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테러 등 악이용 우려, 단기 이윤 추구 줄일 소통 로드맵 필요
‘세포공장’ 활용 가치 무궁무진···법제도 정비 과정 이해관계 복잡해

합성생물학에 대한 기술영향평가 논의가 뜨겁다. 
합성생물학에 대한 기술영향평가 논의가 뜨겁다. 

[환경일보] 최용구 기자 = 25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이종호)와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주최한 2022 기술영향평가 공개 토론회에 패널로 나온 박종규 시민포럼 대표는 지속성, 공정성, 교육, 소통, 모호함을 ‘합성생물학’의 키워드로 요약했다.     

박종규 대표는 “많은 프로젝트나 기술이 정권 또는 기관장 교체에 따라 위축되거나 없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보다 뚜렷한 중장기 로드맵이 필요하다”며 이 같이 밝혔다.   

그는 “이윤에 얽매인 나머지 단기적으로 성과가 나올 수 있는 부분에만 지원이 몰려선 안 된다”면서 “전문가와 비전문가의 대화, 긍정과 부정적 견해 간 소통이 자주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합성생물학(Engineering Biology)은 정부가 국가전략기술로 삼는 것 중 하나다. 생명체의 구성을 인공적으로 설계·제작·합성하는 분야를 일컫는다. DNA에 담긴 정보를 어떻게 읽고 쓰고 편집하느냐에 기술의 성패가 달려 있다.

코로나 검사에도 보여지듯 합성생물학은 생활 깊숙이 들어와 있다. 채취된 DNA의 서열을 읽어 코로나바이러스와의 일치 여부를 비교해 감염 상태를 파악한다. 신생아의 미래 건강상태를 확인하거나 말라리아 등 감염병 치료에도 활용된다. 

합성생물학 영역에서 세포는 DNA 정보가 자유자재로 만져지는 하나의 ‘세포공장’이 된다. 필요로 하는 정보를 세포 속 DNA에 심어 다양한 효과를 낼 수 있다. 진통제 효과를 내거나 식물성 고기에 실제 육류의 맛과 풍미를 구현시키기도 한다. 인조가죽으로 천연가죽의 질감을 만드는 일도 가능하다.  

미국 맥킨지 등은 폐플라스틱의 처리, 백신, 대체식품, 석유 대체 에너지 등 ▷환경 ▷의약 ▷농식품 ▷우주 ▷화학 ▷에너지를 포함한 전 부문에 합성생물학이 영향을 미칠 것이란 보고서를 내놨다. 바이든 정부는 지난 9월 바이오테크, 바이오매뉴팩처링(manufacturing)에 대한 행정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합성생물학 기술을 최우선으로 여기고 보호하겠단 내용이다.  

11월25일 열린 합성생물학 관련 '기술영향평가 공개 토론회'에서 패널들이 발언하고 있다. 
11월25일 열린 합성생물학 관련 '기술영향평가 공개 토론회'에서 패널들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KISTEP

미국, 바이오테크 보호 나서

생물학적인 분해 효과가 극대화 된 플라스틱 제조기술이 보편화 될 경우 큰 시름을 덜을 수 있다. 버려진 플라스틱을 파쇄 등 처리하는 과정에 들이던 시간과 비용을 줄이고 재활용 효율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길이 열린다. 

가축을 사육하지 않고도 육류를 생산할 수 있다면 그만큼 자원을 아낄 수 있다.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는 효과도 기대된다.  

다만 사회적 수용성, 바이오 안보의 측면에서 합성생물학은 양면성을 가진다. 관련 기술을 악이용한 생물무기 등 바이오 테러의 우려를 안고 있다. 기술이 보편화되는 과정에서 각종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한 빠른 전파가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 

이날 기술영향평가 공개 토론회에선 “생명과 관련된 것이기 때문에 막연한 불안과 거부감이 생기기 쉽다”는 평가도 나왔다. 이재신 중앙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국민들이 어느 분야에서 부정적인 인식이 있는지와 이유를 살펴야 할 것”이라며 “정보의 제공과 상세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또 조직, 혈액, 체액, 세포, DNA 등 인체유래물에 관해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사회적인 논의기구의 필요성이 언급됐다. 연구개발의 목적과 활용 대상을 제한하는 과정에선 ‘사전주의 원칙’을 적용하자는 목소리도 있었다. 환경적인 위해가 아직 확실치 않고 개연성이 떨어져 보이더라도 조치를 취할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상욱 한양대학교 철학과 교수(기술영향평가위원장)는 “합성생물학 연구의 부산물 등 폐기된 물질에 대한 유해성 평가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술영향평가위원회에 따르면 합성생물학은 여러 법조항과 관련된다. 국내의 법체계상에선 더욱 복잡히 얽혀있다. 그만큼 법제도를 정비하는 과정에 살펴야 하는 내용과 성질이 다른 근거들이 많다.  

기존 법을 바꾸거나 합해야 하는지, 아예 새로운 법을 제정해야 하는지 등을 놓고 신속하고 시의적절한 대응이 요구된다.  

인프라 축적할 컨트롤타워 없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기술의 바람직한 변화 및 발전 방향 모색의 취지로 기술영향평가를 실시 중이다. 기술영향평가위원회와 시민포럼이 참여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철학, 생명공학, 일반시민, 미디어, 기업계 등이 참여한 이날 토론에선 정부 주도의 컨트롤타워가 없다는 지적도 있었다. 합성생물학의 비전을 ‘지속가능한 경제’에 두도록 유지하려면 공공 투자를 바탕으로 성공 사례를 축적해야 하는데 중심축이 없다는 의견이었다. 

국가 차원의 바이오파운드리 및 바이오매뉴팩처링 등 인프라 조성, 세계적 인재를 끌어모을 제반 마련도 숙제로 거론됐다. 

이 밖에 “과학계에 너무 철저한 윤리적인 규범을 강조할 경우 연구활동의 제한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는 연구를 통해 궁극적으로 인류복지에 기여할 가능성을 훼손한다”는 견해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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