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삼척 대산불, 집중호우, 10.29 참사 등 재난체계 ‘구멍’ 노출
“예방부터 현장 대응, 사후 복구까지 다양한 단계 역량·협력 필요”

10.29 참사 현장을 지키는 경찰관과 추모를 위해 놓여진 촛불과 국화꽃들. 작년 이태원 압사 참사와 같은 사회재난과 더불어 기후변화로 각종 자연재해가 일어나면서 국가재난체계 개선 요구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김인성 기자
10.29 참사 현장을 지키는 경찰관과 추모를 위해 놓여진 촛불과 국화꽃들. 작년 이태원 압사 참사와 같은 사회재난과 더불어 기후변화로 각종 자연재해가 일어나면서 국가재난체계 개선 요구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김인성 기자

[국회=환경일보] 김인성 기자 = 작년은 대형산불과 집중호우, 10.29 참사 등으로 국가재난체계의 허점이 여실히 드러난 한 해였다.

대표적인 자연재난은 2022년 3월4일부터 13일까지 발생한 울진‧삼척 대형산불이다. 해당 산불로 인한 산림 피해 면적은 2만4940ha로 추정되며, 이는 서울 면적의 41%를 차지했다.

36년 만의 최대 규모로 산불 피해가 상당했으며 주불 진화에 소요된 시간도 역대 최장인 213시간을 기록했다.

또 다른 자연재난은 제11호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인한 포항 아파트 지하주차장 침수 사고다. 9월5일 폭우가 쏟아진 경상북도 포항시 남구의 지하주차장에 주민들이 차를 빼기 위해 내려갔다가 고립된 2명이 구조되고 7명의 사망자를 수습했다.

엎친 데 겹친 격으로 전 세계를 경악케 한 사회재난도 발생했다. 작년 10월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좁은 골목에 인파가 몰리며 159명의 사망과 196명의 부상자를 낳아 국민들의 재난 불안을 촉발했다.

송재호 의원은 “재난안전 시스템을 중앙집권이 아닌 분권해야 빠른 재난 대처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사진=김인성 시자
송재호 의원은 “재난안전 시스템을 중앙 집권이 아닌 분권해야 빠른 재난 대처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사진=김인성 시자

박성민‧송재호 의원과 한국행정연구원은 10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국회-한국행정연구원 기획세미나’를 개최해 국가재난안전관리체계의 진단과 개선 방향 모색을 위한 논의의 장을 펼쳤다.

빠른 재난안전 대처는 ‘분권’

세미나를 주최한 송재호 의원은 “실상 백화점이 붕괴되고, 지하주차장에 물이 들어오고, 길을 가다가 재난을 겪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그러나 예방을 위해선 ‘그 일이 있을 수밖에 없는 일’이라는 가설을 세워놓고 분석을 해야 한다”고 전했다.

송 의원은 “재난을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는 매뉴얼이나 관리책이 필요한데, 중앙집권으로는 해결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재난안전만큼은 분권해야 빠르게 재난에 대처할 수 있다. 오늘 세미나에서 나온 해안을 받들어 국회에서 대책을 잘 만들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이날 전문가들은 현행 국가재난관리 실태와 문제점에 대한 다양한 분석을 내놨다.

시민 대다수, 정부 재난대관리 불신

한국행정연구원 김성근 연구위원은 한국갤럽의 재난안전 국민 인식조사 결과를 통해 시민들이 중앙과 자치단체의 재난관리 역량을 상당히 불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울진‧삼척 대산불 현장. 시야에 보이는 모든 능선의 산이 산불로 인해 소실됐다. /사진=김인성 기자
울진‧삼척 대산불 현장. 시야에 보이는 모든 능선의 산이 산불로 인해 소실됐다. /사진=김인성 기자
경북·강원 동해안 일대 전반으로 발생한 울진‧삼척 대산불로 인해 최소 1689억원의 재산 피해 및 4170억원의 복구 비용이 소요, 송이버섯 산지 파괴 등 경제·생태적으로 많은 피해가 초래됐다. /사진=김인성 기자
경북·강원 동해안 일대 전반으로 발생한 울진‧삼척 대산불로 인해 최소 1689억원의 재산 피해 및 4170억원의 복구 비용이 소요, 송이버섯 산지 파괴 등 경제·생태적으로 많은 피해가 초래됐다. /사진=김인성 기자

한국갤럽은 전국 만 19~69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2022년 12월7일부터 14일까지 ‘한국사회의 위험 상황 및 대응에 관한 인식조사’를 실시했으며, 그 결과 전 연령층 대부분 정부의 안전관리 ‘사전단계(예방 및 대비)’ 혹은 ‘사전‧사후단계’가 모두 미흡하다고 응답했다.

또 재난 발생 시 중앙‧지방정부 대응 효과성 평가에 대해 60~69세를 제외하고 19세부터 50대 상당수는 ‘전혀 효과적이지 않다’, ‘별로 효과적이지 않다’고 선택했다.

김 연구위원은 이제 국민들은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재난 외 위기 사안에 대해서도 정부의 대처 역량을 크게 신뢰하지 않는다며 “재난관리가 잘 되기 위해서는 예방부터 현장 대응, 사후 복구까지 다양한 단계의 역량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1970년대에 머문 재난관리 수준

재난 총괄 부처인 행정안전부의 한계점 역시 도마에 올랐다. 우리나라는 1979년 미국에서 도입한 종합적 재난관리 수준에 머무르며, 행정안전부는 재난 총괄 부처로서 많은 논란과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방사능 재난, 사이버 재난 등은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상 관리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사실도 지적하고 있다.

반면, 미국 등 선진국은 재난관리의 개념을 국토안보의 수준으로 격을 높이고 국토방위의 개념과 대등한 수준의 업무 위상을 부여 중이다.

김성근 한국행정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민들은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재난 외 위기 사안에 대해서도 정부의 대처역량을 크게 신뢰하지 않는다고 정부의 재난대처역량 강화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했다. /사진=김인성 기자
김성근 한국행정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민들은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재난 외 위기 사안에 대해서도 정부의 대처 역량을 크게 신뢰하지 않는다”며 정부의 재난대처 역량 강화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했다. /사진=김인성 기자

재난관리 정책 체계 및 시스템 관점에서 방기성 경운대 교수는 “선진국 수준의 역량기반 통합적 재난관리체계로 전환해야 한다”며 소방, 경찰, 응급의료 등 현장 대응력 강화를 위한 지방자치단체의 지원 및 조정 역량 강화에 무게를 뒀다.

전문인력 양성·조직 간 협업 역량 강화 요구

아울러 인력양성 정책을 과제로 내걸었다. 그는 “행정안전부는 재난안전부서 조직 확대와 방재안전직 정원 확충에 대한 직제개편 방침을 시달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또 지자체에서는 재난관리 전담부서 방재안전직렬 정원을 50% 이상 확보해 장기근속을 유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승헌 한국행정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협력’에 중점을 뒀다. 재난대응은 단일한 기관이 홀로 대응하기 어려운 과제로, 다양한 조직 간 협업은 필수 요소다.

한 부연구위원은 “효과적인 재난대응을 위해 다양한 조직과 부문 간 업무의 조정이 중요하다”며 시‧군 등 지역 간 협업뿐 아니라 민간과의 유기적인 협업이 요구된다고 견해를 밝혔다.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