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이상고온, 북미 한파 현상 ‘기후재앙의 결과’

[환경일보] 영화 ‘투모로우’(The Day After Tomorrow)는 급격한 기상이변으로 지구 전체 생존을 위협하는 자연 재난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지구온난화로 극지방의 빙하가 녹고 바닷물이 차가워지면서 해류의 흐름이 바뀌어 결국 지구 전체가 빙하로 뒤덮이는 결말이다.

무려 19년 전 개봉한 이 영화가 최근 현실로 다가왔다. 50년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혹한이 미국과 캐나다를 강타했다. 영하 40도의 강추위와 폭설로 60명이 넘는 사람이 목숨을 잃고, 수백 가구가 정전 피해를 보았다.

이러한 한파 발생 이유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음의 북극진동’이다. 북극을 둘러싸고 도는 제트기류의 고리가 약해지면서 북극 찬 공기가 저위도로 내려와 습한 공기를 만나 혹한과 함께 폭설이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 영향을 받아 지난달 매서운 추위와 함께 폭설이 내리더니, 한겨울 호우가 쏟아지는 이상 기후가 속출하고 있다.

반면 유럽의 겨울은 사라져버렸다. 새해 첫날 스위스 들레몽의 최고기온은 20.2도로 관측 역사상 가장 높은 1월 기온을 기록했다. 이는 여름철에 가까운 기온이다. 같은 날 폴란드 바르샤바의 기온도 역대 최고 수준인 18.9도까지 올랐다.

북미의 한파와 유럽의 이상고온은 모두 ‘기후재앙’의 결과다. 새해를 맞은 세계인들은 무거운 마음으로 눈앞의 재난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그레타 툰베리를 비롯한 젊은이들과 전문가들은 당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긴급 조치가 필요하다고 경고한다.

그들의 처절한 외침에도 정치인들은 방관만 하고 있다. 지난해 말 열린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는 개발도상국 지원 등 일부 사항을 빼곤 실망스러웠다.

탄소배출 감축은 한시가 급한 일인데, 국제사회는 화석연료에 대한 단계적 폐지에 합의조차 못 했다. 탄소배출에 큰 책임이 있는 국가와 산업계들을 포함해 책임을 져야 하는 주체들의 면죄부가 또 허용된 것이다.

탄소배출량이 가장 높은 중국과 인도는 이미 지난 회의 때 탄소중립 시기를 각각 2060년, 2070년으로 미뤄버렸다. 다른 국가를 탓할 필요도 없다. 우리 정부만 해도 새해 업무 보고에서 ‘녹색산업 수출’이라는 말장난으로 포장된 ‘경제 정책’만 내놨다.

다시 영화 얘기로 돌아와서, 환경위기보다 경제위기에 더욱 민감한 정치인들은 기후학자 잭의 경고를 무시한다. 다급한 잭과 무료한 표정의 관료들이 대비되는 장면이다. 공상이라 생각했던 장면이 눈앞의 현실이 된 지금, 현실은 매번 영화보다 비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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