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재난·에너지 불평등··· 치열한 시대적 고민, 청년 오픈마이크 달궈
영하추위 속 대학로에 울린 청년들 목소리, ‘위기의 현실’ 시민공감 촉구

12월30일 오후 7시 혜화역 마로니에공원 앞에서 오픈마이크가 열렸다. /사진=최용구 기자 
12월30일 오후 7시 혜화역 마로니에공원 앞에서 오픈마이크가 열렸다. /사진=최용구 기자 

[환경일보] 최용구 기자 = 영하권 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12월30일 저녁 혜화역 마로니에공원 앞. 기후위기와 에너지 위기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목소리를 듣고 싶다며 청년들이 거리로 나왔다.  

비폭력 직접행동단체 청년기후긴급행동이 19시부터 오픈마이크를 진행한 가운데 마로니에 공원 한편은 진지한 발언의 장이 됐다. 발언자들 대부분은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청년들이었다. 

이들은 기후재난과 전쟁, 화석연료 가격 상승 등 닥쳐온 위기에 공감했다. 춥고 긴 겨울이 되니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시민과 함께 문제를 해결해 나가고 싶다”며 지나던 행인을 독려하기도 했다. 

강은빈 청년기후긴급행동 공동대표는 이주노동자들의 열악한 현실을 알렸다. 그는 “농장 비닐하우스 생활을 전전하며 온몸으로 추위에 맞설 정도로 그들의 생활은 열악하다. 포천 이주노동자센터에 가서 직접 보며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강 공동대표는 “극한의 날씨 등 기후위기가 지금 당장 나를 위협하진 않아도 누군가에게는 삶의 터전을 붕괴시키고 전 재산을 잃게 하는 위기라는 것을 깨닫는다”며 “기후위기와 에너지 위기 문제에 관해 같이 귀 기울이고 이야기할 수 있는 이들이 있어서 감사하다”고 전했다.  

오픈마이크 발언자들 사이를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최용구 기자
오픈마이크 발언자들 사이를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최용구 기자

그는 “듣는 것은 소극적인 행동이 아니다. 듣는다는 건 머릿속에 누군가의 발언을 새길 수도 있다는 행동이지 않냐”며 희망을 섞었다.  

윤지오 학생(성균관대)은 “학교 교지에서 편집장을 맡고 있는데 학생으로서 학생에게 할 수 있는 말 중에 지금 가장 필요로 하는 메시지가 무엇일까를 고민하던 찰나에 나오게 됐다”고 밝혔다. 

유현주 학생(21)은 “지구가 오염되는 그런 문제들에 대해 많이 걱정은 하는데 무조건 걱정만 하는 것보단 조금이라도 무언가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에 왔다”고 말했다.  

대학 졸업을 앞둔 김해인 학생의 고민도 깊었다. 그는 “기후문제가 되게 심각한 상황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뭔가 잘 와 닿지 않은 게 있어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려고 참여했다”고 전했다. 

그는 “다양한 이들이 자신들의 삶과 기후의 문제를 많이 연관짓고 있었다. 뭔가 스스로 많이 생각하고 더 공부해야겠다고 느꼈다”라며 돌아봤다.  

박민찬군(17, 경기 의왕)은 오픈마이크장의 마스코트인 공룡 분장을 자청했다. 박군은 “기후위기를 주제로 한 연대에 관심이 크다”면서 “내가 느끼는 불편함과 다른 이들이 느끼는 불편함은 다르다는 것을 상기할 수 있었다. 공룡 복장을 입어서 앞은 잘 안 보였지만 그만큼 귀 기울여서 들었다. 춥긴 해도 마음은 따뜻하다”고 만족해했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대표는 “진심을 가지고 이 사회에 당당히 말할 수 있는 힘이 중요하다”며 청년들의 발언에 힘을 보탰다. 

이날 오픈마이크는 마로니에공원과 문예진흥원예술극장 사이 골목에서 1시간가량 진행됐다. 골목길 가장자리에서 마이크를 잡은 이들은 오가는 시민들과 눈을 맞추고자 했다. ‘기후운동,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기후우울 타파’라고 적힌 전단을 배포하기도 했다.  

다만 시민들의 반응은 크게 없었다. 발언자들 앞쪽에 다다르자 발걸음을 재촉하며 빠르게 지나치는 모습이 다수였다. 전단을 내밀면 거절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류하은 학생(19)은 “드물게 받아가긴 하지만 대부분은 거절을 하고 몇몇은 이상한 단체로 보는 것 같기도 하다”며 아쉬워했다.  

그는 “우리에게 닥친 문제이고 모두가 주체이지만 이러한 사회 문제를 볼 생각이 소수에게만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그는 대안학교에서 기후정의 동아리를 만들어 활동해 왔다고 전했다. 졸업 후에는 비건식 카페를 차린 뒤 기후위기에 대해 사람들이 토론하고 풀어낼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하고 싶다고 희망했다.   

나눠준 전단에는 '기후운동,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기후우울타파'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사진=최용구 기자
나눠준 전단에는 '기후운동,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기후우울타파'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사진=최용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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