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핼러윈 참사’, 슬픔 나누고 대책 서둘러야

핼러윈데이를 이틀 앞둔 지난 10월 29일 밤 10시15분쯤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참사가 벌어졌다.

10만 명이 넘는 인파가 몰린 상태에서 해밀톤 호텔 옆 골목길에 사람들이 엉키며 156명이 압사하고 150여명이 다치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했다.

사망자 대부분은 20대였는데 여성이 두 배 정도 많았다. 희생자 중에는 고등학생 등 10대 4명과 외국인 26명도 포함됐다.

사고가 난 골목은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1번 출구에서 호텔 뒤편 세계음식문화거리 방면 오르막길로 길이 40m, 폭 3.2m의 짧고 좁은 구간이었다.

이 길 위쪽과 아래쪽에서 동시에 사람들이 몰렸는데 위쪽에서 사람들이 쓰러지면서 아래 깔리거나 사람 사이에 끼어 압사하는 끔찍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도 내용을 모르는 사람들은 계속 밀려들었고 또 넘어지면서 6~7겹으로 사람들이 엉켰는데 이 과정에서 몸집이 작고 약한 여성들의 피해가 더 컸다.

사고 신고를 접한 경찰과 소방당국이 현장으로 출동했지만, 워낙 많은 인파와 차량으로 인해 구조는 신고 후 거의 1시간이 지나서야 가까스로 시작될 수 있었다. 심폐소생술 등 위급 환자를 구조할 수 있는 ‘4분’이라는 골든타임을 한 참 넘긴 것이다.

경찰과 소방대원뿐만 아니라 많은 시민이 골목 여기저기서 필사적으로 심폐소생술(CPR)을 실시했지만 별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어떻게 이런 사고가 대한민국 수도 한복판에서 벌어졌는지 아무리 곱씹고 되씹어도 기막힐 뿐이다.

사고가 발생한 골목은 세계음식문화거리와 T자형으로 만나는 형태로 평소에도 사람이 몰리는 곳이었다.

경사도는 10% 정도로 높아 위쪽에서 많은 사람이 동시에 이동한다면 사고 가능성이 높아 인근 상인들도 평소 우려했다고 한다. 예견된 사고였다는 것이다.

이번 사고를 겪으며 특정 주최기관이 없는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고도 예방하기 위한 지침이 요구되고 있다. 안전평가를 포함한 ‘인파관리 매뉴얼’이 시급해 보인다.

매뉴얼에는 먼저, 밀집도 기준이 포함돼야 할 것이다. 1㎡ 당 5명이 넘는 경우 진입금지, 분산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

또 밀집도가 어느 수준을 넘어서면 일방통행로를 설정해 사람이 엉키지 않게 해야 한다. 이 방법은 미국 등 몇몇 국가에서 시행하고 있는데 대규모 인원이 몰릴 때 효과적인 수단으로 평가되고 있다.

주최기관이나 주최자가 없는 행사의 경우 현장 예방 대응의 책임을 기초지방자치단체에 부여하도록 현행 재난안전법을 개정할 필요도 있다.

일정 범위 내 행사소음도 규제해 주변에서 사람이 쓰러지는 등 사고를 인지하고 신속한 대응이 가능케 해야 한다.

학교, 공무원 등 공교육이나 공익광고를 통해 비상시 행동요령과 심폐소생술 등을 학습·확산시키는 일도 지속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이번 사고는 국가적 슬픔이며 참변이다. 꽃같이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젊은이들을 추념하고 엄청난 충격에 빠진 유족들을 위로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리고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원인을 분석하고 철저히 대책을 세워야 한다. 또다시 가슴이 먹먹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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