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불황으로 폐지 가격 반토막, 고령층 빈곤율 OECD 1위

[환경일보] 고령의 노인들이 주로 줍는 폐지의 가격이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다. 리어커로 하나 가득 수거해도 3천원도 안 된다. 하루 12시간에서 15시간 꼬박 폐지를 주우면 버는 돈은 1만원 남짓에 불과하다.

2021년 말 ㎏당 153원이던 폐지가격은 2022년 말 ㎏당 85원으로 반토막 났다. 폐지를 줍는 노인들의 수입도 함께 반토막이 나고 말았다. 

폐지 가격이 떨어진 이유는 수요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코로나가 막바지로 향하면서 수요 증가를 대비해 공장들이 폐지를 대량으로 구입했는데, 예상과 달리 불황이 닥치면서 재고가 쌓인 것이 폐지 가격 폭락으로 이어졌다.

수출도 지지부진하다. 경기 불황으로 지난해 3월 5만톤이던 수출물량이 7월 2만2천톤으로 절반 이상 줄었다. 반면 8만톤 수준이던 국내 제지공장의 폐지 재고량은 지난해 말 20만톤에 달한다.

이번 겨울 잦은 눈과 비로 폐지가 물기를 머금은 탓에 품질이 떨어진 점도 폐지를 모아 파는 노인들의 생계를 더욱 어렵게 하는 요인 중 하나다.

갈 곳 없는 폐지가 20만톤에 달한다. 폐지 대란은 쓰레기 대란 수거로 이어질 위험이 높기 때문에 정부가 폐지를 사들이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 전국 6개 창고에 2만6천톤이 쌓였지만 언발에 오줌 누기다. 

수출이 부진한 것은 좋은 품질의 폐지를 따로 분리하지 못해서다. 골판지, 신문지, 종이박스 등을 따로 분리하지 않으면 결국 가장 싼 골판지로 재활용된다.

지난해 말 기준 수도권 폐골판지 가격은 1㎏당 85원, 신문지는 146원이다. 고철은 375원, 종이상자는 50원이다.

아울러 비닐, 플라스틱, 유리병 등의 쓰레기가 섞이면 다시 분리해야 하기 때문에 비용이 증가한다.

주로 고령의 노인들이 맡고 있는 폐지 수거를 공공형 일자리로 전환하자는 목소리도 있지만, 현 정부의 일자리 정책을 보면 그나마 있는 일자리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70대를 넘어 80대까지 폐지 줍기에 뛰어든 것은 바로 가난 때문이다. 별다른 노후 대책이 없고, 쌓아둔 재산도 없는 고령의 은퇴자들은 폐지 줍기 외에는 직업을 찾기 어렵다.

우리나라의 공식적인 은퇴 나이는 65세이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퇴직한다. 임원급이면 50대 퇴직이 일반적이고 40대 퇴직도 있다. 불황이 닥치면서 금융권에서는 만 40세부터 명퇴를 받는 곳도 있다. 

60세 이전에 퇴직하면 이후 30~40년은 별다른 수입이 없다. 국민연금마저 65세부터 나오기 때문에 5~10년 수입 공백이 생긴다. 퇴직해도 일을 놓지 못하는 삶이 계속된다.

한국에서는 노인 빈곤율이나 일하는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각각 40%로 OECD 최고 수준이다. 홍콩에서는 노인 8명 중 1명꼴로 일을 하지만, 일본에서는 노인 4명 중 1명 꼴로 일한다. 미국의 18%와 비교하면 2배 이상 높은 수치다. 

더 큰 문제는 일자리의 질이다. 안정적인 정규 사무직은 대체로 젊은이들에게 주어지며, 노인들에게는 저임금에 체력적 소모가 큰 계약직 자리를 주로 돌아온다.

지금은 폐지 줍기가 빈곤층 노인의 대명사가 됐지만 앞으로 어떤 일자리가 그 범주에 들어갈지 모른다.

가난은 국가도 구제할 수 없지만, 일자리는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급격한 저출산 고령화 시대에도 직접적인 지원은 저출산에만 맞춰져 있고 그나마도 효율이 떨어진다. 신혼부부와 다자녀 복지정책이 미래를 대비해서라면, 현재를 위한 빈곤 고령층 복지 대책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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