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엘니뇨보다 무서운 위기들··· 식량·경제 위협 대비해야

[환경일보] 기후변화 심각성을 체감하는 요즘이다. 동아시아엔 45도를 넘는 폭염이 덮치더니, 이탈리아에선 6개월 분량의 비가 하루 반 사이에 쏟아져 사망자와 이재민이 속출했다. 우리나라도 지난주 35도를 웃도는 무더위가 들이닥쳤다.

기후변화가 급격히 진행되면서 대기 시스템은 더욱 불안정해지고, 극한 현상으로 치닫고 있다. 지구온난화와 더불어 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높아지는 ‘슈퍼 엘니뇨’ 현상 때문이다. 엘니뇨는 열대 동태평양 표층 수온이 평년에 비해 높아지는 현상이다.

엘니뇨는 온난화를 가속한다. 엘니뇨가 도래하면 온실가스 효과에 따른 온난화를 더 부추기면서 기록적 고온이 발생한다는 게 세계기상기구(WMO)의 진단이다. 전 지구적으로 온도를 섭씨 0.3도 정도 상승시킨다. 동태평양의 따뜻한 해수가 막대한 양의 열과 수증기로 대기에 공급된 영향이다.

전 세계 강수량에도 영향을 미친다. 해수 온도가 높아져 수증기가 대기에 공급돼 저기압이 형성된 중앙·남아메리카 지역엔 폭우와 홍수가, 고기압이 형성된 아시아와 북아메리카·호주·아프리카 등엔 가뭄이 발생한다.

문제는 올해 ‘슈퍼 엘니뇨’가 닥칠 것으로 예상된다. WMO에 따르면 3년 넘게 지속했던 라니냐 현상이 종료되고, 5월~7월 사이 ‘슈퍼 엘니뇨’가 닥칠 확률은 60%이다. 이로 인해 이상기후는 물론, 기후 패턴 자체가 바뀌어 앞으로 2년간 지구 온도가 크게 상승한다.

WMO는 지구 온도가 5년 이내에 산업화 이전보다 섭씨 1.5도 이상 상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지구온난화의 마지노선으로 설정됐던 온도인 만큼 기후재앙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엘니뇨는 세계 경제에도 막대한 손실을 끼친다. 미국 다트머스대학교가 엘니뇨에 의한 장기적인 경제적 손실을 분석한 결과, 엘니뇨가 종료된 뒤에도 영향이 수년간 이어지며 5000조~7000조원의 경제적 손실을 유발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향후 5년간 농작물 피해 등으로 식량 부족 문제가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이번 엘니뇨, 나아가 기후위기가 식량 가격에 미칠 영향을 주목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한반도는 엘니뇨가 발생하면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강수량이 증가한다. 올해 슈퍼 엘니뇨가 예상되는 만큼 올여름 한반도에는 폭우가 내리고, 태풍도 잦아질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최근 전기 요금 상승이 예고돼 서민 경제는 더욱 팍팍해질 것으로 보인다. 난방비 폭탄과 비슷하게 냉방비 폭탄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고, 농작물 피해로 식량 가격이 치솟아 물가상승을 초래할 수도 있다. 인류의 건강과 식량안보, 물관리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