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대 재생에너지기술 확산의 장으로 삼아야

중동지역은 대한민국이 어려울 때 경제적으로 크게 기여하면서 긍정적 협력관계를 경험했던 곳이다. 지난 1973~74년 국내 건설사들은 산유국인 중동지역에 진출해 각종 토목·건설 공사를 수주하며 오일머니를 벌어들였다.

1981년에는 수주액이 127억 달러(약 17조원) 수준까지 올라갔다. 1976~1983년 중동지역 건설부문 전체 수주액은 607억 달러에 달했다.

2009년엔 아랍에미리트(UAE)와 400억불 원전 수주계약으로 적잖은 공헌을 했는데 10여 년 넘게 잠잠하다가 또 큰 건이 터졌다.

최근 대한민국을 방문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겸 총리는 윤석열 대통령과 사우디의 ‘비전 2030’ 실현을 위해 손을 잡았다.

한국과 사우디가 초대형 신도시 사업 ‘네옴(NEOM)시티’ 건설에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고, 협력사업 추진을 담당할 ‘전략 파트너십 위원회’도 신설키로 한 것이다. 한·사우디 수교 60주년을 맞아 그야말로 대박이 났다.

사우디는 한국의 중동지역 교역과 건설에 최대의 파트너이자, 경제·에너지 안보의 핵심 동반자라고 할 수 있다.

사우디 ‘비전 2030’은 석유중심의 산업구조를 다각화하는 프로젝트다. 총 5000억 달러, 한화 약 670조원이 투입될 예정으로 네옴시티 관련 철도와 주택 프로젝트, 화학, 수소 인프라 등을 모두 품는다.

빈 살만 왕세자는 에너지 분야에서 수소에너지와 탄소포집기술, 소형원자로(SMR) 개발과 원전 인력양성협력을 강조했다. 방산 분야에서는 국방역량강화를 위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협력을 기대했다.

그는 석유화학, 건설 등 제조업기술을 넘어 문화와 인적교류, 관광 분야의 적극적 교류에도 목소리를 높였다.

K팝, 드라마 등 한류 콘텐츠에도 큰 관심을 갖고 있는 빈 살만 왕세자는 지난 2017년부터 사우디에 엔터테인먼트 청을 설치하고 테마파크 개발을 추진해왔다.

네옴 프로젝트는 사우디 북서부 홍해 연안지역에 서울의 44배에 달하는 2만6500㎢ 면적으로 실현된다.

100% 재생에너지를 이용한 자급자족을 목표로 해발 500m 높이 빌딩이 170㎞에 걸쳐 이어지는 직선도시 ‘더라인(The Line)’이 조성된다.

전세계 물동량의 약 14%가 오가는 수에즈 운하에 인접해 폭 7㎞에 이르는 세계 최대규모의 부유식 해상산업단지 ‘옥사곤(Oxagon)’도 들어선다.

음악 축제, 미술품 전시, 영화제와 등산과 패러글라이딩, 스키 등 다양한 레저문화를 즐길 수 있는 산악 관광단지 ‘트로제나(Trojena)’도 만들어진다.

한국과 사우디 양국은 네옴 신도시 철도협력을 포함한 수십조 원 규모의 26개 투자협약(MOU), 계약을 맺었다. 이런 대규모 협력 약속은 제2의 중동붐이 시작되기를 기대해온 여러 기업들에게는 단비와도 같은 사건이다.

막대한 재력을 갖춘 산유국 사우디의 37세 빈 살만 왕세자의 젊고 패기 넘치는 도전이 만들어낸 결과다.

대한민국은 이번 사우디와의 파트너십과 사업들을 최대한 선용해야 한다. 경제적 수익과 더불어 기후위기시대 절대적으로 필요한 재생에너지기술을 마음껏 개발하고 펼칠 기회로 삼아야 한다.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