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인구 밀집 부울 지역 총위험도, 후쿠시마의 41배
노후 원전‧사용후핵연료 등 주민 고통에도 지원법 부재

자연재해, 원전 설비 노후화, 사용후 핵연료 등으로 고통받고 있는 원전 인근지역 주민들은 정부의 원전확대 정책에도 지원 법 제정 및 안전체계 부재에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사진출처 = 한국수력원자력 

[국회=환경일보] 김인성 기자 = 원전 인근지역 주민들이 지진, 태풍 등 자연재해, 원전 설비의 노후화로 인한 크고 작은 사고와 사용후 핵연료 임시저장 시설 증설 문제 등 항상 원전사고의 위험에 노출돼 있어 그로 인한 불안에 정부에 대한 날을 세우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4월 우리나라도 국무회의에서 제1차 국가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을 의결했고 2030년까지 원자력발전과 재생에너지 등의 에너지 전환을 기존 44.4%에서 45.9%로 높이겠다고 발표했다.

원자력의 경우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경각심이 고조됐고 2014년 ‘원자력시설 등의 방호 및 방사능 방재 대책법’은 원자력 시설에 인접해 방사능 재난 등의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는 지역을 방사선비상계획구역으로 지정하도록 했다. 관할 지역의 단체장은 방사능 방재계획 수립 및 방재 훈련 등의 안전체계를 구축하도록 명시했다.

그러나 원자력 안전체계의 구축에는 상당한 비용이 소요됨에도 불구하고 별도의 예산이 지원되고 있지 않은 상태다.

실제로 2015년 ‘방사능방재법’ 개정으로 방사선 비상계획구역 관할 구역이 23개 지자체로 확대돼 의무와 책임이 가중됐지만 국가사무인 방사능 방재업무가 지방으로 위임되면서, 정부는 지방세법 부칙에 예산 지원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명시했지만 6년이 지나도록 구체적인 법 조항을 제정하지 않고 있다.

원전 소재지 5개 구역(울주, 기장, 울진, 경주, 영광) 외에는 재정적 지원은 연간 1억도 되지 않는다.

지난 2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원자력안전교부세 신설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박성민 의원은  원자력안전교부세 신설을 통해 대한민국의 에너지자원 확보와 국민의 안전을 담보하고, 방사능 방재 및 원자력 안전 관리 등을 추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사진=김인성 기자
지난 2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원자력안전교부세 신설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박성민 의원은 원자력안전교부세 신설을 통해 대한민국의 에너지자원 확보와 국민의 안전을 담보하고, 방사능 방재 및 원자력 안전 관리 등을 추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사진=김인성 기자

국내 원전사고 발생 시‧‧‧ “사실상 대피 불가능”

원전 범위 내의 국민들 생명은 위험에 매우 취약한 상황이다.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원전 전체 400여기에 대해 대형사고 발생빈도는 10년에 1.4회 정도다. 이론치로서 1기당 10만년에 1회가 아니라 실제 발생은 1만년에 3.5회로 ‘35배’인 셈이다.

일본만 국한하면 1기당 1000년에 2회, 전체 50기면 10년에 1회꼴이다. 막스플랑크협회 마인츠 연구팀에 따르면, 원자로 밀도가 높은 서유럽에서 오염지역 기준 40kBq/m2 이상의 방사능 오염발생 빈도는 약 50년에 한 번이다.

원자로 1기당 5000년마다 한 건의 대형사고로 반올림해도 위험은 1990년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가 제시한 대형조기방출빈도(LERF) 추정치보다 ‘200배’ 더 높다.

특히 고리와 한울 부지는 최대 10기 원전으로, 세계에서 가장 밀집된 원전 부지다. 부울 지역 원전/인구 밀집에 따른 총위험도는 후쿠시마의 ‘41배’가 된다.

또 인구밀도가 우리와 유사한 인도보다 심각한 인구 밀집도를 지니고 있다. 인도는 원전 30km 반경 내 10만명 이상 인구를 불허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는 평방킬로당 513명, 인도는 402명이다.

APR1400(신고리 3~6) 원전 대형사고 대피 여유시간 평가 보고서를 보면, 1기 중대사고 후 3일 방출된 Csl 방사능은 120TBq으로 후쿠시마 3기 평균 73TBq의 ‘1.64배’다. 최소 대피 여유시간 7시간에 불과하며 사실상 대피 불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아울러 현재 방사선 비상계획구역에 포함되는 지자체는 방사능방재계획 시스템을 구축해, 방사능 사고 대응 계획을 수립하고 각종 사고 예방 훈련 및 주민 교육 등을 의무적으로 실시해야 하며 전체 인구에 대해 방재 물품을 구입하고 인력도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발전소 반경 5km 이내에만 예산 지원을 하도록 하는 발전소 주변지역 지원법도 여전히 개정되지 않고 있어, 개별 법률 간의 불합치 현상이 계속 지속되고 있다. 즉, 원전 인근 지역 주민들은 원자로에 의해 직‧간접적으로 환경권 등 기본권을 침해 받고 있는 가운데 정부 지원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지속적인 희생을 강요당해야 하는 현실이다.

