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과 불평등·침략과 반목의 일상화, 변화의 시작점은 바로 지금
체코 사진작가 톄신스키 ‘지구촌 현장’ 연작··· 4월7일까지 KF갤러리

한국국제교류재단(KF)과 주한체코문화원은 서울 중구 KF갤러리에서 오는 4월7일까지 '오늘부터의 세계'전(展)을 개최한다. /사진=이채빈 기자
한국국제교류재단(KF)과 주한체코문화원은 서울 중구 KF갤러리에서 오는 4월7일까지 '오늘부터의 세계'전(展)을 개최한다. /사진=이채빈 기자

[서울=환경일보] 이채빈 기자 = 가속하는 빈곤 문제와 만연한 불평등, 환경오염, 기후변화 등으로 일상과 세계가 변화와 위기를 겪는 가운데 위기의 징후를 총체적으로 진단하고 앞으로의 행동 변화를 촉구하는 전시가 마련됐다.

한국국제교류재단(KF)과 주한체코문화원은 오는 4월7일까지 서울 중구 KF갤러리에서 ‘오늘부터의 세계’ 전시를 공동 개최한다.

국제연합(UN)은 2015년 제70차 총회에서 ‘희망의 조건’으로 17가지 목표를 걸었다. 이른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다. 전시는 지속가능한 미래를 달성하기 위한 청사진인 SDGs를 바라보는 각기 다른 두 개의 시선으로 구성됐다.

체코 출신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다비드 톄신스키의 사진 연작 17점과 함께, 체코문화원 본원에서 그래픽 디자인과 증강현실을 활용해 제작한 ‘SDGs: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혁신’ 작업 17점이 나란히 전시된다.

교전 지역에서의 친구, 우크라이나 돈바스, 2017 /사진제공=한국국제교류재단
교전 지역에서의 친구, 우크라이나 돈바스, 2017 /사진제공=한국국제교류재단

다비드 톄신스키는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착취와 과잉 생산, 혐오와 차별, 불평등, 빈곤, 환경 파괴 등의 문제를 사진으로 이야기한다. 소외된 이들의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 전 세계 66개국을 다니면서 그들의 생생한 현실을 포착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의 도네츠크와 루한스크 지역에서 거주하며 전쟁 발발 전의 평온한 일상, 분쟁 속에서도 살아남고자 애쓰는 사람들의 절박함과 회복의 몸짓을 카메라에 담았다. 특히 한 남자와 동물의 교감을 담은 작품 ‘교전 지역에서의 친구’는 우크라이나 격전지에서 촬영됐는데, 전쟁이란 비극 속에서도 희망이 존재함을 보여준다.

톄신스키의 작품은 우크라이나 교전 지역 초등학교, 자메이카와 가나 등 세계 곳곳의 빈민가 생활상, 브라질 아마존 방화 사건 희생자 등을 조명한다. 각 작업은 각기 다른 맥락에서 포착한 삶의 위기를 파편적으로 전달하는 듯하지만, 만연한 불평등과 공동체의 해체, 착취와 배제, 침략과 반목이 일상화된 세계의 풍경을 날카로운 시선으로 보여준다.

교전 지역인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에 있는 어느 초등학교의 모습, 우크라이나 도네츠크 지역, 2017 /사진제공=한국국제교류재단
교전 지역인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에 있는 어느 초등학교의 모습, 우크라이나 도네츠크 지역, 2017 /사진제공=한국국제교류재단

이처럼 그의 작품은 상황을 사진으로 증언함으로써 과거의 문제점을 인지하고 비판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더 나아가 지금 우리와 타자와 맺고 있는 관계의 중층성을 돌이켜보게 한다.

현실에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 사진 속 기록을 통해 우리는 ‘지속가능성’의 개념을 조금 더 현실적인 상황 안에 대입해 숙고해보게 된다.

그는 여러 번의 개인전을 비롯해 유럽, 미국, 이스라엘에서 열린 그룹전 등 80여 차례의 전시와 행사에 참여했다. 2017년 소니 월드 포토그래피 어워드를 수상했고, 더 가디언, 허핑턴 포스트, 르몽드 등 다양한 매체에서 소개된 바 있다.

탄광 주변에 사는 토끼, 다비드 톄신스키, 독일 위헨 인근, 2020
탄광 주변에 사는 토끼, 다비드 톄신스키, 독일 위헨 인근, 2020

‘SDGs: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혁신’은 지난해 하반기 체코가 유럽연합(EU) 이사회 의장직을 맡은 기념으로 체코문화원 본원에서 기획한 증강현실(AR) 및 픽토그램(그림문자) 작업의 결과물이다.

17개 SDGs 개념을 그래픽 디자인과 애니메이션으로 시각화하고,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으로 애플리케이션에 접속해 작품 관련을 카메라에 비추면 3차원(3D) 이미지와 해설을 볼 수 있다.

이 프로젝트는 체코, 스웨덴, 영국 등 유럽 국가에서 호평받았다. 아시아에서는 이번이 최초 공개다.

김기환 KF 이사장은 “전시를 통해 지속가능성과 지속가능개발목표, SDGs를 다시 한번 되짚어 보고, 이를 위한 실천을 바로 오늘 시작해야 한다는 깨달음을 함께 공유해 나가고자 한다”며 “일상 속 작은 실천을 모색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관람료는 무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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