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하이닉스, 금융투자·세금 혜택 등 정책 지원 부실 토로
CDP위원회 아·태 책임 “탄소시장 메커니즘 혁신 민·관 협업 필수”

삼성전자는 지난 9월15일 RE100 등의 이행 계획이 담긴 새로운 환경경영 전략을 발표했다. 사진은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이 입주한 고덕 국제화계획지구 일반산업단지 /사진출처=경기도
삼성전자는 지난 9월15일 RE100 등의 이행 계획이 담긴 새로운 환경경영 전략을 발표했다. 사진은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이 입주한 고덕 국제화계획지구 일반산업단지 /사진출처=경기도

[킨텍스=환경일보] 최용구 기자 = 필요 전력의 100%를 신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RE100은 국가가 밀든 그렇지 않든 기업의 필수가 됐다. 기업이 RE100을 따르는 배경엔 새로운 무역장벽으로 작용할 거란 우려가 존재한다. 그보다 앞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배출량 감축이라는 대전제가 있다.    

무역장벽을 피하고 고객의 요구에 대응해야 하는 기업들이 내는 제도 개선의 목소리는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지난 2일 산업통상자원부가 킨텍스에서 주최한 ‘2022 산업계 탄소중립 컨퍼런스’에 나온 기업 관계자들은 정부에 메시지를 보냈다. 

국내 대기업은 2050 탄소중립 및 RE100의 조기 달성이란 포부를 말하면서도 우리들만의 노력으론 불가능하다고 했다. 금융지원과 세제혜택, 시민사회의 협조 등을 반복해 강조했다.

해외 기업들은 구체적인 애로점을 밝히진 않았으며 ‘환경을 최우선에 두고 있다’거나 ‘충분히 신경을 쓰고 있다’는 식으로 자사를 치켜세웠다.

기업들이 신재생에너지를 늘려갈 해법은 직접 발전시설을 짓거나 REC(공급인증서)를 구매하는 것이다.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와 PPA(전력구매계약)를 체결하는 방법도 있다. 

현재 삼성전자 등 국내 대기업 대부분은 REC를 구매하는 식으로 해외 사업장에서 배출된 온실가스를 상쇄하며 RE100에 대응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REC 대신 PPA의 활용 비중을 높이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황호송 삼성전자 상무는 이날 컨퍼런스에서 “대규모 PPA 프로젝트를 빨리 발굴해 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 9월15일 삼성전자는 2050년까지의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새로운 환경경영 전략을 발표했다. 

대규모 PPA 프로젝트 난항

당장 올해 안에 서남아시아와 베트남 지역 사업장을 신재생에너지 100%로 전환하고 2025년엔 중남미까지 확대한다는 구상을 세웠다. 이어 동남아·아프리카 사업장을 거쳐 2027년에 이르러선 CIS(이미지센서), 가전·모바일 등 DX(Device experience) 전 부문을 100% 전환하는 로드맵을 그렸다.

삼성전자는 재생에너지 확보를 위한 제도와 인프라 여건이 지역별로 다르기 때문에 상황에 맞는 차별화된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했다. 반도체 생산라인 증설로 국내 전력사용량 증가가 예상되고 있다는 점을 주요 변수로 들었다. 

황호송 삼성전자 상무는 “우리가 이번에 새로운 환경경영 전략을 선포하면서 보다 세부적인 중간목표는 발표하지 못했는데 여러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황 상무는 삼성전자 해외사업장의 경우 그 나라의 REC 가격이 국내보다 저렴한 탓에 주저없이 구입해서 RE100에 대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가격변동이 일고 있지만 예측가능한 범위에 있다고 덧붙였다.  

다른 대안인 PPA 활용에 대해선 “장기적인 대규모 PPA 프로젝트 계약을 맺고 전력을 사오고 싶어도 걸맞은 사이즈의 프로젝트가 없다”고 했다. 

지난해 삼성전자가 소비한 전력량은 총 18TWh(테라와트시)로 국내기업 중 가장 많다. 이는 우리나라 전체 가구(2100만) 전력 소비의 23%에 해당하는 양이다. 

반도체 산업이 한국경제의 버팀목이라는 배경과 중국이 반도체 굴기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공장 증설 등은 불가피하게 여겨진다.

보다 많은 전력 소비가 예측되는 상황에서 자금력을 바탕으로 신재생에너지를 사오는 방법을 우선 찾고 있지만 구매 옵션이 부족한 모양새다. 

박민철 SK하이닉스 부사장은 “앞으로 점점 많은 기업들이 RE100에 참여할수록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신재생에너지는 부족해질 수밖에 없다. 신재생에너지가 수요에 맞게 공급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고 우려했다. 

‘2022 산업계 탄소중립 컨퍼런스’가 11월2일 킨텍스에서 열렸다. /사진=최용구 기자 
‘2022 산업계 탄소중립 컨퍼런스’가 11월2일 킨텍스에서 열렸다. /사진=최용구 기자 

프리미엄 가격, 대기업도 부담 

박 부사장은 기존 RPS(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에 참여하는 발전사들이 요구하는 신재생에너지 수요를 맞추는 과정에서 이미 공급량은 소진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그는 “프리미엄 가격을 붙여야만 확보가 가능한 실정이라 비용부담이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태양광 발전사업자들과 장기계약을 하려고 해도 가격변동성 등에 대한 노하우가 부족해 과감한 추진이 어렵다”고 했다.

이날 컨퍼런스에는 베스마 알자부(Bessma AIjarbou) 애플 탄소공급책임(Head of Supplier Carbon Solutions), 원황린(Wen Huang Lin) 타이완 시멘트(TCC) 부사장 등 해외 관계자도 참석했다. 

AIjarbou 애플 책임은 “애플은 글로벌 공급망을 탈탄소화 하는 과정의 혁신을 장려하고 있다. 우리는 모든 사람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며 처음부터 환경을 중요하게 여겼다”고 말했다.

원황린 부사장은 “대만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사업자들에게 굉장히 우호적인 요금을 적용하고 있다. 우리는 환경을 신경쓰는 공학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전했다.

도날드 찬(Donald Chan) CDP(Carbon Disclosure Project, 탄소공개 프로젝트) 위원회 아시아·태평양 책임은 “한국 등 상대적으로 재생에너지 조달이 불리한 시장에 대한 지원할 계획이 있냐”는 이상준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의 질의에 “정책이 먼저 변해야 한다”고 답했다.

찬 책임은 “탄소의 가격을 매기는 시장 메커니즘이 변할 수 있게끔 정부와 기업이 패키지 형태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며 “이러한 혁신이 톱다운(Top-down)은 물론 보텀업(bottom-up)으로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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