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플랫폼 독점 풀고 통신인프라 안보 구축해야

지난 15일 오후 3시 30분쯤 A씨는 모 유명 카페에서 친구와 커피를 마시다가 다시 한 잔을 더 주문하려고 카카오톡(이하 카톡) 선물함을 열려 했지만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조금 전까지 문제없던 카톡이 갑자기 먹통이 된 것이다. 몇 번을 시도하다가 결국 포기했는데 주변에 적지 않은 이용자들이 비슷한 상황에 처한 것을 알게 됐다.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카톡이 작동을 멈춘 것이다.

카톡과 연동되는 모든 서비스가 정지하면서 그동안 당연시했던 일상이 ‘블랙 아웃’ 되는 사상 초유의 상황이 벌어졌다.

실시간 무료로 편하게 이용하던 문자나 전화는 물론이고, 택시이용·송금 및 결제·선물 주고받기·웹툰 등의 주요 서비스도 끊어졌다.

택시요금을 받지 못하고, 음식값을 지불하지 못하고, 가상화폐를 제때 팔지 못하는 등 피해가 속출하면서 많은 시민들은 혼란에 빠졌다. 카카오에 대한 의존도가 이 정도까지였나 하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민간뿐만 아니라 정부가 제공하는 각종 서비스들을 손쉽게 이용할 수 있다고 자부하던 초연결사회가 한순간 ‘먹통 사회’로 전락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이번 사고의 직접적 원인은 인프라 안전에 대한 대책 미흡을 꼽을 수 있다. 화재는 데이터센터 지하 3층 전기실에 보관 중이던 예비용 리튬이온 배터리인 에너지 저장장치(ESS)에서 시작됐다.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제품으로 노트북이나 스마트폰 등에 사용되는데 분리막이 손상되면 양극과 음극이 만나 과열되면서 화재나 폭발이 일어날 수 있다.

에너지 저장장치 화재사고는 2018년 이후 줄어들다가 올해 들어 다소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하에 배터리가 몰려있는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화재가 발생하면 진화가 어려워 반드시 지상이나 옥외로 옮기는 설치기준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사실 2018년 KT 화재 이후 2020년 5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일정 규모 이상의 서버와 저장장치 등을 제공하는 데이터센터도 관리 대상에 포함 시키는 관련법 개정을 추진했다.

그러나 카카오를 포함한 인터넷 기업들이 과도한 규제라는 이유로 반대해 무산된 바 있다.

이번 사고는 또한, 어느새 플랫폼 독점사회로 변모한 대한민국이 안고 있는 취약성을 여과 없이 드러낸 ‘사건’이라 할 수 있다. 한곳에 모든 것을 집중해 편리성을 극대화하려는 사회경향에 중대한 경고로 받아들여야 한다.

독점은 소비자의 선택에 제한을 가해 상품이나 서비스의 질이 열악해도 구매하거나 사용할 수밖에 없고, 완전경쟁시장 보다 높은 가격을 내게 한다.

앞으로 어느 기업들이 새로운 플랫폼 주자로 떠오를지, 아니면 잠깐의 해프닝으로 마감하고 카카오가 독점적 지위를 계속 누릴지는 알 수 없다.

그런데 누가 맡더라도 데이터분산과 백업체계 구축, 메인센터 외 미러링 센터 관리 등을 꼼꼼히 검토해야 한다. 구글 등 해외 유사 서비스 업체들은 어떻게 훈련하고 대비하는지 검토할 필요도 있다.

자체 테스트 등 끊임없는 자기진단과 대응책 마련에 노력하고 더 나은 서비스를 위해 기술점검과 투자에도 힘쓰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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