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주들의 이익 때문에 소나무 고집, 국고보조금 90% 투입

[환경일보] 최근 강릉 발생한 산불로 축구장 530개, 379㏊ 넓이의 산림이 불에 탔다. 특히 강릉에 많은 소나무가 불쏘시개 역할로 피해를 키웠다.

큰 규모의 산불이 날 때마다, 산불을 키운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게 소나무다. 휘발성 물질인 송진이 불쏘시개 역할을 하는 데다, 나무 자체의 수분이 낮아 잘 타기 때문이다.

침엽수의 더 큰 문제는 재발화가 쉽다는 것이다. 침엽수는 활엽수에 비해 화재 지속시간이 두 배 이상 오래 걸린다. 진화된 것처럼 보이지만 불씨가 남아 다시 발화될 위험이 크다.

천년 고찰과 보물 475호였던 낙산사 동종을 녹여버린 2005년 양양 산불이 재발화로 인한 산불 사례다.

그런데 산불로 손해를 입은 지역을 다시 복구하는데 또 소나무를 심고 있다.

기후위기로 건조화 현상이 심해지면서 산불은 갈수록 빈번해지고 규모도 커지고 있다.

울진 산불이 발생했을 당시 50일 동안 비 한 방울 내리지 않아 진화에 애를 먹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계절에 따른 강풍이 불면서 피해를 키웠다.

최근 10년 동안 100㏊ 이상의 대형 산불은 25건 발생했는데, 지난해 11건이 발생했다.

2019년 동해안 산불 복구 조림 사업 1600만㎡가 완료된 가운데 70% 이상이 침엽수로 채워졌다.

2020년 새로 조성된 소나무숲은 3947㏊이며, 2022년에는 2302㏊로 41.7% 줄었지만, 소나무는 여전히 우리나라 산림의 26%를 차지하고 있다.

2018년부터 2022년까지 강원도와 경상북도의 2만6천㏊에 53종의 나무를 심었는데 이 가운데 낙엽송이 31%로 가장 많았고, 소나무가 17%로 두 번째로 많았다.

대규모 산불에도 또 소나무를 심는 이유가 뭘까? 결국, 돈 때문이다.

목재나 관상수로 팔 수 있고 송이 채취로 부수입도 얻을 수 있다. 아울러 동해안의 척박한 환경에서 침엽수가 잘 자란다는 이유도 있다.

강원도는 침엽수 비율을 40% 이하로 낮춘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산불에 강한 활엽수로 내화수림을 만들면 산불 강도를 60%를 줄일 수 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강릉의 로고가 바로 ‘솔향 강릉’이다. 소나무를 도시 이미지로 내세우고 있는 강릉시로서는 소나무를 외면하기 힘들다.

활엽수인 아카시아는 산불에 강하며 꿀 생산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민가 주변에는 침엽수 대신 활엽수를 키워야 인명 피해를 줄일 수 있다. 2019년 고성 산불에서도 주변에 활엽수가 있는 마을이 피해가 적었다.

그럼에도 산주들을 설득하지 못하는 것은 결국 돈 때문이다. 경제 논리에 밀려 화재에 취약한 소나무만 주야장천 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사유림이라도 나무를 심는 비용은 대부분 정부가 부담한다는 것이다. 현행 법령상 사유림 조림 비용의 90%는 정부와 지자체가 부담하고 10%만 산주가 부담한다.

정부는 연간 1300억원을 투입하면서도 수종 선정에 아무런 관여도 하지 않고 있다. 이는 벌거숭이 산에 나무를 심기 급급했던 1970년대 만들어진 사유림 지원책을 아직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산주들의 이익 때문에 정부 보조금까지 투입해 소나무를 늘리고 있다. 우리는 대형 산불에도 아무런 교훈을 얻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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