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류 대규모 댐 건설로, 동남아‧인도와 수자원 전쟁

[환경일보] 역사상 중국 왕조의 숙제 중 하나가 항상 치수였다. 넓은 땅에 농사를 짓고 수많은 인구가 먹고 살기 위해서는 범람하는 하천을 다스리고 수로를 연결해 국토를 연결해야 했다. 이 같은 사정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14억이라는 인구를 먹여 살리려면 엄청난 양의 곡물이 필요하다.

수자원의 지역 격차가 큰 중국은 항상 남쪽에서 북쪽으로 수자원을 이동시켜왔다. 과거에는 대규모 노역으로 이를 해결하려 했고, 대규모 공사로 인해 국력을 낭비해 나라가 망한 사례도 있다.

수나라는 3명의 황제가 40년 동안만 존속하다가 멸망했는데, 이처럼 단명하게 된 가장 큰 원인 중의 하나는 동북아시아 패권을 놓고 고구려와 벌인 전쟁과 함께 운하건설이 꼽힌다.

수나라 때 지금의 저장성 항저우와 베이징을 연결하는 경항대운하가 건설됐다. 경항운하는 중국의 남북을 이어주는 교통의 대동맥이었지만 민중들의 피와 땀의 산물이었다. 대규모 토목공사에 따른 백성들의 고단한 삶과 민심이반으로 수나라는 결국 멸망의 길로 치달았다.

현재의 중국은 세계 인구의 20%를 차지하지만 보유한 수자원은 6%에 불과하다. 때문에 만성적인 물부족 현상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수자원 대부분이 남쪽에 치우쳐 있는게 문제다.

북쪽엔 황허강, 남쪽에는 양쯔강이 있다. 황허강은 글자 그대로 흙탕물인데다 1년에 7~8회는 가뭄을 겪는다. 또한 내몽고를 포함한 북쪽은 사막지대가 많다.

반면 남쪽에 있는 양쯔강은 황허강에 비해 수량이 20배나 풍부하다. 그래서 중국은 전통적으로 강남지역이 농사와 경제가 발달했다. 양쯔강에는 세계 최대 규모의 수력발전댐인 싼샤댐을 짓기도 했다.

2000년대 초 시작된 남수북조사업은 중국 최대 토목공사이다. 상하이에서 양저우를 거쳐 텐진, 베이징으로 향하는 수로와 단장커우에서 베이징으로 향하는 수로 2곳은 이미 공사를 마쳤다.

중국은 티베트의 물까지 끌어가려 시도하고 있다. 수자원이 풍부한 티베트에 많은 댐을 건설해 물을 모으고, 수로를 통해 가뭄지대로 옮긴다는 것이다.

문제는 티베트에서 시작된 메콩강이 인도와 동남아시아로 흘러 간다는 것이다. 여기에 의존하는 물 수요 인구만 20억명에 달한다.

메콩강은 미얀마, 라오스, 태국, 캄보디아, 베트남를 거치는 동남아시아의 절대적인 수자원이다. 그런데 중국이 메콩강 상류인 티베트에 댐을 지어 물을 가로채면서 메콩강의 수위가 낮아지고 있다.

인도의 갠지스강 역시 티베트에서 시작되는데, 중국이 상류에 댐을 건설하면서 양국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

중국이 지리적 이점을 이용해 수자원 확보에 나서면서 동남아시아 국가들 및 인도와의 갈등을 피하기 어려워졌다. 동남아 국가들이 협의체를 만들어 항의했지만 중국은 콧방귀만 뀔 뿐이다.

베트남이나 태국과 같이 대규모 쌀 수출국들은 물이 없어서 쌀 생산을 줄여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메콩강에 건설된 대규모 수력발전소는 13개, 앞으로 예정된 댐은 20개다. 메콩강의 물은 더 마르고 생태계 파괴 역시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