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하여

‘환경부와 에코맘코리아는 생물자원 보전 인식제고를 위한 홍보를 실시함으로써 ‘생물다양성 및 생물자원 보전’에 대한 대국민 인지도를 향상시키고 정책 추진의 효율성을 위해 ‘생물다양성 녹색기자단’을 운영하고 있다. 고등학생 및 대학생을 대상으로 선발된 ‘생물다양성 녹색기자단’이 직접 기사를 작성해 매월 선정된 기사를 게재한다. <편집자 주>

강릉 경포 아쿠아리움에 전시된 장수거북 /사진=김초령 학생기자
강릉 경포 아쿠아리움에 전시된 장수거북 /사진=김초령 학생기자

[녹색기자단=환경일보] 김초령 학생기자 = 장수거북의 평균 수명은 150년 정도로 최대 500년까지 장수할 수 있다. 장수거북은 몸길이 1.5~2.2m, 몸무게는 500~800kg 정도로 현존하는 모든 거북 중에서 가장 큰 종이다. 바다거북은 원래 태평양, 대서양, 인도양 등의 열대, 아열대 바다에 살지만 드물게 대한민국의 서해와 남해에서도 발견된다. 심지어 북극권에 가까운 해역에서 목격되는 일도 있어서 대서양, 인도양, 태평양의 냉대 해역까지도 서식 범위가 넓다고 볼 수 있다.

장수거북은 최대 1280m까지 잠수할 수 있으며, 시속 35.3km/h까지 헤엄칠 수 있어 기네스북에서도 가장 빨리 헤엄치는 거북으로 등록돼 있다. 장수거북의 몸은 전체적으로 유선형으로 돼 있으며, 다른 바다거북에 비해 큰 앞발을 가지고 있어 이들보다 효율적으로 헤엄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깊게 잠수하고 가장 빠르게 헤엄치는 파충류를 묻는 퀴즈가 나온다면 바로 장수거북이라고 답하면 된다. 다른 바다거북류와 다르게 장수거북은 가죽질인 등껍질을 갖고 있어서 목의 피부가 연결돼있어서 머리를 집어넣을 수 없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거북 중 가장 으뜸’ 장수거북

장수거북의 주요 먹이는 해파리이며 해파리는 영양가가 적기 때문에 장수거북은 엄청난 양의 해파리를 먹는다. 따라서 장수거북이 해파리의 개체수를 조절하는 큰 역할을 한다는 가설도 있다. 해파리뿐만 아니라 미더덕, 멍게와 같은 피낭동물, 오징어, 조개와 같은 연체동물 등과 같이 몸이 연한 동물과 물고기도 먹는다. 장수거북은 사람을 공격하지 않는 온순한 종이지만 턱 힘은 몹시 강하니 함부로 만지려고 들면 안 된다.

장수거북의 식도에는 뾰족한 가시가 여러 개 붙어있는데, 이 가시들은 장수거북이 먹은 먹잇감을 붙잡는 용도로 쓰인다. 하지만 해안가를 통해 유입되는 비닐봉지와 같은 쓰레기들은 장수거북이 해파리로 착각해 먹게 되는데 이것이 식도에 걸려 장수거북을 죽음에 이르게 만들기도 한다.

파충류는 체온을 스스로 유지하지 못하고 외부 온도에 따라 체온이 변하는 변온동물이다. 하지만 특이하게도 파충류인 장수거북은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다. 장수거북의 거대한 크기가 체온이 빠져나가는 걸 막아줌으로써 체온을 주변의 온도보다 높은 18°C로 유지 시켜주기 때문이다. 이를 ‘거대항온성’이라고 하는데, 장수거북뿐만 아니라 바다악어와 같은 대형 파충류들도 이러한 성질을 가지고 있다.

다른 바다거북류처럼 장수거북 또한 멸종위기에 처해 있다. 2013년 이전에는 IUCN 적색 목록에서 높은 멸종위기 단계인 위급(CR, Critically Endangered: 야생에서 절멸할 가능성이 대단히 큼)까지 간 적이 있었지만 2013년 이후부터 2022년 기준 취약(VU, Vulnerable: 야생에서 절멸 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큼)으로 등급이 낮아진 상태이다. 그래도 지나친 남획과 환경오염 등으로 개체수가 점점 감소하고 있다.

우리나라 장수거북 박제와 관련된 뒷이야기

강릉 경포 아쿠아리움에 전시된 장수거북에 대한 설명 /사진=김초령 학생기자
강릉 경포 아쿠아리움에 전시된 장수거북에 대한 설명 /사진=김초령 학생기자

실제 장수거북 박제를 볼 수 있는 곳은 강릉 경포 아쿠아리움, 남양주 주필거미박물관으로 각 1점씩 전시되어 있다. 강릉 경포 아쿠아리움에 전시된 장수거북은 2001년 강릉 경포해수욕장 바위 근처에서 죽은 것을 스쿠버다이버들이 발견한 것이다. 이 장수거북은 몸길이 1.7m, 무게 300kg으로 350살 정도의 나이로 추정된다고 한다.

남양주 주필거미박물관에 전시된 장수거북은 1957년 속초 앞바다에서 뭍으로 올라오던 거북을 무장 간첩단으로 오인한 해안경비대 초소병이 총을 쏘았다. 크기가 크고 아름다웠던 이 거북은 나라에 바쳐졌고 필요한 사람에게 주라는 이승만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동국대로 넘어갔다. 그리고 생물학자인 김주필 박사가 세운 주필거미박물관에 오게 되었다는 얘기이다.

“장수거북이 사라지는 것은 곧 역사가 사라지는 것”

백악기 공룡시대부터 지구에서 살아온 장수거북은 남획과 수온 상승 등으로 멸종위기에 놓여있다. 장수거북의 대표적인 위협 요인은 알의 수거와 원양어업에 있는데 몇몇 지역에서는 이러한 요인에 의해 알의 95%가 소멸하기도 한다. 2022년 4월에는 호주 해안에 6일간 같은 장소에서만 무려 4구의 장수거북 사체가 떠밀려왔다. 장수거북은 전 세계 바다에 넓게 분포하지만, 호주 해안에서는 거의 발견되지 않는 종이라 우려가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제임스쿡대학교 해양생물학 교수 마크해만은 장수거북 죽음의 원인으로 폭풍우와 플라스틱을 꼽았다.

최근 폭풍우가 잦아진 이유는 지구의 높아진 기온으로 인해 바다에 소용돌이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플라스틱 또한 해안가에 버려진 쓰레기들이 바다로 떠밀려가 환경오염으로 장수거북과 같은 바다생물들이 죽게 된 것이다.

장수거북은 아주 오래전부터 지구에 살아왔다. 장수거북이 사라진다는 것은 곧 살아있는 지구의 역사가 사라진다는 것과 같다. 지구와 후손들을 위해서 살아있는 역사를 지키기 위한 노력을 바로 우리부터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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