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 극단적인 성비 불균형을 만들어내는 지구온난화

‘환경부와 에코맘코리아는 생물자원 보전 인식제고를 위한 홍보를 실시함으로써 ‘생물다양성 및 생물자원 보전’에 대한 대국민 인지도를 향상시키고 정책 추진의 효율성을 위해 ‘생물다양성 녹색기자단’을 운영하고 있다. 고등학생 및 대학생을 대상으로 선발된 ‘생물다양성 녹색기자단’이 직접 기사를 작성해 매월 선정된 기사를 게재한다. <편집자 주>

푸른바다거북 사진 /사진출처=국립공원공단
푸른바다거북 사진 /사진출처=국립공원공단

[녹색기자단=환경일보] 임규리 학생기자 = 지구 평균 온도가 상승하며 세계는 다양한 기후변화를 겪고 있다. 온실가스의 농도가 높아짐에 따라 지구온난화가 진행되는 속도 또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이런 기후 위기는 생물종 다양성의 감소로 이어진다. 2019년 유엔보고서는 지구에 존재하는 800만 종의 생물 중 100만 종이 기후변화로 인해 멸종위기에 처해있다고 밝혔다. 또 세계 자연보전연맹(IUCN)은 전 세계 멸종위기종의 약 19%가 기후변화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기후변화가 생물들에게 주는 영향은 다양하다. 서식지 파괴와 먹이 감소 등으로 생존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지만, 생물의 생리에 변화를 주는 방식으로 간접적인 영향을 주기도 한다. 포유류와 다르게 일부 어류와 대부분 파충류는 알둥지 온도에 따라 성별이 결정된다. 그런 특성을 가진 동물들은 지구온난화로 인해 성비 불균형 문제를 겪으며 개체 수가 감소하는 상황에 부닥치기도 한다.

바다거북과 악어의 멸종위기

기후변화로 인한 성비 불균형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바다거북이 있다. 거북은 알이 부화할 때 온도에 따라 성별이 결정된다는 특성을 가진 동물이다. 구체적으로는 알 주변 온도가 28도를 기준으로 더 낮을 때는 수컷이, 더 높을 때는 암컷이 태어난다.

지구온난화가 심화되고 있는 최근에는 산란지인 모래 해변의 온도가 높아지며, 거북의 심각한 성비 불균형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2018년 세계자연기금 호주 지부와 미국 해양대기청 등의 공동 연구(‘환경 온난화와 바다거북의 암컷화’)에 따르면 호주의 그레이트배리어리프에서 태어난 푸른 바다거북 새끼의 성비가 암컷 116마리당 수컷 1마리로 나타났다.

그뿐만 아니라 이미 성체가 된 바다거북 중 암컷 비율도 86.8% 이상으로 높게 나타났다. 연구 시점보다 20여 년 전부터 성비 불균형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레이트배리어리프에 서식하는 푸른 바다거북의 성비가 1990년대까지 6대1 수준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성비 불균형이 지속해서 심화되어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2019년을 기준으로 섬나라인 카보베르데에서 새로 태어난 붉은바다거북 중 암컷이 84%인 것으로 밝혀졌으며, 20~30년 이내에 수컷이 완전히 사라져 더 이상 번식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카보베르데는 붉은 바다거북의 최대 번식지 중 하나이므로 그곳에서 나타난 성비 불균형은 붉은 바다거북의 멸종위기를 암시한다고 할 수 있다.

악어 또한 기후변화의 영향을 받고 있다. 악어류는 둥지 온도가 32.5~33.5도 사이일 때는 대부분 수컷으로 태어나지만, 그 이상이나 이하일 경우에는 주로 암컷으로 태어난다. 악어는 상위 포식자로서 생태계 내에서 먹이 개체군을 통제하는 역할을 한다. 수컷 거북의 수가 줄어들었듯 악어의 성비가 편향된다면 개체 수의 감소로 이어지고 자연계 전체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성비 불균형으로 인한 멸종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

2020년 9월 푸른바다거북 방류 현장 사진제공=해양수산부
2020년 9월 푸른바다거북 방류 현장 사진제공=해양수산부

다양한 연구와 조사를 통해 생물들의 성비 불균형 현상의 심각성이 알려지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 생물종 다양성을 보존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

카보베르데의 붉은 바다거북을 대상으로 연구한 영국 엑스테대 연구팀은 지형적으로 조금 더 낮은 온도의 환경을 제공하는 레퓨지아에 대해서 꾸준한 연구를 진행하는 중이다. 레퓨지아란 대륙 전체의 기후변화기에도 상대적으로 기후변화가 적어서 다른 곳에서는 멸종된 생물이 생존할 수 있는 지역을 말한다. 레퓨지아를 연구함으로써 기후변화로 인한 생물종 다양성 감소에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호주에서는 야생동물 보호단체 세계자연기금(WWF) 호주 지부 활동가들이 ‘거북 냉각 프로젝트’를 시행했다. 밀맨 섬 해변에 있는 푸른바다거북의 알 1262개를 그늘로 옮겨 새끼 거북의 생존율을 높이고 개체 수를 보전하고자 하는 노력이었다. 그 결과로 새끼 바다거북 생존율이 높아졌으며 수컷 중 80%가 이 프로젝트의 도움으로 태어난 것으로 밝혀졌다.

우리나라에서도 바다거북 증식연구를 추진하여 종 복원과 개체수 회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14년부터 해양환경공단과 아쿠아플라넷 여수가 협력해 바다거북 증식연구를 추진했으며 2017년에 푸른바다거북을, 2018년에 매부리바다거북을 성공적으로 인공 부화시켰다.

해수부와 아쿠아플라넷 여수는 2017년부터 2020년까지 96마리의 푸른바다거북과 8마리의 매부리바다거북을 방류했고 그중 푸른바다거북 일부가 제주에서 방류되어 베트남 해안에 정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은 야생개체군 회복을 위한 노력이 유의미한 결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으로써 꾸준한 보전 노력의 필요성을 시사한다.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