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인기 과목에 대한 국가 차원의 특별지원 시급

[환경일보] 수도권의 한 대학병원이 소아청소년과의 입원 진료를 중단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의사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전국의 다른 병원들도 당초 선발하기로 한 소아청소년과의 모집 정원을 대부분 채우지 못하는 등 의사가 부족하기는 마찬가지다.

출생률이 떨어짐에 따라 환자 숫자가 줄어드는데다 나라에서 지급하는 진료수가도 낮아 의사들의 기피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결국 문제는 인력 부족이다. 2023년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모집 정원은 207명인데, 지원은 33명으로 16%에 불과하다.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률은 ▷2019년 80%에서 ▷2020년 74%로 조금씩 떨어지다 ▷2021년 38%로 반토막이 났고, 이어 ▷2022년 27.5% ▷2023년 16%로 갈수록 줄고 있다.

대부분 병원의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모집이 미달 사태를 보였고 10곳 중 8곳은 지원자가 아예 없었다.

이렇게 전공의가 줄어들면서 의료공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특히 야간에 응급환자가 발생했을 때 이를 담당할 당직의사가 없다 보니 받아줄 병원을 찾아 떠돌게 된다.

최근 보건복지부는 필수의료 지원 대책을 통해 ▷지역 내 필수의료 제공 ▷공공정책 수가 도입 ▷충분한 필수인력 확보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소아청소년과를 포함한 필수 의료분야에 공공정책 수가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의료인력 충원이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수가가 턱없이 낮은 만큼 추가 재정을 통해 수가를 높이고, 필수 의료분야 의사 확충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필요하다.

젊은 의사들이 비인기과목을 선택할 이유를 만들어줘야 하는데 이에 대한 대책이 부재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는 의료수가 수준에서 후진국 수준에 머물러 있다. 미국의 수가를 100으로 가정했을 때 OECD 평균은 72였고, 우리나라는 평균에도 못 미치는 48에 불과했다.

국민 의료보험이 정착된 이후 상대적으로 낮은 보험료로 인해 의료기관을 찾는 이들이 늘었고, 특히 급격한 고령화와 소득 향상으로 우리나라의 1인당 외래 진료 회수와 의료서비스 이용은 세계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이처럼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 서비스 이용을 낮은 의료 수가로 감당하기 위해서는 다른 곳에서 손해를 메워야 했고, 이로 인해 비급여 진료, 원가보전율이 높은 검사 처방 비중이 증가했다.

특히 낮은 진료수가는 인건비 부담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힘든 진료과목일수록 소수의 인력을 갈아넣는 식의 무리한 운영을 강행한 결과, 힘든 과목일수록 더 힘들어지는 악순환을 초래했다. 

결국 돈 되는 과목에만 사람이 몰리고, 힘들고 돈 안 되는 비인기 과목은 인턴과 레지던트의 희생으로 그럭저럭 굴러가는 구조를 만들었다. 

열악한 근무환경과 처우로 지역에 남아 전공의가 될 자체 수련의가 턱없이 부족하다. 이처럼 의사가 부족하면 지방 환자들은 수도권으로 몰릴 수밖에 없고 의료 양극화는 더욱 심화되며 가뜩이나 낮은 출산률을 더 떨어뜨린다.

문제는 앞으로다. 현재 의료체계를 떠받치고 있는 40~50대 의료인들이 은퇴하고 나면 뒤를 이를 인력이 현저하게 부족하기 때문에 현재의 의료시스템이 붕괴될 위험이 높다. 

국민건강보험체계는 세계에 자랑할 만한 제도이지만 부족한 점도 많다. 문제점을 보완해 의료 공백을 메우고 고생하는 의사들에게도 충분한 대가를 돌려줘야 한다. 헌신적인 의료인들의 희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해서는 안 된다. 국가의 제도와 시스템은 괜히 있는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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