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대응 구체성 부족, 이행력 보장 한계 드러난 ‘탄녹법’
적응법 제정, 부처별 적응 관련 법제 포괄할 가이드라인 필요

현행 탄소중립기본법은 기후변화 완화에 초점을 두고 있어 기후변화 적응에 대한 계획 및 수립 등 구체적 내용은 부족하다는 지적이 이어짐에 따라, 기후위기 적응법 제정에 대한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현행 탄소중립기본법은 기후변화 완화에 초점을 두고 있어 기후변화 적응에 대한 계획 및 수립 등 구체적 내용은 부족하다는 지적이 이어짐에 따라, 기후위기 적응법 제정에 대한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국회=환경일보] 김인성 기자 = 국내외에서는 ‘기후위기’라는 용어가 등장할 만큼 기후변화 영향과 잠재적 위험도에 대한 인식이 과거에 비해 높아짐에 따라 기후변화 영향으로부터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기후변화 적응정책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현행법상 기후변화 전반에 관한 제도적 기반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의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시책 수립 및 시행의무에서 찾을 수 있다. 그러나 탄소중립기본법은 기후변화 완화에 초점을 두고 있어 기후변화 적응 계획 및 수립 등 구체적인 내용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가운데 전문가들은 전 지구는 물론 우리나라의 급격한 온도 상승과 이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각종 기후위험에 대해 파악하고 대응할 수 있는 체계‧방안을 마련해 현재‧미래에 닥칠 수 있는 기후 위기‧재앙에 대비하는 적응체제 구축과 강화가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지난 2일 국회의원회관에서는 임이자 의원 주최 및 한국환경연구원(KEI)‧국가기후위기적응센터 주관으로 기후변화 적응력 향상 및 법적근거를 보완하기 위해 ‘기후위기 적응법 제정’에 대한 논의 자리가 마련됐다.

기후위기 체감 시작‧‧‧ 적응정책 실행력 담보 제도 ‘시급’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및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에서 간사를 맡고 있는 임이자 의원(국민의힘)은 “기후변화 영향은 기상 변화 및 자연재난, 해수면 상승 등의 자연 환경으로부터 시작돼 인간의 삶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어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요구된다”고 전했다

임 의원은 기후위기 적응전략 전반을 논의하고 적응에 관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와 계획 등 법적 기반 마련을 위한 의견들이 도출되기를 기대한다며, 기후변화 적응법 제정에 적극 반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지난 2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기후위기 적응법 제정’ 토론회에서 이창훈 KEI 원장은 기후위기를 체감하기 시작한 지금이 적응체계를 개선하고 강화해야 할 중요한 시기라며, 특히 적응정책의 실행력을 담보하기 위한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김인성 기자
지난 2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기후위기 적응법 제정’ 토론회에서 이창훈 KEI 원장은 기후위기를 체감하기 시작한 지금이 적응체계를 개선하고 강화해야 할 중요한 시기라며, 특히 적응정책의 실행력을 담보하기 위한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김인성 기자

이창훈 KEI 원장은 전 세계뿐 아니라 우리나라도 작년에 80년 만의 기록적인 폭우로 수십명의 피해가 발생했고, 올해도 이미 전례 없던 가뭄과 산불로 피해를 경험하고 있다며, “이제 기후위기는 우리의 삶에 직접 영향을 끼치는 현실이 됐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그는 기후위기를 체감하기 시작한 지금이 적응체계를 개선하고 강화해야 할 중요한 시기라며, 특히 적응정책의 실행력을 담보하기 위한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22년 3월25일부터 시행한 현행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이하 탄녹법)은 적응 부문 조항의 구체성이 부족하고, 이행력을 보장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계속 있어 왔다.

특히 탄녹법 제6장 적응시책은 건강‧물‧생태계‧식량‧국토/연안‧산업 등 방대한 영역을 포괄‧조정하기 위한 체계가 부재하고, 실제 실행 측면에서는 면밀한 체계를 찾아볼 수 없다.

박태현 강원대 법학전문대 교수는 “공고하고 유연한 기후위기 적응 체계 마련과 적응정책의 구체적 이행력 확보를 위해 기후위기 적응 전반을 포괄할 수 있는 법‧제도적 근거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현 기후대응 예방 정책 내용만 80~90%, “적응 역량 제고해야”

또 현재 적응대책은 예방에 관한 내용이 80~90%를 차지하면서 기후 피해와 관련한 복구 등 회복력 측면은 상당한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적응역량 및 회복력 향상의 측정을 가능케 할 정책적 수단이 부재한 상황에서 적응역량 및 회복력 향상의 방향성을 설정하기도 어렵다.

예컨대, 제43조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물 관리’에서는 기후위기로 인한 가뭄, 홍수, 폭염 등 자연재해와 물 부족 및 수질악화와 수생태계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모든 국민이 물의 혜택을 고루 누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물 관리 시책을 수립‧시행해야 한다고 돼 있다는 점을 짚은 것이다.

박태현 강원대 법학전문대 교수는 현재 적응대책은 예방에 관한 내용이 80~90%를 차지하면서 기후피해와 관련한 복구 등 회복력 측면은 상당한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사진=김인성 기자
박태현 강원대 법학전문대 교수는 현재 적응대책은 예방에 관한 내용이 80~90%를 차지하면서 기후피해와 관련한 복구 등 회복력 측면은 상당한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사진=김인성 기자

이외 제44조 제1항 녹색국토의 관리에서는 ‘기후위기로부터 안전하며 지속가능한 국토를 보전‧관리하기 위해’ 국토종합계획 등을 수립‧시행할 때 기후위기 대응에 관한 사항을 반영해야 한다고 돼 있다.

아울러 산림청, 보건복지부 등 몇몇 부처 개별법에서 기후변화 적응을 일부 다루고 있으나 선언적으로 다뤄져 소관 사항에 대한 체계적 추진과 실질적 이행에 어려움을 내포한다.

박 교수는 “정부 내에서 기상청(기후변화감시법안), 해양수산부(해양기후법안), 환경부(취약계층 관련 탄녹법 개정안) 등 적응 관련 법제를 마련 중에 있다”며 이를 포괄 조정하는 원칙과 가이드라인이 마련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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