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훼손 피해, 국민과 후손들이 떠안아··· 개발 견제 장치 필요

[환경일보]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2월28일 유력 일간지 칼럼에서 가까운 국립공원을 찾아 국립공원의 가치를 되새겨 보자는 의견을 전했다.

강원도 양양군 설악산국립공원 오색케이블카 설치사업을 환경부에서 사실상 허가한 것은 한 장관이 국립공원 발언을 하기 하루전 일이다. 설악산은 백두대간 보존지역이자 유네스코 생물권보존지역이다. 국내외에서 보호해야 하는 가치가 검증된 곳이다. 지난 40년간 시민과 정부 산하 전문기관이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를 반대해온 이유다.

하지만 앞으로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의 경우처럼 자연훼손이 우려되는 사업에 반대한다면 해당 지자체를 직접 상대해야 한다.

2월10일 정부는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개최한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 ‘중앙권한 지방이양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추진계획을 실행하는 6개 분야 57개 과제에는 도지사가 지자체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100만㎡까지 해체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됐다. 국가전략사업 추진 시에는 아예 해체 총량에서 제외된다.

김진태 강원도 지사는 3월3일 라디오 방송에서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는 강원도에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케이블카 설치로 자연훼손이 우려된다는 여론에는 잘된다는 보장은 없지만 이런 것이 지방자치 묘미라는 말을 남겼다. 중앙 지방이양 추진 계획으로 김 지사에게도 막강한 개발 권한이 주어졌다.

공개된 추진계획 어느 곳을 살펴봐도 도지사가 그린벨트를 해체하고 추진하는 개발사업을 견제할 방법은 없다. 또한, 무인도에서 3천㎡ 이상을 개발하거나 4층 이상 건축물을 짓는 사업은 해양수산부 장관과 협의만 하면 규모와 관계없이 지자체에 승인 권한을 주기로 했다. 지자체장은 농지전용 권한도 갖는다.

문제는 국토 환경문제는 지방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정부는 권한과 책임을 동시에 이양한다는 추진원칙을 내세우지만, 시민의견을 수렴하는 환경부나 국토부와 달리 지자체 발전 명목으로 진행되는 개발사업에 대해 지자체장이 지역 외 시민 의견을 얼마나 고려 할지 알 수 없다. 난개발로 인한 피해는 온 국민과 후손들에게 고스란히 넘어올 것이다.

이 같은 걱정은 우려로 그치지 않을 것 같다. 당장 지리산, 북한산, 소백산, 무등산 등에서 케이블카 설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방정부 권력 이양은 지난 모든 정권에서 언급됐다. 진정한 의미의 지방자치실현을 위해 서는 정부의 권한 이양이 필요하다. 지방정부로 정부의 권한 이양 이양은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8년 여야합의로 본격화됐다. 하지만 지방정부 권한 이양이 견제 없는 개발 권한을 허락한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하지만 이번 정부의 권한 이양은 지방소멸과 저출생, 고령화에 대비하는 맞춤형 행정이 아니라 그동안 자연훼손 우려로 막혀있던 각종 개발 권한을 넘긴 것 같아 우려스럽다. 이번 추진계획으로 분명 지자체가 누릴 수 있는 부분이 많다. 반면 권한 행사를 앞두고 지방스스로 얼마나 준비를 해왔는지 불확실하다. 난개발과 환경훼손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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