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범죄 대응·외교적 압박 통해 국민 안전과 건강 지켜내야

[환경일보] 일본 후쿠시마 농수산물 수입 규제 철폐와 원전 오염수 방류에 대한 국민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최근 한일 정상회담에서 후쿠시마 수산물 등에 대한 수입 규제 철폐를 요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한국은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후쿠시마를 포함해 주변 8개 현의 모든 어종의 수산물 수입을 전면 금지하고 있다. 농산물에 대해서도 후쿠시마현 쌀과 버섯류 등 14개 현 27개 품목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다수 국내 횟집에서 일본 등 해외 수산물이 국산으로 둔갑해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양수산부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에 따르면 원산지 표시 위반 적발 업체는 2020년 543개소, 2021년 783개소, 2022년 519개소 등으로 500개소를 웃돌고 있다.

일본은 오는 6월쯤 원전 오염수를 방류할 계획이다. 후쿠시마산 농수산물이 수입되지 않더라도 원전 오염수가 방류되면 해류를 통해 우리 먹거리 안전이 위협받는다. 수산물에 대한 국민 불신이 소비 급감으로 이어지고, 수산업도 큰 타격을 받을 것이 당연하다.

어업인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정부는 강력한 조치를 내놔도 모자랄 판에 국민의 바람과는 거꾸로 가고 있다. 대통령실은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규제 철폐 논의 여부와 관련해 “정상 간 나눈 대화는 공개하지 않는 게 원칙”이라고 밝혔다.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은 대통령실의 반응에 국민은 불안을 넘어 분노를 느끼고 있다. 우선 일본의 원전 오염수 해양 방출은 ‘반인류·반생태적 국제환경범죄’이자 ‘미래세대의 권리를 침해하는 일’이다. 후쿠시마원전사고와 달리 불가피한 것이 아니라 마땅히 자체 처리해야 할 공해물질을 전 인류의 생태보고인 해양에 방출하는 것이다.

‘국민 건강과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원칙은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한국 정부가 지켜온 기본 원칙이다. 대통령실은 이 원칙을 재확인하며, 한국 조사팀이 참여한 검증 결과가 있어야 하고 국민 정서가 허락할 때 가능하다는 원칙에 변함이 없다고 전했다.

문제는 ‘가능하다’라는 전제도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일본 후쿠시마현 어협이 중심이 돼 일본 정부에 소송을 하고 있는데, 우리 정부의 대응이 참으로 씁쓸하다. WTO에서 우리나라가 최종 승소하기도 한 사안인 만큼 정부는 후쿠시마 농수산물을 수입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자세를 보여야 한다.

하지만 강제 동원(징용) 해법 등에서 확인된 저자세 외교로 미뤄볼 때 정부를 신뢰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국민 신뢰를 회복할 카드가 아직 남아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다방면의 경제 압박 등 외교적인 해결을 통해 국민 안전과 건강을 꼭 지켜내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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