원자력안전교부세 신설, 에너지자원 확보

지난 2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원자력안전교부세 신설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박성민 국민의힘 의원은 “원자력안전교부세를 신설해 해당 지자체가 국가정책을 수행하고 국민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도록 지난해 ‘지방교부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고 전했다.

이렇게 되면 503만명의 주민이 1인당 4.6만원 수준의 지원을 받게 된다.

이어 그는 원자력안전교부세 신설을 통해 대한민국의 에너지자원 확보와 국민의 안전을 담보하고, 방사능 방재 및 원자력 안전 관리 등을 추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날 열린 토론회에서는 전국원전인근에 사는 지역주민들 200여명이 참석해 원전에 대한 불안감을 토로하고 지원책 마련에 대한 의견을 공유했다. /사진=김인성 기자
이날 열린 토론회에서는 전국원전인근에 사는 지역주민들 200여명이 참석해 원전에 대한 불안감을 토로하고 지원책 마련에 대한 의견을 공유했다. /사진=김인성 기자

전국원전인근지역동맹 회장인 김영길 울산 중구청장은 원전 인근지역 주민들은 지진, 태풍 등 자연재해, 원전 설비의 노후화로 인한 크고 작은 사고와 사용후 핵연료 임시저장 시설 증설 문제 등 항상 원전사고의 위험에 노출돼 있으며 그로 인한 육체적 정신적 긴장과 불안에 여전히 시달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2014년 방사선비상계획 구역을 30km로 확대하고 방사능 방재업무를 지자체에서 수행하도록 했지만 원전 인근 지자체에 대한 예산 지원은 전혀 없다”며 방사능 안전사고에 대비하기 위한 재정 지원과 보상이 가능하도록 ‘원자력안전교부세’ 신설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해외 대형사고 시 방사는 확산 형태(거리 및 방향성) 및 국내 원전들의 밀집과 인구밀도를 고려할 때, 대피 여유 시간은 상대적으로 짧아 방사능 피폭량이 크게 증가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재난 지원 범위 최소 30km 범위까지 확대 필요

박종운 동국대 에너지공학과 교수는 재난 대비 지원 범위 5km는 매우 협소하며, 최소 30km 범위까지 적극적 지원이 요구된다고 판단했다.

이와 더불어 현행 방재대책의 문제점으로 발전소에서 발생한 방사능이 비상계획구역에 도달하는 2~3시간 내에 필요한 현실적으로 신속한 대응은 고려하고 있지 않으며, 실시간에 따른 지형과 기상 등에 의한 방사능의 분포정보를 이용한 방재대책을 고려하고 있지 않으므로 방사능 긴급 확산 시 대비책 전무하다는 비판도 나왔다.

원자력안전연구소 한병섭 소장은 원전사고에 대한 대책으로 ▷중심 기본 개념에 ‘인명’ 반영 ▷실질적 재난대응 시스템 구축 ▷안이한 사고 가정 개선 등의 의견을 제시했다. /사진=김인성 기자
원자력안전연구소 한병섭 소장은 원전사고에 대한 대책으로 ▷중심 기본 개념에 ‘인명’ 반영 ▷실질적 재난대응 시스템 구축 ▷안이한 사고 가정 개선 등의 의견을 제시했다. /사진=김인성 기자

원자력안전연구소 한병섭 소장은 “기상, 지리정보를 바탕으로 짧은 실시간 대응이 가능한 주민보호, 대피훈련을 하기 위해서는 도구를 도입한 과학적인 훈련의 체계화 필요하다”며 ▷중심 기본 개념에 ‘인명’ 반영 ▷실질적 재난대응 시스템 구축 ▷안이한 사고 가정 개선 등을 대안책으로 제시했다.

박철희 전북 고창군 안전총괄과 주무관은 원전 인근 지자체 방사능방재업무의 한계로 ‘비상계획 구역 내 지자체는 세재확보를 통한 비상대책 수립 등 목적 달성이 어렵다’는 점을 짚었다.

박 주무관은 원자력안전교부세를 신설하면 원전 소재지 인근 국민들에 대한 보상과 지역균형발전 도모 및 원자력발전 여론을 개선할 수 있다며, “지방세법 부칙 개정에 따라 확대된 방사선 비상계획구역에 필요한 방사능 방재 예산 지원방안의 조속한 마련을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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