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에 기반한 통합적 정책 세우고 소통, 협력해야

[환경일보] 지난 수십여년간 환경부는 여러 가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환경보전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며 양적, 질적 성장을 거듭해 왔다. 그러나 여러 변수들로 인해 환경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어려웠던 것도 사실이다. 부처 간 업무 중첩, 국민 인식과 실천 부족, 지방환경행정의 한계 등도 한몫했다.

미래 지향적, 통합적, 연계 정책으로의 발전을 적극 모색할 때다. 해결해야 할 환경이슈들이 아직도 적지 않다. 그 첫 번째는 초미세먼지 저감이다. 지금 같은 유형의 산업활동들이 주류를 이루는 한 초미세먼지는 영원한 골칫거리가 될 수 있다. 국내정책과 국외 여건이 변화되고, 기상이 악화된다면 언제든 더 안 좋은 수준으로 바뀔 수 있다. 초미세먼지 저감은 모두가 함께 고통을 분담해야 가시적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소비자들의 요구와 이에 맞춰 기술혁신을 계속하는 기업들의 연구사례는 향후 초미세먼지 및 실내공기질 개선을 위한 정책 수립에도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

두 번째는 순환경제(circular economy) 시스템 구축이다. 대량생산·소비로 빚어진 자원 고갈, 폐기물 문제는 순환경제 시스템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 중간 수거 처리 업계에만 국한된 정부 지원금을 생산·수요자까지 확대하고, R&D 투자를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세 번째는 AI(조류인플루엔자)·구제역 ‘살처분 후 매립’의 개선이다. 예방적 살처분은 질병 감염 여부와 상관없이 피해 발생 우려가 있는 경우 무조건 추진하고 있다. 살처분의 법적 근거는 가축전염병예방법 20조다. 문제는 2000년대 들어 AI와 구제역이 지속적으로 발병하고 상시·토착화 경향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과 같은 대규모의 일방적 살처분은 해답이 아니다. 특별법이라도 만들어 범부처적 조직과 예산을 확보하고,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단기, 중장기 계획을 세우고 실천해야 한다.

네 번째는 지자체 환경관리시스템 개선이다. 2022년 6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환경부 소관업무 중 지방이양사무의 행정집행 적정성을 평가한 결과 법이 목적한 바와 다르게 집행된 것이 드러났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유독물 관련 업무였다. 2012년 관련 13개 업무가 지방으로 이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구미 불산사고 등 대형사고가 발생하면서 다시 중앙정부로 환수됐다. 지방으로 이양된 환경오염 시설에 대한 관리감독 부실은 심각한 수준이다. 전체 지자체의 34%가 환경부가 전국 오염도 조사를 위해 요청하는 산업폐수, 수질, 오염 종류 등 기초자료를 제출하지 않고 있다.

지자체의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분권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지자체의 환경행정 역량에 따라 차등화된 행정권한을 부여하는 방법이다. 지자체 환경개선을 위한 성과 모니터링 체계를 수립하고, 환경행정 역량 강화를 위해 전문가 지원과 담당자 교육 등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 이와 더불어 환경규제 집행에 관한 데이터베이스를 제대로 구축하고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지자체 환경감사제도’ 도입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다섯 번째는 ‘환경·에너지 교사제’ 도입이다. 학교에서 발생 가능한 위험 요인들은 미세먼지뿐 아니라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이산화탄소 등 한둘이 아니다. 아이들을 가르치고 돌봐야 하는 담임교사 혼자서 이런 여러 가지 변수들을 고려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관련 정보를 체계적으로 전달하고 필요한 업무들을 전담하는 ‘환경·에너지 교사제(가칭)’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환경교육’ 혹은 ‘지속가능발전과 환경’으로 중심을 세우고 경제·사회·환경을 어우르는 교육을 통해 기후위기 시대 지속가능발전목표들을 실천하도록 도전할 필요가 있다.

기후위기를 극복하려면 과학에 기반해 일관된 통합적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 에너지는 자국의 실정을 고려하고 다양한 에너지를 혼합해 장기 마스터플랜을 만들어 관리해야 한다. 특히, 식량과 물 분야는 에너지·환경 정책과 연계해 기후탄력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 유용한 기후기술을 개발하고, 관련 사업에도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정부는 기업과 시민, 지자체와 협력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정보를 제공하고 의견을 수렴하는 소통 과정을 보장하며 상생의 길을 열어야 한다. 기후·환경 정의의 시작은 절차적 정의다. 바른 정보를 지속적으로 국민에 알리고, 참여 기회와 교육·훈련을 제공해야 소통하고 신뢰를 쌓을 수 있다. 환경의 날, 다시 주변을 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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