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국제포경위원회 탈퇴, 상업포경 재개

[환경일보] 제임스 캐머런 감독은 스티븐 스필버그와 함께 상업영화 역사상 가장 위대한 감독이다. 영화 흥행 랭킹 1위인 아바타를 비롯해 터미네이터 1‧2, 에일리언2 등 수많은 흥행작을 만들었다.

그런 제임스 캐머런이 아바타2를 만들어 세계 시사회에 나섰다가 봉변을 당했다. 환경을 주제로 한 영화 시사회를 돌고래쇼와 함께 한 것이다.

‘아바타: 물의 길’(이하 아바타2)의 일본 기자간담회에 돌고래쇼가 포함되면서 일본은 물론 제임스 캐머런 감독도 욕을 먹었다. 환경 보호 메시지를 강조한 영화의 홍보 행사에 해양 환경 착취의 상징인 돌고래쇼가 등장했다는 비판이다.

현장을 촬영한 영상을 보면, 캐머런 감독과 출연진은 거대한 수족관 앞 단상에 앉아 있고, “판도라(영화 속 외계행성)에 오신 것을 환영한다”는 감독의 말과 함께 돌고래쇼가 시작된다.

이를 본 시고니 위버와 캐머런 감독은 잠깐 의아한듯한 반응을 보였지만 이내 손뼉을 치며 환호했고 쇼는 계속됐다.

영상이 공개되자 동물보호단체들이 비판이 쇄도했다. 국제환경단체 ‘돌핀 프로젝트’(Dolphin Project)는 “돌고래들은 이런 쇼를 하도록 허락한 적이 없다”면서 “영화가 바다와 해양생물, 인간과의 관계를 강조하는 것을 생각하면 너무나 실망스럽고 아이러니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일본이 수족관 쇼에 동원하고 있는 돌고래들은 잔혹한 포획으로 알려진 다이지에서 잡혀 온 동물들이다. 돌고래 포획 산업 안에서 그들은 잔인하게 도살된다”고 밝혔다.

일본의 다이지는 잔인한 돌고래 포획으로 악명이 높은 곳이다. 2009년 오스카상을 받은 다큐멘터리 영화 ‘더 코브:슬픈 돌고래의 진실’에서 돌고래 포획의 실상을 고발한 바 있다.

또한 최근 넷플릭스 다큐멘터리에서도 해당 지역에 잠입해 취재한 영상이 있다. 지금도 다이지에 외부인이 들어가면 경찰과 공무원, 지역주민 모두가 외부인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한다.

아이러니한 것은 캐머런 감독이 환경과 동물을 위해 10여 년 전부터 ‘비건’(완전 채식을 하며 동물성 상품을 소비하지 않는 라이프스타일)을 실천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아바타2’ 또한 전편에 이어 환경 보호에 대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동물단체들의 비판에 캐머런 감독은 “돌고래쇼가 진행될 것이라는 것을 사전에 알지 못했다. 당황해서 돌고래쇼를 말리지 못한 것이 유감이다”라며 사과의 말을 전했지만 때는 늦었다.

전 세계적인 야만적이라며 손가락질을 받으면서도 일본 다이지 마을은 ‘전통’이라는 이유를 내세워 매년 수천 마리의 큰돌고래를 비롯한 소형 고래류를 잔인하게 포획하고 있다.

어민들은 어미 돌고래를 포획해 죽이지 않고 비명을 지르게 만드는데, 그러면 새끼 돌고래가 도망가지 않고 어미에게 다가온다.

이때 새끼 돌고래를 포획해서, 어미는 고기로 팔고, 새끼는 수족관에 판매한다. 이렇게 팔린 새끼 돌고래는 감금된 상태에서 먹이와 폭력으로 훈련을 받은 뒤 ‘돌고래쇼’에 나선다.

일본의 고래고기 수요는 갈수록 줄고 있다. 그런데도 일본은 고래고기를 포기하지 않고 있다. 고래고기를 찾는 이들이 줄어들자 학교 급식에 고래고기를 포함했고, 그런데도 수요가 부족하자 최근에는 도쿄 시내에 고래고기 자판기를 설치했다.

2018년 일본 정부는 자국 내 이해관계자의 요구에 부응해 국제포경위원회를 탈퇴한 뒤 상업포경을 강행했고, 2020년에는 600억원이 넘는 보조금을 지급했다. 고래를 향한 일본의 사랑은 참으로 지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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