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장한 일본, 에너지·식량 안보 강화에도 박차

[환경일보] 2022년은 전쟁과 인플레이션으로 전례 없는 위기를 맞은 해였다. 그리고 위기는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국제정세가 더욱 혼란스럽게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 러시아를 비롯한 강대국 간 패권 다툼과 약소국들의 생존전략이 뒤엉킨 형국이다. 

국제사회는 사실상 ‘신냉전’으로 접어들며 평화와 세계화는 사라지고, 자국 보호 성격이 짙어지고 있다. 각국은 냉혹한 약육강식의 사회에서 살아남고자 탈달러와 재무장 등 신냉전 움직임에 발 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국가는 바로 일본이다. 일본은 최근 안보 전략 변경을 통해 전쟁 가능한 ‘보통국가’의 숙원을 이뤘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방어만 가능했던 나라가 이제 공격 능력을 갖추고, 방위비도 늘릴 수 있게 됐다.

게다가 일본은 북한을 상대로 공격 능력을 행사한다고 가정했을 때 한국의 동의 없이 자체적으로 판단하겠다고 밝혀 우리를 경악하게 했다. 미국을 등에 업고 우리 땅 한반도를 또다시 전쟁터로 만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일본은 군사력뿐만 아니라 에너지 안보 강화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선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LNG 공급 부족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판단, 일본 에너지 업체 인펙스는 미국 루이지애나주의 벤처 글로벌 LNGDL CP2프로젝트로부터 20년간 연간 100만톤씩 LNG를 수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 밖에도 해류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데 성공하면서 풍력과 태양광 위주의 신재생에너지 산업 판도를 바꿀 결정적인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선 원전 찬성론이 신재생에너지 확대 발목을 잡고 있는데, 일본은 이미 신재생에너지 기술을 개발한 것이다.

일본 정부는 또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적인 식량 위기에 대응해 주요 곡물의 국산화 등 식량안보를 강화하기로 했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최근 식량안보강화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식량안전보장강화정책대강’을 결정했다.

이 대강에는 자급률이 낮은 밀과 콩 등의 일본 내 생산을 확대하기 위해 논을 밭으로 전환하거나 시설을 정비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 원료를 거의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화학 비료의 사용량을 줄이고, 국내 자원을 퇴비로 이용하는 비율을 확대한다는 목표도 내걸었다.

일본이 세계정세에 빠르게 대처하는 반면, 우리 정치판을 들여다보면 절로 한숨이 나온다.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고, 식량자급률을 높이는 정책을 펼치기는커녕 여야 간 싸움만 계속되고 있다. 임진왜란 직전과 구한말 조선의 당파 싸움은 왜세 침략의 물꼬를 터줬다. 지금 우리에게 닥친 위기의 중대성과 한국 정치의 후진성에 대한 의식 없인 역사는 반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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