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13일까지 서울 종로구 갤러리 더원 미술세계서 열려

‘흙결의 시간, 그리고 목련’ 展이 오는 3월13일까지 서울 종로구 더원 미술세계에서 열린다.
‘흙결의 시간, 그리고 목련’ 展이 오는 3월13일까지 서울 종로구 더원 미술세계에서 열린다.

[환경일보] 이채빈 기자 = 탄 목재와 나무를 모아 산불을 재현한 작품으로 주목받은 박진흥 작가가 오는 3월13일까지 서울 종로구 갤러리 더원 미술세계에서 개인전 ‘흙결의 시간, 그리고 목련’을 연다.

이번 개인전에는 흙이 가진 원초적인 질료 특징인 환토관(還土觀), 대지모 사상(大地母 思想) 등의 상징적 개념으로 확장되는 지점과 작가 개인의 서사에 시간적·공간적 추이를 덧대어 담은 그림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박진흥 작가는 “흙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라며 “흙에서 태어나 흙으로 돌아간다는 말처럼 모든 생명의 근원과 탄생, 소멸과 죽음의 순환 관계를 일컫는다”고 말했다.

작가가 이런 그리게 된 계기는 최근 경험한 외할머니의 죽음에서 비롯됐다. 작가의 외할머니는 일제강점기에 태어났다. 파란만장한 외할머니의 삶과 죽음은 흙의 무한한 에너지로 피었다가 지고 봄이 되면 어김없이 다시 피어나는 강한 생명력을 가진 목련을 연상케 했다.

쉼, 기억의 조각(가변설치, 2023)
쉼, 기억의 조각(가변설치, 2023)

‘쉼_기억의 조각’(가변설치, 2023)은 외할머니에 대한 오마주 작품이다. 지구상 가장 오래된 꽃으로 알려진 목련의 생명력과 아름다움이 외할머니의 싱어재봉틀에서 봉제돼 흙의 강한 에너지로부터 다시 생장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2020년부터 작품의 주요 소재로 등장한 목련은 1990년대 후반 이후부터 지속적으로 등장하고 있는 사람, 그림자, 갈대형상 등의 상징적인 이미지와 더불어 캔버스 화면에 정면 배치되고 있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인간이 창조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색인 오커(ocher, 황토)를 주조색으로 사용했다. 순환하는 흙의 시간이 만들어낸 고귀하고 숭고한 흙의 결을 표현하기 위함이다.

흙으로 빚은 목련, 72.7X53Cm, Oil on Canva, 2022
흙으로 빚은 목련, 72.7X53Cm, Oil on Canva, 2022

‘흙으로 빚은 목련’(72.7x53cm, oil on canvas, 2022) 작품은 태초의 흙에서 피어나 소멸하지 않고 살아남아 현존하는 목련의 숭고한 생명력을 표현하고 있다.

시각적으로 느껴지는 거친 흙의 마티에르는 거대한 암석이 거센 비바람에 부서지고 깎여 모래가 되고, 강한 생명력을 품을 수 있는 흙의 결이 만들어지기까지의 시간을 존중하고자 하는 작가의 세계관이 담겨있다.

작가는 정적인 회화 작업 이외에 지역사회의 이슈를 작품 소재로 삼아 설치미술을 병행하고 있다. 지난해 4월에 발생했던 양구산불을 주제로 지역주민, 단체, 작가들과 협업한《진화 WHO 진화》(2022.10월~11월, 송죽모텔, 강원도 양구)전시가 대표적이다.

작가는 진화 후 산불이 났던 현장을 찾아 타고 남은 나무기둥과 가지, 재들을 가져와 산불현장을 재현하고, 그곳에서 파릇파릇 피어나고 있는 철쭉을 심음으로써 다시 또 일어서 진화하는 양구를 표현했다.

전시는 재난을 겪고 침체되어 있던 지역주민들에게 화재에 대한 경각심을 다시 일깨워주는 계기가 됐으며, 미술이 지역사회에 어떻게 다가가야 하는가에 대해 공감하는 전시로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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