댐, 보와 같은 인프라 확충으로는 해결 어려워

[환경일보] 최근 한화진 환경부 장관이 가뭄대책으로 ‘보’를 활용하겠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보 물그릇 활용을 통한 가뭄대책을 발표한 이후 현장에서도 이를 강조했다.

한화진 장관은 “과거 백제보 개방으로 인해 발생했던 부여군 자왕벌 농민들 피해가 반복돼서는 안 된다. 보령댐 도수로와 예당저수지 도수로 사례처럼 다른 4대강 가뭄 대응에 보의 기능을 최대한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발언을 보면 자왕벌 농민들의 피해가 가뭄 때문에 발생한 것이고, 백제보가 이를 해결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자왕들의 수막재배 비닐하우스가 백제보 건설 이후에 급격히 증가하면서 발생한 현상이다. 매년 겨울 수막재배가 시작되면서 추가 수량이 필요한 것이지 실제 가뭄 피해가 아니다. 대체 관정을 통해 대안을 마련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가뭄 피해인 것처럼 호도하는 것은 위험하다.

도수로는 가뭄의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다. 보령댐 가뭄은 기후 탓도 있지만 이를 운영하는 수자원공사에도 원인이 있다.

보령댐은 계약률이 98%로 댐 규모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양의 물을 계약해 공급하고 있기 때문에 만성적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결국, 보령댐 도수로는 급한 상황에서 사용하는 임시대책일 수밖에 없다.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계약률을 낮출 수 있도록, 보령댐에서 물을 공급받는 8개 기초지자체가 다양한 수원을 확보해야 한다.

영산강과 섬진강의 경우에도 잘못된 물 분배 정책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근본적으로 영산강 물을 생활용수, 공업용수로 활용하지 않고 다른 유역에서 물을 끌어다 쓰는 것이 이번 전남지역 물 부족 사태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그럼에도 환경부의 대책은 다른 유역의 물을 가뭄 지역으로 보내겠다는 것이었다. 가뭄 상황이다 보니 유역의 환경, 생태계에 대한 문제를 경시하고 일단 급한 불부터 끄고 보자는 심산이다.

섬진강 본류의 유량이 심각하게 부족해지면서, 이에 따른 수질 악화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섬진강은 소위 ‘여기저기서 빨대를 꽂고 있다’고 표현될 만큼 물 이용 실태가 엉망이다. 임시방편이 아닌 유량 정상화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낙동강 또한 상황이 비슷하다. 물을 계속 채워놓고도 제대로 활용하지도 못하고 있다. 오히려 녹조 문제만 더욱 심해져, 마이크로시스틴(Microcystin)과 같은 녹조 독소가 주민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기후위기 시대 다가올 물 위기는 댐, 보와 같은 인프라의 확충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 물그릇의 확충, 즉 공급량의 증가는 평시의 물 수요량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

우리는 ‘물그릇’이 없는 게 아니라 물그릇이 말라버리는 문제를 겪고 있다. 기후위기 시대 장기적인 물관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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