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청년단체 GEYK 김지윤 대표

김지윤 기후변화청년단체 GEYK 대표
김지윤 기후변화청년단체 GEYK 대표

[환경일보] 오는 25일 대한민국의 탄소중립 청사진이 결정될 예정이다.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에 따른 20년을 계획기간으로 하는 탄소중립기본계획 수립 법정기한이 25일이기 때문이다. 

탄소중립기본계획에는 연도별 감축목표나 재원 조달규모 등의 세부적인 내용이 담기기 때문에 초안은 공청회를 거쳐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해야 하지만 공청회는 법정기한 3일 전인 22일로 공고되었다. 의견 수렴의 시간이 충분할지 의문이 드는 스케줄인데, 그보다 더 황당한 것은 공청회 5일 전 초안에 대한 의견을 제출해달라는 공지인데 기본계획의 초안조차 올라와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의견 제출을 위해서는 초안을 검토해야 하지만 초안은 공청회 하루 전인 21일 발표 예정이라고 한다. 여러모로 엇박자가 나고 있는 스케줄은 많은 기관에서 이미 지적하고 있으며, 전반적인 거버넌스 및 프로세스에 상당한 문제가 있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 없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초안이 늦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3월 초부터 나오던 기사들을 통해 산업계의 극심한 반발이 가장 큰 몫을 하고 있다고 유추할 수 있다. 2020년 UN에 제출했던 2030년 NDC(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퇴짜를 맞으면서 2021년 10월 문재인 정부는 국무회의를 열어 기존안인 26.3%보다 상향된 40%로 확정했다. 이때 각 부문에 감축목표가 분배되었는데, 산업 부문의 목표는 6.4%에서 14.5%로 늘어났다. 산업계는 우리나라 전체 온실가스 배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35.8%(2018년 기준)로 에너지(37.1%) 다음으로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부문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게 늘어났지만 산업계의 반발은 가장 격렬했다. 

이번 탄소중립기본계획은 단순 목표가 아닌 세부 실행 계획과 방안이 담기길 뿐만 아니라 이번 정부는 조금 더 산업계에 우호적이기 때문에 산업계는 목표를 다시 한번 조정하고자 하는 것이다. 산업부에서 발주한 에너지경제연구원과 산업연구원의 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5%로의 목표 하향 시도는 성공할까? 

안타깝지만 산업계의 목표 하향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산업계의 목표치가 내려가면 다른 부문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더 줄일 수밖에 없는데 어느 부문이 이러한 목표의 부담을 가져가게 될까? 아마도 전환과 국외 감축 부문이 크게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예측된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표면적으로는 산업 부문의 감축 목표를 낮추더라도 이 두 부문과 K-ETS(국내 배출권 거래제)에서 기업의 역할을 강화할 수 있는 장치를 고민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K-ETS에서는 2026년부터 적용될 제4차 기본계획을 법정 기한인 2024년 12월보다 1년 앞선 2023년 12월까지 수립할 예정이다. 지금의 K-ETS 배출권 할당량은 2020년에 설정된 국가 목표 배출량 기준으로 설정되어 있으며, 2021년 NDC 상향에 따른 조정이 반영되지 않은 상태이다. 과잉 할당된 배출권은 가격의 급락으로 이어져 실질적 탄소배출 감축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이미 K-ETS 시장은 작동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이어져 왔다. 산업계의 감축 목표 자체는 낮추더라도 배출권 할당량을 현재 NDC에 맞추어 조정할 뿐만 아니라 유상할당 확대가 이루어진다면 기업들의 역할이 중심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또 정부는 배출권거래제 2차(2018~2020년) 때 KCU 제출 한도를 K-ETS 할당량의 10%(국외 제출한도 50%)로 확대하며 외부 감축사업을 독려했었다. 그러나 현재의 3차(2021~2025년) 기간에 KCU를 5%(국내·외 통합)로 다시 낮춘 상태인데, 이를 다시 확대해 국내에서 기업들이 내부 감축이 어렵다면 외부 감축사업을 활용할 수 있도록 유연성을 높여줄 필요가 있다. 산업계의 목표 하향 요구를 표면적으로는 수용하면서 현명하게 다른 부문과 수단을 활용한다면 산업계의 실질적인 노력을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 

기후위기의 당사자인 청년으로서 지금의 탄소중립 기본계획은 아쉽지만 마냥 비판만 하기보다 남아있는 카드들을 활용해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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