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든 끊을 수 있다’ 자신하지 말자

[환경일보] 술을 왜 마시냐고 물으면 다양한 대답이 나온다. 그 중 빠지지 않는 것이 우울해서, 기분이 나빠서 등의 대답이다.

뇌에는 GABA receptor라는게 있는데 술을 마시면 알콜이 여기에 결합해 진정, 이완, 항불안 효과를 발휘한다. 술을 마시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적당한 양의 술을 마시면 긴장이 풀리고 불안함이 사라지면서 기분이 좋아질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매우 일시적인 효과이다. 알콜은 약물이기 때문에 내성을 가지며, 갈수록 효과가 떨어지고, 같은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더 많은 양을 요구하게 된다. 아울러 끊었을 때 금단현상이 일어난다.

우리 사회는 우습게도 술을 많이 마시는 것, 술을 더 많이 마셔야 취하는 것이 자랑인 사회다. 술을 마시지 못하는 사람은 알쓰(알콜쓰레기)라는 말로 놀린다.

그런데 술에 내성이 생겨 더 많은 술을 마셔야만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상태가 되었다는 것이 자랑할만한 일이 맞을까?

술에 내성이 생겼다는 것은 오랜 시간 꾸준히 마셨다는 것을 의미한다. 오랜 시간 술을 꾸준히 마시면 우울증을 유발할 수 있다. 우울해서 술을 찾았는데, 오히려 우울증을 키운 것이다.

많은 이들이 수면제나 항생제에 내성이 생기는 것을 두려워하면서도 알콜에 내성이 생기는 것에 대해서는 별다른 생각이 없다. 또한 많은 이들이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술을 끊을 수 있다고, 조절할 수 있다고 자신하지만, 과연 그럴까?

의학 전문가들은 “술을 조절해서 먹는다. 적당히 음주를 한다는 말은 세상에 없다”라고 말한다.

중독이라는 현상은 우리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벌어지는 현상이다. 술을 마시지 않으면 느끼는 불안감, 초조함 등은 알콜에 중독된 우리 몸이 보내는 신호다. 단순히 의지가 약해서가 아니다.

술을 마시면 필름이 끊기는 현상, 일명 블랙아웃은 뇌의 기능이 손상됐음을 알려주는 신호다. 지금 당장은 문제가 없어도 계속해서 필름이 끊긴다면 알콜성 치매로 이어질 수 있다. 알콜성 치매는 일반적인 치매보다 빠른 60대 중반에 발생할 확률이 높으며, 그보다 빨리 20대에도 발생한 사례도 있다.

노화로 인한 치매는 기억력이 감퇴하고 건망증이 심해지는 데 비해, 알콜로 인한 치매는 성격변화와 이상행동으로 나타난다.

알콜을 장기간에 걸쳐 흡수하면 전두엽이 손상되고, 그로 인해 충동 조절, 판단능력, 의욕 감퇴가 발생한다. 아울러 술을 이 정도까지 마셨다면 두뇌 외에 다른 기관에도 영향을 미쳐 건강이 상당히 나빠진 상태가 된다.

마약(痲藥)의 가장 무서운 점은 중독성이다. 게다가 내성도 있어서 갈수록 더 많은 양을 요구하게 되고 마약 중독의 끝에는 파멸만이 기다린다. 알콜 역시 중독성과 내성을 가진 약물이다. 술 없이 사는 인생이 불행하다고 생각한다면 당신은 알콜 중독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알콜 중독의 70~80%는 외래 진료만으로 치료가 가능하다고 한다. 병원에 갇힐 정도, 암으로 친다면 3~4기에 해당하는 중증은 20~30%에 불과하다.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