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지는 페인트 칠한 조림표시봉 ‧‧‧ 토양‧산나물‧상수원 등 오염 유발
친환경 페인트 쓴다지만, 자연분해되지 않는 중금속 등 화학물 집합체
산림청 “오염문제 인지 대체재 마련 계획 중‧‧‧ 토양조사 진행은 아직”

매년 국토의 1만2000~1만3000헥타르 규모에서 ‘2만7000리터’의 페인트가 사용 및 방치되고 있다. /사진제공=제보자
매년 국토의 1만2000~1만3000헥타르 규모에서 ‘2만7000리터’의 페인트가 사용 및 방치되고 있다. /사진제공=제보자

[환경일보] 김인성 기자 = 우리나라에서 해마다 1만2000~1만3000㏊ 규모로 진행하는 경제수 조림에 카드뮴, 납, 니켈 등 유해한 물질이 함유된 페인트 2만7000리터가 별다른 조치 없이 전국 산림에 버려지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산림청은 국토의 65%를 차지하는 산림을 보다 효율적인 자원으로 만들기 위해 향후 20년간 산림정책의 비전과 장기전략을 제시하는 ‘산림기본계획’을 수립하고, 그에 따라 매년 ‘산림자원분야 사업계획’을 수립해 조림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매년 시행되는 조림사업 중 70% 이상을 경제림 조성에 집중하고 있으며, 연간 축구장 약 1만5000개에 해당하는 1만2000~1만3000㏊ 규모에서 오래된 나무의 산림을 벌채하고 적합한 수목을 선정해 경제수 조림 사업을 진행 중이다.

심각한 오염 문제는 여기에서 발생한다. 소묘(작은 묘목)의 경우 식별의 어려움 등으로 풀베기 작업 간에 절단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식재된 소묘 옆에 ‘조림표시봉’을 설치토록 하고 있다.

키 작은 묘목을 심게 되면 풀이 먼저 자라 묘목이 받을 햇빛을 가리게 되는데, 풀베기를 할 때 어린 모묙이 다치지 않도록 조림 시 상부 50cm 흰색 페인트를 도색한 대나무 표시봉을 꽂아놓는다.

산지에 빼곡히 꽂혀 있는 조림표시봉의 모습
산지에 빼곡히 꽂혀 있는 조림표시봉의 모습
친환경 페인트라 할지라도, 페인트 자체는 천연소재가 아닌 이산화타이타늄, 아크릴에멀션, 미량의 중금속, 각종 화학 첨가제 등 자연 분해되지 않는 화학성분들로 이뤄져 있다.
친환경 페인트라 할지라도, 페인트 자체는 천연소재가 아닌 이산화타이타늄, 아크릴에멀션, 미량의 중금속, 각종 화학 첨가제 등 자연 분해되지 않는 화학성분들로 이뤄져 있다.

이렇게 페인트 칠해진 대나무 표시봉은 매년 회수되지 않고 숲에 버려지고 있으며, 한해 전국 조림면적과 페인트 칠한 표시봉으로 인한 전체 환경오염량은 가볍게 볼 수 없는 수치다.

국내 연평균 경제수 조림면적을 약 1만2500㏊로 산정할 때, 1㏊당 3000본의 묘목을 식재하면 약 3750만본의 묘목이 식재되며 ‘표시봉’ 또한 같은 수량인 3750만개가 소요된다.

페인트 18리터 한통으로 2만5000개의 대나무를 도색하기에 약 1500통인 ‘2만7000리터’의 페인트가 사용되는 셈이다.

산림청에서는 조림표시봉에 사용하는 페인트를 친환경성 흰색 수성페인트를 사용하도록 하고 있지만, 페인트 자체는 천연소재가 아닌 이산화타이타늄, 아크릴에멀션, 미량의 중금속, 각종 화학 첨가제 등 자연 분해되지 않는 화학성분들이 함유돼 있다.

박훈 가톨릭관동대 의학산업연구 교수는 “이러한 자연 분해되지 않는 화학성분들이 숲에 버려져 누적될 경우, 산림토양 및 계곡으로 흐르는 수자원 오염으로 인해 산나물이나 상수원을 통한 먹는 물도 안심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반면 교량의 경우에는 상수원 보호를 위해 페인트칠이 필요 없는 ‘무도장 특수강교‘로 건설되고 있다.

상수원 보호를 위한 ‘페인트칠이 필요없는’ 무도장 특수강교

박 교수는 “숲을 조성한다는 명목 하에 잘 느껴지지 않은 부분으로 치부하는 페인트로 오염된 ‘표시봉’의 방치는 산림 환경을 훼손하고 오염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며 “반드시 해결방안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친환경 수성 페인트 기준이 적용되지 않은 시기인, 2018년 경기도 양평 일대에 설치된 조림표시봉 정밀분석에서는 비소, 카드뮴, 크로뮴, 납, 니켈 등 매우 유해한 물질이 다수 검출되는 충격적인 결과가 밝혀졌다.

비소화합물은 방부제·살충제·살서제 등에 쓰이는 등 독성이 매우 강한 물질이다. 카드뮴은 독성이 매우 큰 물질로 이타이이타이병을 일으키고, 크롬, 납, 니켈 등 모두 독성이 강한 물질로 과거부터 사용된 비친환경 페인트 조림표시봉으로 인해 더욱 심각한 토양의 환경오염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경기도 양평 일대에서 가져온 조림표시봉에 대한 정밀분석 결과 /자료출처=한정애 의원실
경기도 양평 일대에서 가져온 조림표시봉에 대한 정밀분석 결과 /자료출처=한정애 의원실

한정애 의원(전 환경부 장관)은 “국토를 친환경적이고 안전하게 관리하기 위해서라도 산림청이 오랜 기간 소묘 조림지로 이용한 곳을 확인 및 특정해서 해당 지역에 대해 토양오염조사를 할 필요가 있다”며 “조림 표시봉을 앞으로도 계속 사용해야 한다면 조림표시봉 페인트 사용을 금지하고 좀 더 친환경적인 방안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오래 전부터 지적했다. 

이처럼 별도의 산림 토양오염도 조사 및 보다 친환경적 조림표시봉이 필요하다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지만 산림청은 몇년째 별다른 개선 방안이 없는 상황이다.

산림청 역시 페인트에 대한 유해성을 인지하고 있었다. 산림청 관계자는 “조림표시봉의 페인트 문제에 대해 알고 있고, 대체재에 대한 의견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어린 묘목 옆에 꽂혀 있는 조림표시봉. 산림청에서는 아직까지 조림표시봉 페인트에 대한 마땅한 개선책 마련 및 시행에 나서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조림표시봉 관련 토양오염조사에 대해서 산림청 담당자는 “친환경 페인트로 기준이 바뀐 이후 별도로 진행된 적이 없는 것 같다“며 “그 이전에도 오염조사를 했는지 파악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표시봉으로 인한 환경오염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산림이 우리에게 가져다준 공익적 효과는 대기정화, 산림정수, 토사 유출 방지, 토사 붕괴 방지, 산소생산, 이산화탄소흡수, 산림휴양, 동물보호, 산림경관, 산림치유, 산림생물 다양성 보전 등 다양하다.

산림을 지키고 환경을 보호해야 하는 산림청이 오히려 산림을 훼손하고, 오염 확산을 방치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만큼 산림청의 보다 적극적인 개선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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