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진 환경부장관 “수정‧보완 필요하면 재논의”

[환경일보] 환경부가 지난 6월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을 쉽게 추진할 수 있도록 원주지방환경청과 양양군, 강원도 3자가 맺은 확약서를 ‘실무자들 간 체결된 사적 계약’으로 규정하고, 재논의 의사를 밝혔다.

2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환경부 종합감사에서 “사적 계약으로 만들어진 확약서는 폐기해야 한다”는 정의당 이은주 의원 지적에 대해,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앞으로 수정·보완이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협의당사자인 원주지방환경청장으로 하여금 강원도, 양양군과 재논의하도록 하겠다”고 답변했다.

이은주 의원이 원주지방환경청으로부터 제출받은 환경영향평가서 세부이행방안 관련 법률자문 결과보고에 따르면, 해당 확약서는 “실무자들 당사자 간의 합의인 것으로 이해되며, 권익위의 조정절차에 따라 성립된 것이 아니므로, 이는 권익위법에 따른 조정으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 같은 법률자문은 지난 4일 환경부 국정감사에서 “권익위가 제안해 확약서를 작성했다”, “환경영향평가서 등에 관한 협의업무 규정 제18조에 따라 의견 청취하는 과정에서 작성된 것”이라는 한화진 장관의 답변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이날 종합감사에서 이은주 의원은 “환경부가 확약서에 대한 법적 성격을 계속 바꾸고 있다. ‘권익위가 중재 제안한 것’, ‘환경영향평가서 협의규정에 따라 작성된 것’이라고 답변하더니, 이제는 사적계약이었다고 답변하고 있다”며 “이 확약서 때문에 고발이 들어오면 빠져나갈 궁리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질타했다.

이 의원은 “1993년 환경영향평가법이 제정된 후로, 확약서가 작성된 사례는 단 한 차례도 없다고 환경부가 답했다”며 “누군가 법적근거도 없이 담당과장에게 사적계약을 체결하도록 했다면, 사적계약을 지시한 사람은 직권남용에 해당하고,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도 성립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확약서 작성 경위에 대한 감사가 필요하다. 11월까지 조사 결과를 제출하라”고 요구했고, 한 장관은 “조금 더 면밀히 살펴보고, 그 결과를 말씀드리겠다”라고 답했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앞으로 수정·보완이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협의당사자인 원주지방환경청장으로 하여금 강원도, 양양군과 재논의하도록 하겠다”고 답변했다. /사진제공=환경부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앞으로 수정·보완이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협의당사자인 원주지방환경청장으로 하여금 강원도, 양양군과 재논의하도록 하겠다”고 답변했다. /사진제공=환경부

환경영향평가 봐주기 논란 일으킨 확약서

앞서 원주청과 양양군, 강원도 등은 국민권익위원회 주재로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 환경영향평가 재보완 요구사항에 대한 이행방안과 범위를 정하는 실무회의를 5차례 진행한 뒤 지난 6월28일 확약서를 작성했다.

확약서에는 환경영향평가서 조사 방법을 완화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예컨대 시설안전대책의 경우 애초 원주청이 양양군에 2차 보완을 요구한 내용은 ‘지주 및 건축물 최상단 높이에서의 풍속 및 풍향을 실측하라’고 돼 있다.

실제 케이블카 건설 예정지 노선은 골과 골 사이에 위치해 강한 바람의 영향을 받는다.

케이블카 운영 중단 조건인 초속 15m 이상 되는 날이 95일가량 되기 때문에 안전·경제성 문제를 따져보기 위해서는 반드시 지주 및 건축물 최상단 높이에서의 풍속·풍향 실측이 필요하다.

하지만 확약서 상에는 ‘설악산AWS 풍속자료를 바탕으로 상부정류장 인근 풍속 확인 및 그에 따른 방안 또는 결과 제시’로 완화됐다.

또 ‘설악산 AWS자료만으로 수치모델링이 불가능할 경우 (국립공원)공단에서 측정한 자료를 제공 받아 수치모델링 실시하라’고 돼 있다. 이 또한 국감 과정에서 국립공원공단의 측정 자료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환경부는 확약서와 관련한 합의 사례가 없다고 밝혔다. /자료제공=이은주 의원실
환경부는 확약서와 관련한 합의 사례가 없다고 밝혔다. /자료제공=이은주 의원실

상부 정류장 위치를 사업자가 변경하도록 허가하는 내용도 들어갔다. 환경영향평가법에 의한 절차도 아닌 확약서를 통해 환경부가 무리하게 케이블카 허가를 내주려 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확약서에선 산양 및 포유류 분포조사 방법도 대폭 완화됐다.

2차 보완내용에는 산양에 대해 ‘무인센터 카메라 및 현장조사(잠자리터, 분변터, 뿔질, 털 등)를 병행 실시하라’고 돼 있었지만, 확약서 상에는 카메라 조사를 제외하면서, 그 외의 멸종위기종 조사는 ‘산양 현장 조사와 병행’으로 돼 있다.

산양 현장조사에 카메라 조사가 제외됐기 때문에, 그 외 멸종위기종 조사에서도 카메라 조사가 제외된 것이다.

이은주 의원은 이번 환경부 및 소속·산하기관 국감과정에서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확약서가 사업자의 편의를 봐주기 위해 위법하게 작성됐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 의원은 “법적근거도 없고 사적계약에 의해 작성된 확약서는 폐기돼야 한다”며 “환경부는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환경영향평가 재보완서 검토를 원칙적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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