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환경관리전공 박사수료 고도연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환경관리전공 박사수료 고도연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환경관리전공 박사수료 고도연

[환경일보] 올해 3월 21일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가 발표한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이하 기본계획)’에서는 2030년 부문별 감축목표를 조정했다. 크게 구분하면 국내 배출량은 4.9백만톤CO₂e 증가하고, 이를 산림과 CCUS(-0.9백만톤CO₂e), 국제감축(-4백만톤CO₂e)으로 상쇄한다. 이를 통해 국내 산업계의 부담을 줄이면서도 전체감축량은 유지함을써 국제사회에 구색을 갖추게 됐다. 

국내에서는 때마다 온실가스 감축목표 변동 관련 논의가 뜨겁다. 시민, 기업, 정부 등 이해당사자별로 융합되기 어려운 입장을 확고히 견지하는 경우가 많아 더욱 그러하다. 예를 들어, 범지구적 온난화 제한 목표를 달성하기에는 현재의 감축목표가 충분하지 않거나, 저탄소 신기술 개발 및 보급과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산업계 등이 어려움을 토로하고, 경로 설정을 위해 가능성과 이익이나 손해를 가늠하는 등 각 주체는 한정된 인식 체계와 다른 사항을 외면하는 태세가 섞인 아래에서 개별적으로 의견을 피력하며 합리적으로 여겨지는 경로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관련 논쟁은 변하는 상황에 따라 달라지며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다. 본고에서는 이와는 다른 관점에서 중요한 맥락을 살펴보고자 한다. 이번 기본계획에서 제시한 감축경로의 불룩하고 마지막에 급격한 모양 말이다. 

기본계획의 불룩한 감축 경로

이번 기본계획에서는 최초로 2030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과 부합하는 부문별 감축경로를 도출했다. 아래 그림과 표는 이번 기본계획의 부문별 감축 경로와 그 증감률을 보여준다. 

* 그림에서 배출량 상쇄 부문(흡수원, CCUS, 국제감축) 제외  ** 기본계획에서 경로를 명확하게 제시하지 않은 국제감축 부문 제외  *** 상기 표와 그림은 이번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에서 배포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 발표 자료를 토대로 필자가 재구성함
* 그림에서 배출량 상쇄 부문(흡수원, CCUS, 국제감축) 제외 ** 기본계획에서 경로를 명확하게 제시하지 않은 국제감축 부문 제외 *** 상기 표와 그림은 이번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에서 배포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 발표 자료를 토대로 필자가 재구성함

전체 감축경로는 2018년~2026년까지 약 1~2.4% 정도로 낮은 감축률을 보이다가 이후 급격히 증가해 2027~2028년 약 4.2%, 2029~2030년에는 약 18%의 감축률을 보인다. 동 특성은 배출량 대부분을 차지하는 산업부문, 전환부문, 건물부문 등이 공유한다. 전체적으로 불룩하다. 

이번 기본계획이 연구자 지망생 입장에서 부적절한 이유

부문별 감축경로를 수립했다는 것은 앞으로의 이정표를 토대로 환류체계 기반을 조성했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그 모양이 필자와 같은 연구자 지망생이 보기에 이상하다. 필자의 대학원 동료들도 대부분이 의아해한다. 그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해 볼 수 있다. 

먼저, 감축경로 모양이 탄소예산 측면에서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 탄소예산은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특정 수치 이내로 멈추기 위해 배출을 제한해야 하는 누적 온실가스 배출량이다. 현재 국제사회는 2050년경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을 강화해 나아가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을 있게 한 IPCC 보고서(1.5℃ 특별보고서, 5차·6차 보고서)에서는 세기 중반 탄소중립 달성에 부합하는 전 지구 온실가스 배출 감축경로를 제시하는데, 그 모양은 선형에 가깝거나, 감축 초기 가파른 기울기를 보이다 완만하게 감소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영국과 독일 등 국가의 온실가스 감축경로 문헌에서는, 다양한 측면을 고려해 선형에 가까운 경로를 제시한다. 이때 어느 국가가 임의로 선형 경로에서 벗어나 불룩한 모양의 경로를 제시하는 것은 부적절한데, 벗어나는 만큼의 탄소예산을 더 소모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목적 달성 측면에서 이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부담을 타국에 전가해야만 한다. 억지스럽다.

둘째, 다음 세대의 경로 달성 가능성이 작아 보인다. 근시일적인 시각에서는 한숨 돌릴지라도 2020년대 말경, 20%에 육박하는 급격한 감축이 가능한 것인가? 이를 도출하기 위해서 어떤 긍정적인 가정들을 세웠으며 그 가정은 현실성이 있는가? 일례로, 2029~2030년 전환부문 감축률 16%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그 이상(거의 전부)의 화석연료 기반 발전설비를 저탄소 전원으로 교체해야 한다. 충분한 양의 (아마도 비싼) 신기술을 제때 보급 가능하다는 희망찬 가정을 받아들인다 치더라도 30~40년에 이르는 설비수명을 당해 만료시킨다는 것인지, 아니면 한시적으로 가동을 멈춘다는 것일까?

앞서 언급했지만, 영국과 독일 등 온실가스 감축에 있어 진취적인 경로를 영위해 온 국가는 향후 목표 달성을 위한 완만한 감축경로를 가진다. 이들은 기후변화 대응 원동력인 시민의 공감대가 높은 등 더욱 긍정적인 환경을 가지고 있지만, 그런데도 이번 한국의 기본계획과 같이 급진적인 경로는 필자가 아는 한 찾아보기 어렵다.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시민의 이동 등을 엄격하게 제약했던 2020년 한국 온실가스 배출량이 전년 대비 6.4% 감축한 것을 생각해 보면 이것이 얼마나 급진적인지, 시민이 무엇을 받아들여야 하는지 가늠하기 어렵다. 

더욱 적절하고 현실적인 감축경로에 관한 생각

범지구적 온난화 제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제한해야 하는 온실가스 누적배출량(탄소예산)이 얼마 남지 않았다. 어떠한 일탈도 용납하기 어려운 때이다. 탄소예산 측면에서 보면 우리나라 감축경로와 같이 불룩한 모양은 부적절하다. 또한, 감축경로 마지막 부분의 가파른 기울기를 보면, 다음 세대의 실패를 예정하는 기본계획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합리성을 고려한 감축경로를 담았다고 하지만, 현실성에 기반하지 않으면 계획이라고 할 수 있는가? 

물론, 금번 기본계획상 명시한 경로는 사회·경제·정치 등 다양한 측면을 고려한 결과물로 생각된다. 이러한 현세대 의사결정자의 이해관계가 어떠한지는 필자로서는 접근이 제한된다. 본고에서 논한 사항은 실무진의 헌신과 기대에도 다양한 한계와 현실로 피치 못한 것일 수도 있다. 다만, 이러한 비판이 계획의 세부 근거에 접근하기 어려워 가능한 것이길 바란다. 

그럼에도 확실한 것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이른 시기부터 감축 노력을 제고하는 것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탄소중립은 함께 가야 하는 길이며 시민과 국가, 기업의 역할이 긴요하다. 그리고 바람직한 감축경로를 영위함으로써 주체별 다양한 편익이 기대된다. 모두가 목적을 더욱 공유해 이를 실현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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