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에너지 저널리즘 토크콘서트] 청년세대 물음에 기자가 답하다

환경 이슈, 경제·산업 현안에 밀려··· ‘보도의 가치’ 전달 방식 고민
‘질문’의 특권, 사회적 공감대·관심 끌어낼 언론의 기능 재정비해야

26일 서강대학교에서 열린 '기후에너지 저널리즘 토크콘서트'에서 기자들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최용구 기자  
26일 서강대학교에서 열린 '기후에너지 저널리즘 토크콘서트'에서 기자들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최용구 기자  

[서강대=환경일보] 최용구 기자 = ‘기후위기 시대, 언론의 역할과 과제’를 놓고 26일 대학가와 언론계가 만났다. 학생들은 “지구온난화 음모론이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한 방법”, “기후위기 문제에 있어 언론이 넷플릭스나 유튜브 등 영상 콘텐츠보다 강한 파급력을 가질 수 있는지” 등을 기자에게 질문했다. 

기자들 사이에선 “지구온난화는 반박의 여지가 없는 사실이다. 영상의 홍수 속에도 언론에는 질문할 수 있는 고유의 힘이 있다”는 강조의 메시지가 나왔다. 다만 기후위기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끌어내는 과정에서의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이날 (사)에너지전환포럼, 서강대학교 지식융합미디어학부가 공동 주최한 기후에너지 저널리즘 토크콘서트에선 다양한 질문이 쏟아졌다. 언론인 지망생들이 주축이 된 청년세대의 질문에 4명의 기자(박상욱 JTBC 기자, 최우리 한겨레 기자, 김한솔 경향신문 기자, 양진영 전기신문 기자)가 답했다. 

기후위기 관련 보도가 언론사 내에서 가지는 위상, 독자 및 시청자의 반응을 유도하기 위한 고민 등이 화두가 된 가운데 답변은 크게 엇갈리지 않았다. 

기자들은 기후 및 에너지 문제를 범부처적이고 장기적인 어젠다로 평가하며 그만큼 내부 경쟁력을 가지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입지가 위태롭다”는 반응도 보였다. 경제, 산업 등 언론 조직 내 부서를 넘나드는 이슈가 많다 보니 기사를 쓸 때 ‘영역 침범’ 우려가 생긴다는 것이다. 경기 침체 등 이슈에 비해서 먼 얘기로 취급된다는 분위기도 팽배했다. 

하지만 “기후위기에 대한 사회적인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만큼 언론도 중요히 여기고 있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취재 경험을 토대로 한 발언에선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전환에 대한 비판이 나왔다. 특히 정권마다 일관성이 떨어지는 상황을 두고 한숨을 내쉬었다. 

기자들은 “내용이 어렵거나 재미 요소가 부족하기 때문에 많이 보지 않을 것 같다. 사람들을 더 당기기 위한 고민이 클 것 같다”는 반응에 크게 공감했다. 아는 이들과 모르는 이들이 뚜렷히 나뉘는 기후위기 등 현안에 있어 기사의 가치를 인정받는 과정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시간과 비용 등 물리적인 제약을 한계로 꼽았다. 

정치, 사회 등 영역에 비해 기후·에너지 기사는 속도감을 살리기 힘들다는 견해도 보였다. 최신 기상 정보이긴 한데 알고 보면 이전의 소식과 별다른 게 없는 뉴스 아이템이라는 점이 고민을 수반한다고 했다. “똑같아 보이는 이 현상을 다르게 전달하는 방식에 대해 아직 답을 찾지 못했다”며 물음표를 남기기도 했다. 전문용어를 쉽게 전달해야 하는 것 또한 고충점으로 꼽았다. 

기자들은 철저한 자가학습을 당부했다. 기후와 에너지 관련 전문가 등과 접촉하는 환경에선 더더욱 중요함을 내비쳤다. 상당 기간의 자습이 있어야 동료 및 독자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언론의 특권인 질문을 통해 공부함으로써 자기 중심을 세워야 한다고 독려하기도 했다.    

이날 토크콘서트는 사회자가 정리한 질문에 기자가 답하는 방식으로 진행됐지만 방청석의 즉흥적인 질문도 있었다. 

한 학생은 “지구온난화는 사기라는 주장이 있고 정치인들도 그런 구호를 내비치곤 한다”며 “그런 음모론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한 방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기후위기에 대해 공포감을 조성하는 게 맞냐, 개인의 행동 변화를 소프트하게 유도하는 게 맞냐”는 고민도 토로했다. 

방청석에선 '기후위기 음모론을 없애는 법', '유튜브 등 영상 콘텐트와 차별화 된 언론의 역할' 등을 묻는 질문이 나왔다. /사진=최용구 기자 

또 다른 학생은 “기후위기에 대한 변화를 가져오려면 정책과 제도가 바뀌어야 하고 결국 정치가 변해야 한다. 그러려면 대중이 동원돼야 한다”면서 “지금 시대에 과연 언론이 넷플릭스, 유튜브 등 영상 콘텐츠보다 파급력이 셀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표했다. 

토크콘서트 뒤 만난 유현승 학생(26, 대전대 한의학)은 “사람의 이야기로 기후 문제를 다뤄야 한다는 깨달음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요새 저널리즘이 죽고 있다고 말하고 있는데 질문할 수 있는 힘이 기자에겐 있고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힘이 있다는 메시지가 전달됐다”며 만족해했다. 

그러면서 “바뀌어야 한다는 메시지는 있었던 반면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말해주진 못한 것 같은 아쉬움도 있다”고 덧붙였다.

김채운 학생(26, 서강대 사회학)은 “기자를 꿈꾸고 있다”면서 “현업에 계신 분들의 애환을 느낄 수 있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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