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촌공사 미래전략실 기후정책추진단 이동건 차장

한국농어촌공사 미래전략실 기후정책추진단 이동건 차장
한국농어촌공사 미래전략실 기후정책추진단 이동건 차장

[환경일보] 하루도 빠지지 않고 쏟아지는 뉴스가 있다. 기후변화, 탄소중립, 온실가스를 주제로 한 기후재앙 관련 뉴스로 경고 혹은 정보제공의 방식으로 대중들에게 현 상황의 심각성을 일깨워주려고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적으로는 코로나19 회복으로 에너지 사용량 증가, 화석연료의 회귀, 첨단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전력 사용 증가로 온실가스 배출은 좀처럼 줄지 않고 오히려 늘어나고 있는 현실이다.

특히, ICT(정보통신기술) 신산업 활성화 등 첨단기술의 급속한 발전에 따라 데이터를 저장·처리·유통하는 데이터 산업이 전 세계적으로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며, 데이터센터의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데이터센터는 24시간 가동되면서 많은 전력을 소비하고 있고, 소비전력의 상당량은 기기에서 발생하는 열(heat)를 냉각시키기 위해서 사용되고 있다. 이에 기업들은 데이터센터 냉각기술 등 에너지 절감을 위한 연구, 기술 개발에 사활을 걸고 매진하고 있다.

국외 대표적인 사례로는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나틱 프로젝트(MS Project Natick)가 있다.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사는 해저에 데이터센터를 건립해 에너지 절감 및 탄소중립 실현에 도전하고 있다. 2015년 1단계 연구 진행, 2018년 효율성 등을 확인하는 2단계 실험을 진행해 오고 있다.

국내에서는 LG유플러스 평촌 데이터센터의 사례 등이 있다. 관악산 찬 바람을 건물 내부로 유입하는 바람길 설계로 시설 냉방에 적용하고 심야 전력으로 얼음을 얼려 주간 냉방에 활용하는 빙축열 시스템을 적용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에너지 절감과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저층수 냉방기술 모델 
저층수 냉방기술 모델 

위의 사례를 살펴보면 자연환경을 이용해서 에너지 절감을 실현하려는 기업들의 노력을 엿볼 수 있다. 이렇게 활용할 수 있는 자연환경은 한국농어촌공사가 관리하는 농업용 호소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농업용 호소의 생태환경은 계절적으로 온도변화가 일어나는 표층과는 달리 심층수는 4~5℃의 수온을 일정하게 유지하고 있다. 물론 규모가 크고 수심 20m 이상의 깊은 호소의 경우에 해당한다.

이러한 저층수의 낮은 수온을 첨단기술의 운영과정에 필요한 냉방기술에 적용해 보면 어떨까. 농업용 호소의 저층수를 데이터센터에 순환시켜 기기에서 발생하는 열(heat)를 냉각시키고 절감된 에너지 사용량만큼 온실가스 배출을 감소시키는 역할을 수행한다면 일석이조의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또한, 사용된 유량은 리사이클(Recycle)을 통해 호소로 재유입해 전체적인 수자원의 양적 변화를 주지 않고 물순환을 통한 수질개선 효과도 부가적으로 발생시킬 수 있다.

정부, 민간, 공사의 상호 협력을 토대로 단계별 사업이 추진되면 에너지 관리 및 탄소중립의 패러다임 전환을 가져올 수 있다. 정부는 행정적인 지원과 인프라 구축을 통해서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에 대응하며 매년 반복되는 에너지 수급 문제의 해결을 위한 대안을 마련할 수 있다.

경남 사천 두량저수지. 농업용 호소에 설치된 수상태양광
경남 사천 두량저수지. 농업용 호소에 설치된 수상태양광

민간은 에너지 사용량 절감에 따른 비용을 기술개발에 투자해 산업발전에 기여할 수 있으며, 한국농어촌공사는 농어촌 자원을 활용해 공익적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이미 수상태양광 설치를 통해 수면 공간에서는 재생에너지를 생산하고 있으며 저층수의 수중자원을 활용해서는 에너지 절감에 기여할 수 있다.

에너지 다소비, 온실가스 다배출 시설인 데이터센터는 현재 도심지에 위치해 도시열섬 현상을 가중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광케이블과 네크워크로 연결된 현대사회에서 이러한 첨단시설이 굳이 도심지 한가운데 위치해 환경 악화에 일조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농어촌 자원을 활용해서 에너지를 절감하고 온실가스 배출을 대폭 억제할 수 있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서 혁신적인 기술개발과 사업모델이 만들어진다면 대한민국의 탄소중립 시기를 앞당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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