무 많아요.

김민선 활동가는 해양환경단체 활동을 통해 직접행동의 경험을 쌓았다. 해양쓰레기, 파괴적 어업 행위 등의 심각성을 놓고 해안가 지역 학생들과 대안을 찾아가고 있다. /사진제공=시셰퍼드 코리아
김민선 활동가는 해양환경단체 활동을 통해 직접행동의 경험을 쌓았다. 해양쓰레기, 파괴적 어업 행위 등의 심각성을 놓고 해안가 지역 학생들과 대안을 찾아가고 있다. /사진제공=시셰퍼드 코리아
김민선 활동가는 해양쓰레기를 부추기는 어업도구 관련 느슨한 제도적 실태를 지적하며 관심을 촉구했다. /사진제공=시셰퍼드 코리아
김민선 활동가는 해양쓰레기를 부추기는 어업도구 관련 느슨한 제도적 실태를 지적하며 관심을 촉구했다. /사진제공=시셰퍼드 코리아

Q. 교육적으로 진행 중인 게 있나요 

A. 물론입니다. 해양쓰레기, 파괴적 어업 행위 등 해양환경 이슈는 끝이 없어요. 어업 과정에서 그물의 크기나 길이가 규정돼 있을 거잖아요. 그 규정이 다른 나라 보다 너무 완화돼 있는 거 아세요? 제도적 손질이 당장 시급합니다. 어업도구에 대한 허용 규모가 크니 당연히 해양쓰레기도 많아질 수밖에 없고요. 낚시쓰레기 문제도 심각합니다. 요즘 통영 출장이 잦은 것도 이 때문이에요. 

Q. 어떤 교육 프로그램일지 궁금합니다 

A. 통영 지역 초·중·고 학생들이 거주지에서의 해양환경 이슈를 정해 탐구하고 팀별로 공유하는 내용입니다. 강의 형식보단 직접 이슈를 찾아 다니면서 보고 느꼈을 때 얻을 수 있는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어요.  

Q. 향후 계획을 알려주시겠어요

A. 세대별 목소리를 듣고 알리는 데 집중하고 싶어요. 현재 7세 아이들을 대상으로 자신들이 겪은 기후위기 피해를 글이나 그림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을 진행하고 있어요. 글쓰기 워크숍은 그룹을 더욱 세분화시켜 이어갈 계획입니다. 해양환경 프로젝트도 마찬가지고요. 

Q. 김민선 활동가가 전하는 ‘기후위기 시대, 지구를 살리는 한마디’는 

A. 서로의 안위와 평온을 기원하는 우리가 바로 기후정의의 증거다. 

김민선 활동가는 지난 9월24일 기후정의행진에서의 자유발언 당시. 김민선 활동가는 
김민선 활동가는 "세대별 목소리를 온전히 듣고 알리는 데 집중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사진은 지난 9월24일 기후정의행진에서의 자유발언 당시. /사진제공=청년기후긴급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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