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팜 일색 농축수산업 기본계획, 당사자 의견은 들어봤나

[환경일보] 전북 장수군에서 20년째 토마토 농사를 지어온 김민석 씨(가명)는 통화에서 “지난 5년간 종자값과 물류비가 상승했다. 최근 시설 및 재배기술 계량으로 착과력과 수량성을 높였다. 그러나, 그만큼 빚도 늘었다”라고 했다.

농사를 포기할까 했던 김 씨의 생각을 바꾼 것은 스마트팜이다. 시설을 자동화하고, 유통을 선구매방식으로 바꾸자 관리가 수월해졌다. 불량과도 줄었다. 그러나, 공짜는 없었다. 그 대신 빚을 얻은 것이다.

4월11일 정부는 ‘제1차 국가탄소중립 기본계획안’을 심의·의결했다. 농축수산업 부문에서는 탄소저감을 위한 대표적인 방법으로 스마트팜이 제시됐다. 기본계획안에 따르면 2030년까지 농축수산업 분야 온실가스 배출량을 1800만 톤 이하로 줄여야 한다. 2018년(2470만 톤) 대비 약 27.1%p를 줄여야 하는 셈이다. 저탄소 구조전환을 위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팜 확산이 추진된다.

5일 전인 4월6일, 윤석열 정부 집권 5년의 농정 비전을 살펴볼 수 있는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발전계획(이하 ’농발계획‘)’이 발표됐다. 이 계획에서도 주요 대책으로 스마트팜이 강조됐다. 그야말로 ‘스마트팜’이 핵심 대안인 셈이다.

스마트농업 보급률을 농업생산의 30%까지 올리기 위해 농업진흥구역 내 수직형 스마트팜 설치를 허용하고, 대규모 첨단온실을 민간참여로 조성한다는 계획도 있다. 개발도상국의 기후위기 극복을 돕기 위해 ‘K-스마트팜’ 농업개발협력 추진도 진행한다. 스마트팜, 디지털농업 등 농업 분야 개발협력을 통해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달성한다는 목표다.

일견 전망이 밝아 보이는 이 계획에 당사자인 농민들은 한숨을, 시민들은 우려를 쏟아낸다. 가장 중요한 ‘당사자’, 농민들의 의견이 빠진 계획이기 때문이다. 농민 K씨는 “농사꾼인 내 말부터 들어달라. 스마트팜, 좋다. 문제는 비용이다. 이 계획은 당사자인 우리 농사꾼의 현실과 동떨어져있다”라고 했다.

작물 생육환경을 맞추려면, 겨우내 등유를 때야 한다. 그 비용은 어떻게 할 것인가? 농축수산업 분야에서 탄소 저감 목표치를 말하면서, 재생에너지에 대한 논의는 빠졌다. 난방비 대책, 온실가스 저감 대책도 계획에서 찾을 수 없다. 스마트팜 설치가 그토록 중차대한 계획이라면, 적어도 에너지 전환 계획은 포함됐어야 했다.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 녹색성장위원회(이하 ‘탄녹위’) 민간위원들 중 노동자가 없었듯, 스마트팜 관련 논의에 농민도 없었다. 탄녹위 측에서는 “관계자들의 의견을 경청하겠다”라며 지난달 공청회를 열었지만, 발표된 내용은 그전과 다르지 않다.

정부가 농업 분야에 기업을 끌어들여 농민을 먹여 살리고 탄소저감도 이루겠다는 것인가? 농가 입장에서 스마트온실을 1만ha/1만호 늘린다는 목표를 홍보하지만, 그 스마트온실은 대체 누구의 것인가? 예산을 얼마나, 언제까지, 어디에, 누구를 위해 쓸 것인지 전혀 알 수 없는 기본계획안이다.

스마트팜 설치를 원하는 농가를 지원할 것인가? 누구를 위한 스마트팜인가? 당사자인 농민이 빠진 스마트팜 계획에, 농민들은 반대도 찬성도 할 수 없는 처지다. 정부에서 지원만 확실히 해준다면, 탄소저감에 반대할 이유는 없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그 부분이 빠져있다.

탄녹위는 수립된 기본계획안은 고정된 것이 아니다. 행동하며 점검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과연, 그 행동과 점검의 과정에서 농민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일 것인가? 그것이야말로 점검해 나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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