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이어 미국도 법안발의, '기업 보호 가이드라인' 필요

[환경일보] 올해는 탄소중립을 명분으로 새로운 무역장벽이 속속 실체를 드러낸 해였다. 유럽연합(EU) 27개국이 2023년 1월 1일부터 알루미늄, 철강, 시멘트, 비료, 전기 품목에 탄소국경세(CBAM) 우선 도입을 예고한 가운데, 지난 8월 미국의 전기차 보조금 차별법(IRA) 시행으로 국내에서는 정부의 지각 대응 논란이 일었다. 미국은 IRA와 함께 철강과 화석연료, 알루미늄 등 산업 제품의 탄소배출량에 과세하는 탄소국경세 관련 법안들을 발의했다.

EU와 미국은 탄소국경세로 거둬들일 수입은 기후변화 대응에 사용한다는 이유를 대고 있지만 아직 기후변화 적응 여건을 갖추지 못한 개도국이 수출 경쟁력 약화 등의 피해를 받을 것은 확실하다.

탄소저감를 위한 필수 조건인 재생에너지 확대 역시 선진국이 앞장서고 있다. 기업이 사용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사용하겠다는 RE100에 참여하는 기업은 대부분 선진국 기업으로, 애플, 구글, BMW 등 380여 기업이다. 우리나라는 SK, 현대차, LG에너지솔루션, 삼성 등 대기업 23곳에 불과하다.

이에 우리나라는 11월 3일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탄소국경조정제도 시행과 관련해 우리 입장을 EU에 전달하는 등의 대응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정부 대응에도 탄소국경세가 결국 제2의 IRA사태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올해 8월 미국 내에서 별 반대 목소리 없이 IRA법안이 신속히 통과된 것은 IRA가 2년 전 조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설부터 밝힌 공약을 이행할 것을 미국 내 정치인들이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탄소국경세는 2023년 1월 1일부터 3년 동안은 인증서 구매가 의무화되지는 않는다. 실질적인 비용발생은 2026년부터 생긴다.

EU 수출 상위 10개 업종은 자동차, 자동차 부품, 리튬이온 축전지, 조선, 기계, 의약, 철강, 석유, 통신장비, 컴퓨터 부품 등으로 생산과정에서 탄소배출량이 많은 품목들이다. 갑자기 준비가 될 수 있는 부문이 아니다.

현재 EU 전체 철강 수출 가운데 EU 수출 비중은 약 12.5%를 차지한다. 알루미늄은 전체 생산량 가운데 약 90%을 EU에 수출한다.

이에 따라 EU와 정부간 협상 노력을 시행하는 동시에 국내 산업 보호 정책과 지원정책을 발빠르게 구축하고, 탄소저감도 신속히 진행되어야 한다.

차후 간접배출 역시 탄소국경세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돼 국내 기업의 간접배출량을 줄이는 재생에너지원에 대한 확충도 검토돼야 한다.

하지만 2030년 재생에너지 목표 비율을 30%에서 21%로 낮추겠다는 발표와 전체 예산의 2%가 안 되는 11조원 규모의 2023년도 ‘온실가스감축인지 예산서’를 보면 과연 정부가 탄소국경세에 대응하고, 탄소저감을 위한 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문이다.

이제라도 정부는 탄소저감을 명분으로 자국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세계적 흐름과 새로운 경제공동체에 대응이 늦어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