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배출량 10위 국가··· 국제사회 약속·실행, 정책 마련 시급

[환경일보] 8000년 후 미래 인류를 그린 영화 ‘듄’의 원작은 1965년작 소설이다. 원작자 프랭크 허버트는 해가 뜨면 60℃까지 기온이 치솟는 사막과, 그곳에서 눈물도 아끼며 살아가는 인류를 보여줬다. 기후변화를 본격 실감하기 전인 1960년대에 작가가 상상한 80세기 후 환경과 인류의 모습은, 1세기도 채 지나지 않아 현실이 되고 있다.

1월16일부터 20일까지, 스위스 다보스 포럼(WEF)이 열렸다. 매해 포럼은 개막전 향후 세계 경제에 미칠 위험을 설문조사해 발표해왔다. 올해 보고서는 향후 생계비 급등과 기후변화 대응 실패가 2년간 인류를 위협할 것이라고 밝혔다. 생계비 급등은 이번 겨울, 난방비 청구서로 실현됐다. 약 40% 폭등한 청구서 앞에서, 국민들은 피할 수 없는 에너지 위기를 통감하는 중이다.

포럼 보고서에서 응답자들은 10년 동안 세계가 직면할 가장 큰 리스크로 ‘기후 행동 실패’를 꼽았다. 이에 국내 기업들은 탄소 국경세로 불리는 EU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예고, 북미에서 조립한 전기차에만 세금혜택을 주는 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을 보며 기후기술 데이터를 수집하고 녹색기술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반면, 대한민국 정부와 환경부는 탄소중립과 관련해 그 어떤 현실적인 계획도 내놓고 있지 못하다. 지난해 12월21일 정부가 발표한 ‘2023 경제정책 방향’을 살펴보면 기재부의 ‘에너지절약 관련 핵심기술 등을 신성장·원천기술에 추가 검토, 환경부의 자동차 탄소포인트제 확대, 배출권시장 제3자 시장참여 단계적 확대, 탄소중립 실천포인트 항목·참여기업 확대 등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이것으로 연간 탄소배출량 10위 국가가 2030년에 2018년 대비 탄소배출량을 40% 줄일 수 있을까? 

한국의 기후변화 대응 성과는 매우 저조하다는 것이 국제사회의 평가다. 지난해 11월 공개된 기후변화대응지수는 온실가스 배출 상위 60개국 중 57위였다.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40% 목표는 이미 포기한 듯 보인다. 지난해 2030년 재생에너지 비율을 애초 약속인 30%에서 21.5%로 낮추겠다고 선언해 국제사회로부터 많은 질타를 받았다. 뿐만 아니라 온실가스 배출, 에너지 소비를 통한 탄소저감 부문에서도 참담한 평가를 받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1월11일 신년 연설에서, “탄소중립 에너지전환 30년 계획을 밝히고 원전을 더욱 안전하게 만들어 적정수준으로 관리하겠다”라고 했다. 하지만 이미 도착한 기후위기에 대응할 방안에 대해서는 그 어떤 언급도 없었다. 유례없는 가뭄, 대형 산불, 폭우, 초대형 태풍까지 겪은 국민들에게 절실한 이야기는, 윤 대통령이 언급한 기후에너지 기술 분야 선도국가가 아니다.

전례 없는 기상이변으로 탄소중립이 인류의 공통 과제로 떠올랐다. 이에, 전 세계가 탄소중립에 주력하고 있음에도 지난해 세계 평균 기온은 산업화 이전 대비 약 1.2℃ 상승했다. 이제 기후변화는 기후재앙이 됐다. 즉, 기후변화 대응은 생존의 문제다. 이런 위급상황 속에서 기후위기를 수출기회로 여기는 정부의 관점은, 국제사회는 물론 국민의 공감을 절대 얻을 수 없다. 탄소 감축을 이어간다는 국제사회와의 약속과 실행능력, 기후변화 피해를 최소화하고 적응력을 높이는 구체적인 정책마련이 시급하다. 기후재앙 청구서는 이미 발송돼 우리에게 날아오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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