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에 1개’ 일회용 마스크 사용 악순환, 담배꽁초 수거·재활용 막혀
다이옥신·나노플라스틱 등 문제 알지만 대책 전무··· 시민 관심 모아져야

쓰고 버린 일회용 마스크가 소각, 무단 투기되는 과정에서 환경과 건강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쓰고 버린 일회용 마스크가 소각, 무단 투기되는 과정에서 환경과 건강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환경일보] 최용구 기자 = 코로나 바이러스가 장기화되는 만큼 다양한 형태의 폐기물이 늘어나면서 일명 ‘코로나 트래시(trash)’의 위해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김혜경 안산녹색소비자연대 국장은 1일 서울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대한환경건강학회 학술대회에서 “일회용 마스크로 인한 악순환의 고리에 빠졌다”라며 “감염병 예방을 위해 쓰고 버린 일회용 마스크가 소각 및 무단 투기되는 과정에서 환경은 물론 건강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은 “세균의 노출이란 점에서 일회용품 사용이 다회용기 대비 안전하다는 식의 생각은 오히려 우리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플라스틱 쓰레기의 증가 속도는 국내에서 발생되는 전체 쓰레기 평균을 훨씬 웃돈다. 지난 2020년 한 해 플라스틱 발생량은 960만톤을 기록, 10년 전(2010년, 약 488만톤) 양을 이미 2배가량 넘겼다.   

코로나 유행으로 사용량이 급증한 일회용 마스크 또한 여기에 한몫한다. 국민생각함 설문(2021. 1. 18~2021. 2. 14)에 따르면 국민들은 2.3일마다 1개의 마스크를 쓰는 걸로 나타났으며, 사용한 마스크는 그대로 소각되거나 생활 및 여행지 주변에 버려지는 걸로 파악됐다. 

일회용 마스크가 매립될 경우 썩는 데 약 450년이 걸린다는 연구 결과에서 보듯 환경적 영향은 막대하다. 마스크 생산 과정에서 하루에 배출되는 국내 온실가스가 1000톤에 이르는 사실도 알려진 바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인증받은 KF 마스크의 주성분은 플라스틱 재질인 폴리프로필렌(PP)이기 때문에 소각 처리하는 과정에서 다이옥신(WHO 1급 발암물) 배출이 불가피하다.  

흡수된 다이옥신이 암을 유발하거나 기형아 출산 및 호르몬 장애를 일으키는 등 건강상의 문제를 야기할 거란 불안이 가시기 힘든 이유다. 토양과 하천에 녹아들 경우 생태계 파괴를 유발해 인간에게 되돌아올 것도 생각해야 한다. 

지난 2020년 1월21일부터 이듬해 1월20일까지 국민신문고에 접수된 일회용 마스크 관련 민원은 총 988건이었다. 그중 대부분은 청소 등 관리대책 요구나 불법투기 및 소각 행위 신고였다. 

민원 대부분이 ‘마스크 소각’ 신고  

올해 4월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 연구팀은 일회용품 사용에 경각심을 불러올 만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NIST 연구진이 저널 ‘Environmental Science and Technology’에 게재한 논문에는 일회용컵과 식품용 나일론 봉지에서 리터(L)당 ‘조 단위’의 나노플라스틱 조각이 용출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지름이 100nm(나노미터, 1nm=100만분의 1mm) 미만인 플라스틱을 일컫는 나노플라스틱은 미세플라스틱(지름 5mm 미만)을 넘어서는 미세한 영역이다.           

지난 11월1일 서울 더케이호텔에선 대한환경건강학회 학술대회가 열렸다. /사진=최용구 기자 
지난 11월1일 서울 더케이호텔에선 대한환경건강학회 학술대회가 열렸다. /사진=최용구 기자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은 “미세플라스틱에 대한 우리의 접근 방향이 바뀌어야 함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대한환경건강학회는 코로나 폐기물이 건강에 끼치는 영향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촉구하고 있다. 정혜선 대한환경건강학회장(가톨릭대학교 예방의학교실 교수)은 이날 학술대회에서 “플라스틱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뿐만 아니라 인체에 미치는 영향도 봐야 한다. 아울러 코로나를 겪으면서 마스크 사용이 불편하니까 마스크를 쓰지 않으려고 담배를 피우는 흡연인구까지 증가하고 있다”면서 “버려진 담배꽁초는 다시 우리의 건강에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발생할 다양한 환경적 요인에 대처하기 위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원 (사)에코맘코리아 대표는 “일회용품 사용 문제에 대해 보다 심층적으로 연구해야 하며 신뢰할 수 있는 근거들이 국민들에게 널리 알려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은희 을지대학교 간호대학 교수(경기도 금연사업지원단장)는 코로나 이후의 흡연증가 흐름에 주목하면서 “담배 폐기물의 유해성을 간과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담배꽁초의 유해성을 알리는 과학적 근거들은 많이 제시됐다. 담배 필터에 들어가는 셀룰로오스 아세테이트(cellulose acetate) 섬유는 대표적인 미세플라스틱이다. 담배 연기에는 ▷일산화탄소 ▷벤조피렌 ▷포름알데히드 ▷아크롤레인 ▷벤젠 ▷아세트알데히드 등 2000여 종의 독성 화학 물질이 함유돼 있다. 

버려진 담배꽁초는 물환경에 치명적이다. 미국 식품의약청(US EPA), 국제 암 연구소(IARC) 등이 발암유발 물질로 분류한 니트로사민(Nitrosamine)에 따른 수질오염이 대표적이다. 

빗물받이에 버린 담배꽁초에서 용출된 니트로사민이 물속으로 침투해 독성을 일으킨 숱한 사례가 여러 학회지에 보고됐다. 

빗물받이 속 담배꽁초 /사진출처=(사)자연의벗연구소
빗물받이 속 담배꽁초 /사진출처=(사)자연의벗연구소

물속에 녹아드는 ‘니트로사민’  

환경부는 지난해 2개 기관(강북구청, 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과 함께 ‘담배꽁초 회수·재활용 시범사업’에 착수했다. 회수된 담배꽁초의 플라스틱 필터 부분은 재활용제품 제조에 쓰고 종이·연초는 소각시켜 열을 회수하는 내용이다. 본 시범사업은 올해 상반기까지 9개월 여간 진행되다 끝났다. 

환경부 자원재활용과 관계자는 “담배꽁초를 수거하는 과정에서 비용이 과다하게 투입되는 어려움이 있었다. 사업을 확대 진행하려면 그에 따른 예산이 추가로 있어야 한다”라며 “재활용 체계 구축까지는 더 검토가 필요한 것으로 결론이 났다”고 밝혔다. 

황세라 미래소비자행동 부산경남지부 부장은 “결국 일상 속 시민 활동에서 시작해야 한다”라면서 “버려진 일회용 마스크는 창틀 먼지제거에 효과적이고 방향제의 포장용기로도 얼마든지 재활용이 가능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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