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합계출산율 0.78, 인구소멸 수준

[환경일보]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대한민국 출산율이 0.78을 기록하며 압도적인 1위를 유지했다. OECD 최저 출산율 2위 국가인 이탈리아가 1.24라는 점을 고려하면 그야말로 독보적인 수치다.

2022년 출생아 수는 24만 9천명으로 전년에 비해 1만1500명(4.4%) 감소하면서 사상 최초로 출생아 수가 25만명 밑으로 떨어졌다.

0.7명대의 출산율에 대해 전문가들은 “정상적인 사회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숫자이며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인구소멸 수준의 출산율”이라고 지적했다. 외신에서도 “대한민국이 또 한번 그들이 가지고 있는 출산율 세계 기록을 경신했다”며 대서특필했다.

참고로 합계출산율이란 부부가 평생 낳는 자녀 수를 말한다. 다시 말해 남자와 여자가 결혼해서 아이 2명을 낳아야 현재 인구 수가 유지된다는 의미다. 질병이나 사고로 인한 사망을 감안하면 출산율이 2.1이 돼야 안정적인 인구를 유지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지금껏 저출산 극복을 위해 260조원을 쏟아부었지만 출산율을 끌어올리기는커녕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

특히 2012년 48만명이던 출생아 수는 2022년 24만명대로 반 토막 나면서 다른 선진국들과도 궤를 달리하는 비정상적인 수치를 보였다. 참고로 1981년 출생아 수는 87만명이었다.

이 같은 저출산율의 원인을 놓고 수많은 분석이 나왔다. 하늘 높은 줄 모르는 집값, 가계를 휘청이게 만드는 사교육비, 남녀 갈등, 물가 상승 등 수많은 분석이 있었지만, 우리보다 잘사는 나라들과 비교해서도 훨씬 낮은 비정상적 출산율에 대한 설명으로는 부족했다.

연령별 출산율을 보면 30대 여성의 출산율은 등락이 있기는 해도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고, 40대는 오히려 늘었지만 20대 출산율은 86%가 줄었다. 2001년 33만명이던 20대 출생아 숫자는 2022년 4만5천명에 불과했다. 결혼 연령이 점점 늦어지면서 출산연령도 뒤로 늦춰지고, 이에 따라 둘째를 낳는 비율도 줄고 있다.

우리 사회는 결혼을 위한 요구조건이 너무 많다. 안정된 직장과 최소한 수도권에 아파트 전세가 필요하고, 맞벌이를 할 수 있는 배우자가 있어야 한다. 거기에 부모를 부양하지 않아야 하며, 근처에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는 어린이집이 있고, 부모 모두의 출산휴가로 인한 경력단절이 없어야 한다.

대한민국에 이 조건을 만족하는 20대 커플이 얼마나 될까? 아니 30대로 범위를 넓혀도 몇이나 될까? 

옛 어른들은 ‘태어나면서 자기 밥그릇은 자기가 가지고 태어난다’라며 무조건 아이를 많이 낳으라고 종용했다. 소가 달구지를 끌고 농사짓던 시절에나 통하던 이야기다. 요즘 세대들은 우리 사회를 ‘헬조선’이라고 표현하며 “헬조선을 벗어날 방법은 이민 아니면 죽음뿐”이라고 외치고 있다.

0.78의 출산율은 이대로라면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없어질 것이라는 신호다. 망국의 위기가 눈앞에 닥쳤음에도 우리 사회는 놀라우리만치 무감각하다. 정치권의 관심은 온통 내년 총선에만 쏠려 있다. 어쩌면 저출산의 이유는 여기에 있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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