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종들의 미래가 ‘짐새’를 따라가지 않기를

‘환경부와 에코맘코리아는 생물자원 보전 인식제고를 위한 홍보를 실시함으로써 ‘생물다양성 및 생물자원 보전’에 대한 대국민 인지도를 향상시키고 정책 추진의 효율성을 위해 ‘생물다양성 녹색기자단’을 운영하고 있다. 고등학생 및 대학생을 대상으로 선발된 ‘생물다양성 녹색기자단’이 직접 기사를 작성해 매월 선정된 기사를 게재한다. <편집자 주>

[녹색기자단=환경일보] 이주창 학생기자 = 독을 가진 조류의 발견은 ‘짐새’가 실존했었으나 멸종하고 문헌으로만 남은 것일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낳았다. 현존하는 멸종위기종들 역시 지켜내지 못한다면 다음 세대에게는 전설로만 전해줘야 할지 모른다.

맹독을 가진 조류, 짐새

중국 고문헌의 짐새 기록 /사진제공=이주창 학생기자
중국 고문헌의 짐새 기록 /사진제공=이주창 학생기자

동아시아의 전설 속 동물 중 ‘짐새’라는 새가 있다. 중국의 여러 고문헌에서부터 조선시대<조선왕조실록>의 기록까지 동아시아의 여러 문서에서 짐새는 동일한 내용으로 서술돼 있다. 문헌을 통해 전해지는 짐새는 중국 광둥성에 주로 서식했으며, 짐새가 날면 그 아래의 식물들이 모두 말라 죽었다고 한다. 살모사를 비롯한 뱀이 주식이었기 때문에 온몸에 강한 독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맹독을 가진 짐새의 피와 깃털은 물이나 술에 타 사약을 만드는 데 사용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그림으로 남아있는 짐새의 모습은 현존하는 조류 중 뱀잡이수리와 유사하다. 뱀잡이수리는 수리목의 맹금류로 전 세계 생물종의 멸종 위험성을 9개 범주로 평가하는 국가적색목록 평가에서 야생에서 절멸 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큰 취약(VU) 등급으로 분류되는 종이다. 뱀잡이수리 역시 긴 다리로 뱀을 손쉽게 사냥하는 포식자이지만, 짐새의 묘사처럼 체내에 독을 지니고 있지는 않다.

짐새는 실존했는가

두건피토휘의 모습 /사진=이주창 학생기자
두건피토휘의 모습 /사진=이주창 학생기자

남북조시대 이전까지 문헌에서 지속해서 짐새의 기록을 발견했음에도 매우 오랫동안 조류 중에서는 독을 가진 ‘유독종’이 보고되지 않았었기 때문에 짐새 역시 실존하는 동물에 상상력을 덧붙여 만들어낸 이야기 속 생명체라고만 여겨졌다.

그러나 2004년, 과학 학술지 미국립과학원회보(PNAS)를 통해 최초로 독을 가진 조류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보고됐다. 그 주인공은 때까치딱새과의 ‘두건피토휘’이다. 두건피토휘는 직접적으로 독을 만들어내지는 못하지만, 독을 체내에 저장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잡식성의 조류인 두건피토휘는 독충인 코레신(Choresine)속 딱정벌레를 먹고 먹이의 맹독을 저장해서 사용한다.

두건피토휘에서 검출되는 바트로코톡신(Batrachotoxin)은 극소량 만으로도 마비 및 심부전증을 일으키는 자연계에서 동물이 합성하는 가장 강력한 독이다. 두건피토휘는 저장한 독을 피부와 깃털로 배출해 외부 기생충을 없애고, 포식자로부터 자신을 보호한다. 맹독을 저장하고 이용하는 독조, 두건피토휘의 등장으로 학계에서는 짐새가 ‘실존했었으나 멸종해서 사라진 종’일지도 모른다는 관점이 나타났다.

그 근거로는 짐새에 관한 서술과 유사한 생태를 가진 종이 발견된 것 외에도 짐새의 주 서식지로 기록된 중국 지역에서 많은 종이 멸종하고 있다는 점이 있다. 지난 8월 영국 런던동물학회와 중국과학원 소속 연구진은 국가적색목록 평가 취약(VU) 종인 듀공이 중국에서 멸종했음을 발표한 바 있다.

<봉신연의> 등에서 신수로 묘사되던 사불상은 약 150년간 멸종상태였고, 세계적으로 절멸 위급(CR) 종인 남중국호랑이는 1960년대만 해도 많은 수가 서식했으나 중국 정부가 해로운 짐승으로 규정한 이후 개체 수가 확인 불가능한 상태에 이른 사실상 멸종상태다.

이 밖에도 약재 및 모피로 사용하기 위한 밀렵으로 개체수가 급격히 감소한 설화 속 ‘손오공’의 모델 황금들창코원숭이, 맛있다고 알려진 후 무분별한 남획으로 멸종위기에 처한 검은머리촉새 등 수많은 종이 멸종에 빠르게 다가가고 있다. 이대로는 조만간 동아시아 생태계의 다양성이 무너지고 현존하는 종들이 몇 년 뒤에는 모두 전설로만 남을지도 모를 일이다.

다음 세대에 남겨줘야 하는 것은

뱀을 사냥하고 있는 뱀잡이수리 /사진=이주창 학생기자
뱀을 사냥하고 있는 뱀잡이수리 /사진=이주창 학생기자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2017년 기준 267종을 멸종위기 야생동물로 지정하고, 종 보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멸종위기 야생동물 목록은 5년마다 개정되는데 환경부는 올해 개정안에서 15종을 추가한 282종을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할 계획이다. 개정안에서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 8종, Ⅱ급 7종이 추가된다. 멸종위기종 목록의 추가는 우리에게 경각심을 가지고 최선의 대책을 세우라는 것을 시사한다.

멸종위기종 개체수 감소 및 생물다양성 감소는 우리나라나 동아시아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라 전 세계적 위기이다. 우리나라는 산업화와 산림녹화를 동시에 달성한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려운 국가인 동시에 70년간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고 그대로 보존된 생물다양성의 보고, 비무장지대를 가지고 있는 국가다. 오늘날 대한민국은 국제사회의 리더일 뿐만 아니라 지구 생태계 보호에서도 인정받는 국가로서 선봉에 나서 그 책임을 다할 것을 요구받고 있다.

우리는 아직 짐새가 실존한 종이었는지 아니면 동아시아에 널리 퍼졌던 설화 속 동물 중 하나였을지 알 수 없다. 그러나 만약 짐새 뿐만 아니라 용, 인어, 손오공과 같은 전설 속 주인공들이 인류와 함께 실존했었으나 멸종하고 문헌 속 글자 몇 자만이 남았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정말 가슴 아픈 일이다. 오늘 우리가 살아가는 지구의 환경도 다음 세대에게는 선조들의 문헌 속 글자로만 남아있을지 모르는 일이다.

현재 지구에서 일어나고 있는 생태계 파괴는 상상이 아닌 현실이다. 성경의 아마겟돈, 북유럽 신화의 라그나로크 등과 같이 많은 신화가 마지막 장에서 종말로 끝맺음을 짓는다. 지금 우리가 쓰고 있는 인류의 전설만큼은 결말이 달랐으면 한다. 오늘 인류는 과거와는 달리 사라지고 있는 종들의 개체수를 지킬 힘과 능력을 갖추고 있다. 먼 미래까지 이 땅 위에 살아갈 이들에게 기록과 서술이 아닌 ‘생명’을 그대로 전해줄 수 있도록 하자.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